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출입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취재하는 기자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개최한 행사 패널로 참석해 논란이다. 선대위는 윤 후보 당선을 위한 조직인데 선대위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기자는 윤 후보를 유세하는 차원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밤 국민의힘 선대위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내기대위, 위원장 윤희숙)’는 ‘쓴소리 라이브 신장개업’이란 이름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유튜브로 중계했다. ‘2030은 왜 아직! 윤석열에게 내일을 기대하지 않나’란 주제로 윤희숙 위원장(전 국민의힘 의원)이 사회를 맡고, 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쓰는 30대 논객 노정태씨, 20대 연세대 4학년 학생 박혜림씨, 40대 박종진 머니투데이 기자가 참석했다. 박 기자는 국민의힘 출입기자로 윤 후보 관련 기사를 꾸준히 작성해왔다. 

윤희숙 위원장은 박 기자를 소개하면서 “오늘 2030 취지에는 딱 들어맞진 않지만 40대, 정론직필을 하는 분은 아니고 이 터는 것에 유명한 ‘털론직필’”이라며 “입담으로 제가 굉장히 감동받은 털기왕 박 기자”라고 말했다. 

▲ 14일 국민의힘 선대위 행사. 맨오른쪽이 머니투데이 야당 담당 기자. 사진=선대위
▲ 14일 국민의힘 선대위 행사. 맨오른쪽이 머니투데이 야당 담당 기자. 사진=선대위

 

지난 8월말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제기로 의원직을 사퇴겠다고 밝히자 박 기자는 “‘죽어야 사는 여자’…‘코미디언’보다 ‘정치인’을 택한 윤희숙”이란 기사를 썼다. 박 기자는 “반응이 좋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카톡방마다 호평이 나왔다. 평소 정치 혐오가 컸던 지인들이었다”며 “가장 많았던 언급은 ‘윤희숙이 국민의힘을 살린다’였다”라고 의원직 사퇴를 평가했다. 박 기자는 윤 의원에 대해 “윤 의원과 대화할 때는 평범한 수다쟁이 누나가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서 느끼는 ‘충격’이 종종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후보를 취재하는 기자가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는 조직의 행사에 참여한 것 자체로 논란이었다. 

한 정치부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대선후보 선거조직에서 하는 행사에 대선후보 마크하는 기자가 참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출입처면 몰라도 윤 후보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중립인 척 흉내라도 내야 하는데 대놓고 참여한 건 문제”라며 “이런 식이면 이재명 선대위 산하 조직 행사에 진보매체 기자가 참여했을 때 야권에서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뒷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일부 시민들은 미디어오늘에 “곧 기자 그만두고 국민의힘 가는 것 아니냐”, “그 기자도 국민의힘 쪽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평가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머니투데이 정치부 기자들이 윤 후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윤석열·이재명 외의 후보들이 기자들에게 인터뷰 요청하면 중립성 얘기하면서 거절하는데 이건 참석 자체가 중립성 문제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본 해당 관계자는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것도 아니고 결국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후보의 이미지를 올려준 꼴”이라며 “입법정책 토론회와 선대위 행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박 기자는 해당 행사가 윤 후보를 지지하는 성격의 행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유세하는 행사가 아니었고 제목 그대로 쓴소리를 하는 자리였다”며 “언론인으로서 후보의 그런(미흡한)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여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정당이 주최하는 여러 행사나 토론회 등에 패널로 기자들도 많이 참석을 하는데 그런 차원”이라며 “유세하는 성격의 행사였다면 저도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실에선 입법부로서 각종 토론회나 정책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여러 전문가뿐 아니라 기자도 토론자로 섭외한다. 이때 국회는 의원회관에 있는 회의장 등을 의원실에 무상으로 대관해주고 토론자들에 대한 참가비용도 세금으로 지급한다. 해당 비용을 ‘입법·정책개발비’라고 부르는데 즉 입법·정책 활동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선대위는 선거 당선을 위한 조직으로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입법·정책개발 토론회가 아닌 후보 이미지에 대한 조언을 하는 자리였다.

‘행사 참가비’를 묻자 박 기자는 “참가비는 없는 것 같다”며 “따로 (선대위에서) 말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윤석열 후보의 꼰대 이미지, 아직 검사로서 습관이 빠지지 않은 모습 등에 대해 발언했다. 

▲ 14일 국민의힘 선대위 행사. 왼쪽부터 윤희숙 위원장, 윤석열 후보, 노정태씨, 박혜림씨, 머니투데이 야당 담당 기자. 사진=선대위
▲ 14일 국민의힘 선대위 행사. 왼쪽부터 윤희숙 위원장, 윤석열 후보, 노정태씨, 박혜림씨, 머니투데이 야당 담당 기자. 사진=선대위

 

해당 행사를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가 보도했는데 뉴스1에서 인용한 박 기자의 발언을 보면 그는 “2030세대 기자들이 현장에서 제일 많기에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말투나 뉘앙스가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아직 검사 느낌이 강하다”라며 “‘내가 검찰에 있을 때’ 이런 말씀 많이 하신다. 과연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실수나 실언했을 때 자꾸 설명하려고 한다.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쿨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잘못 알아들은 것 아니냐’는 식의 2030 감성과 맞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행사는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행사 끝부분에서 윤석열 후보는 “이 쓴소리를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생각하고 제게 아주 과분한 관심 애정 줘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고, 윤희숙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왜 실패했나 생각해보니 문재인 정부는 쓴소리를 못 듣고 자기 좋은 얘기만 듣는다”며 “윤 후보가 대통령 되는 걸 믿어 의심치 않고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지자들이 애정에 기반한 쓴소리를 해야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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