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한 유통, 유튜브까지. 최근 10년 플랫폼 변화는 레거시 미디어 콘텐츠 유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 사용자 비중이 높았던 시기, 매체별로 SNS 전담 인력을 뒀지만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영향력을 상실했다. 일부는 일자리를 잃었다. 유튜브 역시 초기 실험적 콘텐츠들이 나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흥행 공식’에 맞춘 적당한 퀄리티의 적당한 콘텐츠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유튜브 저널리즘에 대한 한국일보 A 팀장의 분석이다. 지난 2008년 유튜브가 한국에 론칭한 후 수많은 언론사들이 ‘유튜브 저널리즘’에 도전했다. 방송사에서 유튜브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 차원에서 활용하기 좋은 플랫폼으로 인식됐지만 신문사로서는 적은 투자와 인력으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다. 앞서 한국일보 A 팀장이 지적한 것처럼 자신들만의 저널리즘적 색채를 드러내기보다 ‘적당한 퀄리티의 적당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과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가 펴낸 연구서 ‘유튜브 저널리즘 콘텐츠 이용과 특성’은 수천만개 유튜브 채널 속에서 저널리즘 주체들은 어떻게 경쟁해왔는지 살펴봤다. 유튜브에서 저널리즘을 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 전략 수립도 제안했다.

▲뉴스 상위 10위 채널(2021년 6월18일 기준). 출처='유튜브 저널리즘 콘텐츠 이용과 특성' 연구서.  
▲뉴스 상위 10위 채널(2021년 6월18일 기준). 출처='유튜브 저널리즘 콘텐츠 이용과 특성' 연구서.  

이 연구서는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채널 운영의 특성과 순위, 선호를 살펴본 것뿐 아니라 KBS 연구원, MBC 부장, SBS 연구위원, 중앙일보 논설위원, 디지털조선일보 본부장, 한겨레 부장, 한국일보 팀장, 매일신문 국장, 연합뉴스 부장,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등 현직 언론인 10명을 인터뷰해 유튜브 저널리즘에 대한 현장 목소리도 담았다.

유튜브에서 ‘마이너’인 뉴스 콘텐츠

이 연구서는 뉴스를 유튜브 플랫폼에서 ‘마이너 콘텐츠’라고 분류했다. 본 연구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 중 2.8%의 응답자만이 뉴스 콘텐츠를 선택했다. 17개 콘텐츠 유형 중에선 11위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 유형 3개를 선택한 결과에서는 15.7%의 응답자만 선택했고, 17개 콘텐츠 유형 중에선 9위에 그쳤다.

구독자 수 기준 2021년 6월5일 국내 유튜브 골드버튼 채널(구독자 100만명) 525개 중에서 뉴스 채널은 7개에 불과했다. 채널 유형으로는 20개 채널 유형 가운데 13위에 그쳤다. 구독자 수 10만 명 이상인 실버버튼 채널에서는 4916개 채널 가운데 23개가 포함, 전체 20개 채널 유형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 채널 유형 중 뉴스는 2.8%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 채널 유형 중 뉴스는 2.8%를 차지했다. 

뉴스 콘텐츠 가운데에서도 언론사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보다 사건 사고나 정치적 이슈 콘텐츠에 성과가 집중됐다. 해당 연구서에 따르면, 유튜브 골드버튼과 실버버튼에 해당하는 30개 언론사의 뉴스 운영 채널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는 정치, 사고 재해, 사건(범죄) 콘텐츠로 58.8%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연예, 국제 관련 소재 콘텐츠의 선호도가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서는 “전통적인 발생 기사와 선호되는 정치적 소재의 콘텐츠 이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논의돼 왔던 유튜브 공간에서 차별적이고, 심층적이고, 다양성을 지닌 콘텐츠들이 이용자들에게 선택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가성비 좋은 콘텐츠 제작, 성과만 주목”

연구서는 “국내 언론사들은 OTT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별적 콘텐츠 생산 전략 수립보다는, 40대 이상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정치 관련 콘텐츠 제작에 주목하고 있다”며 “가성비 좋은 콘텐츠를 통해 단기간 성과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방송사보다 신문사에서 더 두드러졌다. 한겨레 B 부장은 “유튜브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언론사 채널들을 보면 방송사 채널들이 다수다. 영상 제작 기반이 있는 회사가 유튜브에서도 승리한다”며 “한편 신문사 채널들은 신문 산업에 기반해 있다는 치명적이고 태생적 약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방송사는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영상을 활용해 새 수익을 낼 수 있고, 인력풀도 크다. 유튜브 콘텐츠의 경우 기존 방송 프로그램 심의에서 자유로워 일명 ‘비방용’ 영상을 활용해 다양성과 심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사의 경우 대형 신문사가 아니고서야 인력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연구서는 국내 언론의 ‘유튜브 저널리즘’을 위한 3가지 제언을 했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무엇을 얻을 건인가 △어떤 이용자에게 소구할 것인가 △뉴스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버티컬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등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서는 “단기간 이익을 위해 언론사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는 기사들로 독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이는 언론사의 중장기적 성장 모델 구축에 매우 부정적 요소”라며 “유튜브 전담팀뿐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플랫폼별 특성을 고려한 뉴스 생산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유튜브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층은 40대 이상 이용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동일한 주장만을 소비하는 형태”라며 “현재 트래픽이 잘 발생하는 콘텐츠 이외에 젊은 층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 포맷과 소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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