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을 10% 이하로 규제하고 있는 방송법 8조를 개정하는 법안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 제한 기준이 되는 기업의 자산총액을 현행 10조 원에서 국내 총생산액의 0.5% 이상 1.5%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국내 총생산액이 약 1933조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자산총액 약 29조 이하 기업은 방송사 주식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있으며, 최대 40%까지도 가질 수 있다. 

양정숙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조항이 마련될 당시인 2008년에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수가 17개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 수가 40개로 늘었고 국내총생산액도 2배 가까이 증가해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산총액 10조 원에 가까워진 기업은 연간 매출액을 임의로 낮춰 잡아 자산을 줄이거나,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해 왔다”면서 “매각 규모가 큰 방송사업자의 경우 지분을 인수할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며 조항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사당. ⓒ국회
▲국회의사당. ⓒ국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에 10조 원 규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SBS 대주주 TY홀딩스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광주방송 지분 39.59%를 보유했던 호반건설은 지난 5월 자산총액이 10조 원을 넘어서며 지분을 매각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지분을 매입하거나 다른 방송사를 살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방송법 8조 개정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상임위원은 “10조가 과연 적절한 대기업 기준인지 의문이 있다”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어야 한다. 이렇게 진입장벽을 만들어놓으면 자본 있는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김창룡 상임위원 또한 “대기업 기준이 방송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기준을 정하는) 공정위와 별개로 우리가 검토할 부분은 없는지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형환 상임위원 역시 현 상황을 “몸은 커졌는데 옷은 그대로인 상황”이라 묘사하며 법 개정을 주장했다.

반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방송사업자의 지분 소유 제한 기준(자산 총액)을 GDP와 연동시키자는 법안은 방송과 미디어에 대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발상”이라면서 “자산총액 10조원 가까운 기업이 소유한 방송사가 어디인지 묻고 싶다. 방송에 대한 투자는 없으면서 다른 사업으로 자산을 불린 사주에게 언론사 회장이라는 지위만 보전해 주려는 청부 입법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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