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소식을 다룬 언론 보도를 보며 든 생각이다. 방송인 김어준씨 욕설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가 제재 조치를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방통심의위는 김어준씨가 유튜브 콘텐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여론 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X노무XX들” 등 욕설을 한 내용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는 ‘해당 없음’이다. 제재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뉴데일리는 ‘이제 유튜브에서 욕해도 된다?… 방심위 “김어준 욕설방송 문제 없다” 결정’ 기사를 내고 결정이 이례적인 것처럼 다뤘다. 서울경제는 논설위원실에서 작성하는 무언설태 기사를 통해 “방송 약 30초 사이 두 차례나 욕설을 했지만, 정작 방통심의위는 최근 심의에서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기존 언론에 대해서는 재갈을 물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김씨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니 김씨야말로 ‘여권 실세 중에 실세’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요”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화면 갈무리
▲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화면 갈무리

이데일리는 “이에 방송·통신계에선 김씨가 두 차례 욕설을 한 부분이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해당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방심위의 판단은 달랐다”고 했다.

이들 기사 외에도 이 소식을 다룬 조선일보 등 기사들은 하나 같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전했다. 권 의원은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두 차례 반복해 욕설을 해 단발성 욕설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초등학생도 볼 수 있는 유튜브 방송에서 현역 의원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며 방통심의위 조치를 비판했다.

이들 기사는 의도했다면 나쁜 기사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제도와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사다. 

우선, 서울경제와 뉴데일리 등은 ‘김어준 봐주기’ 프레임으로 접근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방통심의위는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는 기구인데 두 심의는 체계 자체가 다르다.

김어준씨 유튜브 콘텐츠는 통신 분야이기 때문에 통신심의를 받는다. 통신심의는 사업자에 삭제·차단 여부를 요구하는 심의다. 방송 심의는 강제력은 없지만 주의를 주는 행정지도 조치나 방송사에 불이익을 주는 법정제재 등 다양한 조치를 하지만 통신심의에선 삭제 여부를 사업자에 촉구하는 시정요구를 한다.

그렇다면 김씨 욕설이 담긴 영상을 삭제해야 할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 30초 내에 두 차례 욕설을 한 영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텐데, 이 모든 영상을 삭제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만일 유튜브에서 이 정도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영상을 지우게 한다면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과도한 검열이 된다. 진보든 보수든, 장르에 상관없이 유튜브에서 욕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삭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 것이 현실이다.

정부 기구가 인터넷을 심의하는 국가도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뉴데일리의 ‘이제 유튜브에서 욕해도 된다?’는 제목이나 실체가 보이지 않는 방송·통신계의 ‘삭제 지적’을 전한 이데일리 기사는 다소 황당하다.

최근 논란이 된 룩북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조선비즈는 ‘홈쇼핑 속옷 모델은 막으면서 유튜브 속옷 룩북엔 속수무책 방심위’ 기사를 내고 방통심의위가 ‘속수무책’이라고 진단한 뒤 “규제 사각지대인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음란성 영상이 판을 치고 있다”고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일부 룩북 콘텐츠가 선정적 면에서 문제인 건 사실이지만 성기 노출이 되지 않은 이상 음란물로 분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통심의위가 속수무책이거나 유튜브가 규제 사각지대여서가 아니다. 애초부터 ‘문제는 있지만 인터넷 콘텐츠로서 심의 규제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해 있을 뿐이다. 

한국 사회 유력 스피커인 김씨에 대해 언론이 충분히 비판할 수 있고, 그가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 대해 정부 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인 방통심의위가 편파 판정을 내렸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룩북 역시 아동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고민할 지점이 많다.

하지만 이들 통신심의 현안은 방통심의위가 조치할 수 없고, 심의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전제한 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제재할 수 없는 영역과 수위에까지 대응을 요구하고 책임을 묻는다면 오히려 문제 본질을 희석시키고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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