최근 며칠 간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유튜브에 출연한 대선 주자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양대 정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한 대담이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토크 영상 조회수는 각각 182만회와 128만회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게임 분야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G식백과’에도 대선 주자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윤석열 후보 출연은 끝내 불발됐지만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출연해 각각 78만회와 4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 삼프로TV 대선주자 대담 유튜브 콘텐츠 섬네일 갈무리
▲ 삼프로TV 대선주자 대담 유튜브 콘텐츠 섬네일 갈무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인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총선 때 정치권의 유튜브 행보가 본격화됐습니다. 다만 당시엔 ‘친야’ 혹은 ‘친여’ 성향 구독자들이 응집해 있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습니다. 전례없는 현상이긴 했지만, 오히려 후보자의 유튜브 출연이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대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정서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당시 자유한국당이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고요.

이번 대선주자들의 유튜브 채널 출연은 ‘정치 유튜브’ 출연 붐 때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입니다. ‘우리 편’ 채널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 받은 채널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내용 측면에선 두 채널의 콘텐츠 모두 호흡이 긴 대담으로 구성됐습니다. 각 분야 채널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답변은 단편적인 전달이 아니라 맥락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줍니다. 평소 후보자들이 드러낸 입장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에 새로운 답을 해내면서 철학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 삼프로TV 대선주자 대담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 삼프로TV 대선주자 대담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유튜브 트렌드 2022’의 저자 김경달 씨로켓 운영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나서 의미를 기록할 때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미디어가 원래 했어야 할 기능 중에 정보 전달과 ‘사회통합 기능’이 중요하죠.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미디어는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삼프로TV는 대선 후보를 이해할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 채널 자체가 상당한 시간 동안 이 주제로 소통해온 기반을 갖고 있기에 대선후보들도 무시 못하게 된 점도 있고요.”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유튜브 채널 콘텐츠 제작을 하는 한 디지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미디어를 보면 ‘의제설정기능’마저 어디다 하청 준 것 같습니다. 메시지가 거의 똑같고, 책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 같은 정보들에 불량식품 같은 헤드라인을 달아 순간의 관심을 받아보려는 수가 자주 보입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유튜브에선) 대통령 후보와의 솔직한 대화가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카메라 세팅도, 오디오 상태도 주류 미디어의 좋은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요.”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갈무리

특히 이번 대선주자의 유튜브 출연은 콘텐츠 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반응이 인상적입니다. 댓글을 보면 후보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경달 운영자는 “정파적 이해관계만 앞세운 거친 댓글이 거의 안 보이고, 경제정책과 관련한 두 후보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가족 간에 갈등이 있었는데, 영상을 통해 후보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계기가 됐다는 댓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김성회의 G식백과’ 콘텐츠 댓글을 보면 안철수 후보를 향해선 “와 그동안 각종 밈으로만 접하던 분이었고 저 또 한 안 후보님을 크게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는 평가가 나왔고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자기가 구세대라고 인정하고 모르는 거 모른다고, 현실적으로 얘기하는 게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진짜 게이머를  아는 철수형님  VS  게임을  많이  공부해온  재명형님 두 분의 소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두 분 모두 응원합니다”라는 총평도 기억에 남습니다. 

언론이 대선을 앞두고 양질의 정책 기사를 많이 써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털이라는 공간에서 좋은 정책 보도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죠.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가 있고요. 우리 언론 스스로가 말초적이고 선정적 의혹 제기 기사를 더 부각되는 공간에 배치하는 문제도 있죠. 때로는 언론이 자처한 심판자 역할이 후보의 철학과 정책을 가리는 면도 있습니다. 그 결과 독자들은 단편적인 기사, 대립을 더욱 부추기는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되죠.

이들 유튜브 콘텐츠는 유튜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우리 언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언론은 후보자와 정책에 대해 깊게, 맥락을 충실하게 전달해주고 있을까요? 독자와 시청자들은 우리 언론 보도를 계기로 후보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거나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대선 주자의 유튜브 출연은 효능감 측면에서 유튜브 콘텐츠가 언론을 위협하는 사례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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