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를 포기할 수 있을까? 과거 언론사 관계자들의 답변은 ‘절대 그렇지 않다’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포털이 뉴스를 포기하는 건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거나 ‘포기하진 않더라도 뉴스 서비스의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 언론에 있어 ‘탈포털’이라는 화두는 선언적 표현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포털 뉴스 서비스 개편 종착역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개편 방향은 일관된다. 우선, 언론의 뉴스 서비스 및 관련 서비스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네이버가 2018년 사람에 의한 뉴스 직접 배열을 포기하고,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앤 개편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역시 2022년 개편을 통해 포털 다음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비롯한 수만 명의 콘텐츠 창작자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인 ‘뷰’를 전면 도입한다. 언론사 뉴스만 제공하는 서비스는 첫 화면이 아닌 별도 섹션을 통해 운영한다. 양대 포털 모두 뉴스와 직접적으로 연동해온 실시간 검색어는 이미 폐지했다.

▲ 카카오 개편 예시 화면
▲ 카카오 개편 예시 화면

포털이 ‘사람 배열’의 대안으로 내세웠던 ‘알고리즘 배열’의 비중을 줄이는 점도 공통적이다. 카카오는 뷰 개편과 함께 루빅스 알고리즘을 통한 뉴스 배열 방식을 중단할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뉴스 섹션은 콘텐츠 제휴(CP)언론사 콘텐츠를 무작위 배열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최근 알고리즘 뉴스 배열을 해온 PC 뉴스 섹션 에 모바일 언론사 구독 섹션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알고리즘 배열 뉴스 비중을 줄였다.

특히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의 벽을 무너뜨린 개편을 단행한 상황에서 네이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그간 양대 포털의 서비스는 ‘닮은 꼴’로 개편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 디지털 부문 담당자는 “카카오 개편에 주목을 하는 이유는 네이버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며 “네이버 역시 더 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가 현재 전재료 시스템 폐지에 따른 언론사 수익 보전을 해주고 있는데, 이 기간이 끝나면 네이버도 대대적인 개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뉴스가 사라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카카오처럼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PC 뉴스 개편 예시 화면
▲ 네이버 PC 뉴스 개편 예시 화면

미디어·저널리즘 전문 블로그 미디어고토사를 운영하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그간 수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면서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흐름이 이어졌는데 알고리즘의 한계들이 계속 노출되며 위기를 키워왔고, 알고리즘 배열을 포기하는 식으로 다시 변화했다. 수용자 선택권을 높이고 포털은 뒤로 빠지고 싶어하는 흐름은 분명한 것 같다”고 했다.

미디어전문가인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포털 알고리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등 논란이 커지며 포털을 향한 압박이 커져 직접 관여 비율을 줄이고 있다”며 “커머스, 영상과 웹툰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등 포털의 주력 사업 부문이 변화해 언론사 뉴스의 위상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 PV 급감 예상, ‘포털 밖 뉴스’ 이미 성장세

포털 뉴스가 사라지거나 위축된다면 그만큼 언론사 PV(페이지뷰)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노출 중단이 된 11월18일 연합뉴스 홈페이지 조회수는 기존의 4분의 3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노출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이후 감소분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언론사 트래픽 톱5’ 자료에 따르면 11월 첫주만 해도 언론사 전체 트래픽 2위를 차지한 연합뉴스가 11월 셋째주엔 랭킹에서 사라졌다. 포털 인링크 기사 하단의 ‘관련 기사’ 등을 통해 홈페이지로 유입되는 비중과 검색 결과 아웃링크로 유입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기에 포털에서 사라지며 홈페이지 유입도 덩달아 줄게 됐다.  

포털 뉴스 서비스 개편에 따라 이용자의 이용 패턴은 달라질 수 있다.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조사 결과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알고리즘, 구독 서비스로 개편한 이후 네이버 뉴스를 더 이용한다는 비율은 4.8%에 그친 반면 덜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1%에 달했다. 줄어든 이용자는 유튜브, 카카오 등 다른 서비스로 갈아탔을 가능성이 있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포털의 뉴스 서비스 개편과 별개로 포털 밖 뉴스 시장이 커지는 경향도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최근 1~2년 사이 적극적인 뉴스 이용자층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며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에서 가치를 찾기 힘들어 피로도를 느끼는 면도 있다. 수용자들이 좀 더 개인화되고, 유용한 정보들을 찾아다니는 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튜브 플랫폼의 뉴스 소비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이용률이 44%로 46개국 평균 29%에 비해 15%p나 높았다. 시사 유튜브가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교양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도 크게 늘었다. 구글코리아가 발표한 ‘2021년 유튜브 국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TOP 10’ 가운데 3개 채널이 지식·교양 채널이다. 4위 슈카월드는 경제 뉴스의 대체재 성격이 있고, 7위에 오른 ‘1분 미만’은 1분 내에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 9위에 오른 ‘지식한입’은 시사 현안 등 지식 정보를 정리해 전달하는 채널이다. 

▲ 뉴닉 홈페이지 구독 안내 화면
▲ 뉴닉 홈페이지 구독 안내 화면

이 외에도 뉴닉으로 대표되는 뉴스레터 서비스의 주목도가 높아졌으며 미디어 스타트업 중심의 새로운 구독 모델 사례도 늘고 있다. ‘포털 밖’ 뉴스의 파이가 나날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뉴스로 볼지는 모호하지만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들은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언론이 독점한 뉴스 소비는 분산될 수 있지만, 동시에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접하고자 하는 수용자 입장에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포털의 문제는 디지털에 투자하지 않은 언론사들이 디지털에서 잘 하는 것처럼 포장해준 점”이라며 “이제는 언론사들이 더 이상 포털 탓을 하지 않고, 이용자 선택을 받기 위한 콘텐츠 경쟁을 해야 한다. 오히려 이용자들은 (구독 중심 변화로) 포털에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우선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포털 대응 뉴스’ 수명 한계, 본질적 접근 필요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탈포털이 더는 선언적인 말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구독 모델을 시도하고 있고, 전면적 변화는 아니더라도 이 흐름이 다른 언론에도 일정 부분 (구독 모델에 대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포털에 전송하지 않는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도 늘어났고 뉴스레터 시도도 많아졌다”며 “일부 언론에 한정되긴 하지만 내년은 구독을 위한 콘텐츠 실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포털 대응 뉴스를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 편에선 구독인프라와 콘텐츠 등을 재정비했다. 두 언론은 로그인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회원 확보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 한겨레는 후원제 모델을 선언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들 언론을 포함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이 뉴스레터를 세분화해 제공하고,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만들고, 일부 콘텐츠는 포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해 홈페이지 유입을 늘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중앙일보 로그인 이후 보이는 페이지
▲ 중앙일보 로그인 이후 보이는 페이지

포털 중심 질서가 흔들리면, 포털 시대 주류였던 뉴스의 수명에도 한계가 도래할 수 있다. 오세욱 책임연구위원은 “보도자료는 보도를 위한 참고 자료인데 보도자료를 그대로 쓰는 기사가 대부분이 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쓰면 경쟁력에서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는 카카오뷰 등 서비스에서 보도자료를 전달하는 창작자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언론은 자신들의 콘텐츠가 대체 가능하다는 걸 알고,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시장의 변화가 ‘생산적 시도’로만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성규 대표는 “포털 의존도를 줄이고, 이용자들을 언론의 공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로를 찾기 위한 고민이 커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급감한 수익의 구멍을 채우기 위해 문제적 협찬 수익에 매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관건은 탈포털에 대비한 언론의 자기경쟁력을 재정의하고 재설계하는 것”이라며 “탈포털은 저널리즘의 신뢰 위기, 이로 인한 상품 위기를 정면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다. 신뢰의 위기를 해소해야 제대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언론의 경쟁력은 한국언론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 ‘수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를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 현장의 기자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이치열 기자
▲ 현장의 기자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를 위해선 언론 전반의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안재승 한겨레 논설실장은 11월 29일 ‘부끄러운 ‘포털 종속’, ‘탈포털’에 시동 걸자‘ 칼럼을 통해 “국회 ‘언론·미디어제도 특별위원회’에서 아웃링크 의무화 법안과 포털의 독자적 편집 금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또 정치권에 맡길 일도 아니다”라며 “언론계가 주체가 되어 포털이 지배하는 뉴스 유통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게나마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다면 한국 언론에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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