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교수, 현직 기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활동에 제약을 입은 활동가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주민·김용민·정필모·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단법인 두루·오픈넷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박 의원과 정 의원이 참석했다. 활동가 사례 발표로는 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 김동규 명진고 사학비리 활동가, 이명선 뉴스타파 기자가 나섰다. 토론자로는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보경 셜록 기자,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함께했다.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박 의원은 “우리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여러 문제가 많이 발생할수록 사실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전달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실을 이야기해도 처벌 받는 규정이 형법에 있는데 이 규정이 시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올 하반기 국회에서 뜨거웠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이슈를 꺼내며 발언을 이어갔다.

정 의원은 “원칙적으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폐지가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도 미국은 공인의 경우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포괄적으로 형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에 언론도 포함해 규정하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례 발표에 나선 구 활동가는 양육비를 내지 않는 이들의 신상을 온라인상에 공개했다는 이유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던 일을 언급했다.

구 활동가는 “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대표도 아니고 운영자도 아니다. 사이트 제보를 받아 운영자들에게 전달해주던 단순 봉사자”라며 “사이트 운영자 가운데 공개된 사람이 저 밖에 없다 보니 고소를 당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28번 고소를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범한 소시민이 28번 이상 고소 당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은퇴한 퇴직자니까 경찰 조사를 받고 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라며 “내가 어떠한 이익을 취한 것도 없고 배고픈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자원봉사를 했을 뿐인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달리게 되면 법이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은 소송 위험을 늘 안고 산다. 사실 그대로 보도했음에도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하겠다고 윽박지르는 취재원을 종종 본다”며 “현재 우리나라 법은 표현의 자유보다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고 있다. 사실을 말할 권리를 주지 않는 것이 현행법 체계”라고 꼬집었다.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종합토론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는 공익성 판단에 대한 모호성 △헌법 위에 존재하는 형법 체계 부당성 등이 중점적으로 언급됐다.

김 기자는 “사실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진실유포죄’나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바탕이 되지 않는가.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나 진실한 사실을 널리 알리거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익 목적인지 비방 목적인지 구분하는 법원의 판단도 모호하다. 법원 판단을 통해 처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며 “비방에 대한 기준도 있는데 이마저도 추상적이다. 비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판사”라고 했다.

김 교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이라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며 “하위 질서에 있는 형법이 헌법 관점에서 보면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사실상 형법이 누군가의 체면과 위신을 보호하는 데 기능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익성 자체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민사보다 더 쉽게 인정된다. 민사가 되려면 손해가 있어야 한다”며 “사실적시는 적시만 하면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아주 쉬운 범죄다. 처음부터 법 적용상 법관의 자의가 개입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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