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서남서쪽 41km 해역서 지진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해안 도로 아스팔트가 쪼개져 있다. (독자제공)”

뉴스1이 지난 14일 오후 6시28분 발행한 “제주 ‘지진감지’ 신고 전국서 131건 접수… 피해신고 아직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 안에 삽입된 사진 설명이다. 사진에는 5~6군데 균열이 발생한 한 도로의 쩍 벌어진 모습이 담겼다. 15일 오후 현재 이 사진은 삭제된 상태다. 

▲14일 뉴스1 기사 속 사진. 
▲14일 뉴스1 기사 속 사진. 
▲사진자료 사이트 게티이미지뱅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사진. 사진출처=Getty images bank. 
▲사진자료 사이트 게티이미지뱅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사진. 사진출처=Getty images bank. 

14일 오후 5시19분경 제주 서귀포시 해역에 4.9 지진이 발생, 도내 전역에서 큰 흔들림이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그러나 뉴스1이 보도한 사진은 이번 제주 지진 사진이 아니었다. 이미지 사이트인 ‘게티 이미지 뱅크’(getty images bank)에서 찾을 수 있는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이 삭제된 이유다. 

뉴스1은 이 사진이 사진 설명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 하루 만에 사과를 담은 입장을 게재했다. 뉴스1은 15일 오전 “[사진 취소] 제주 지진 사진에 대한 사진 삭제”라는 공지문을 통해 “14일 오후 6시22분에 송고된 ‘지진 충격에 쪼개진 제주 해안도로’ 제목의 사진 1장은 잘못된 보도”라고 알렸다.

뉴스1은 “확인 결과 제주도의 지진에 의해 갈라진 도로가 아닌 해외자료 사진임이 확인됐다”며 “이에 사진을 삭제하며 정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보에 의한 기사였으나 확인이 덜 된 상태에서 보도가 돼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좀더 세심한 확인과 함께 기사 정확성을 가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15일 뉴스1 사진취소 공지. 
▲15일 뉴스1 사진취소 공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란에는 “어느 동네냐, 허위 사진이다”, “사진 팩트체크해야 한다”, “허위정보로 사람들 불안하게 하지 마라”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뉴스1 사진부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크로스체킹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로 독자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제 저녁 서귀포쪽 유리창이 깨졌다는 기사들이 나오는 등 지진 정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사진은 독자가 제보해준 것이라고 들어왔고, 송고 후 확인해보니 여러 경로를 통해 사진이 들어오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제주도 지진 사진이 아닌 것을 알고나서 지난 14일 저녁 뉴스1과 제휴를 맺은 계약사들에 연락해 잘못된 사진이라고 알렸다. 다만 일부 언론사는 이미 신문 제작을 하고난 후였다”며 “제휴를 맺은 언론사에 잘못된 사진임을 알리고, 15일 오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정정보도를 했다. 앞으로 더 면밀히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일부 지면, 문제의 사진 1면 탑으로

또 다른 문제는 뉴스1이 민영뉴스통신사이기 때문에 뉴스통신사와 제휴를 맺은 다른 언론사들도 이 사진을 그대로 썼다는 것이다. 지면 1면에 이 사진이 인쇄된 사례도 있었다.

중앙일보 15일자 일부 지면은 이 사진이 1면으로 인쇄·배포됐다. “제주 해역서 규모 4.9지진, 섬 전체가 흔들렸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출처는 뉴스1이었다.

▲중앙일보 12월15일 일부 지면 1면.  
▲중앙일보 12월15일 일부 지면 1면.  

중앙일보는 제휴사인 뉴스1으로부터 사진을 제공받고, 이를 1면 사진으로 고른 후 인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지역판을 제외하고 1면 사진은 교체됐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뉴스1이 제공한 사진이라 믿고 사용했다. 뉴스1으로부터 사진 정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이미 해당 신문의 판 제작이 완료된 상황이었다”며 “정정 알림을 들은 직후 바로 수정했고, 이후 판부터는 사진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6일 중앙일보 지면에 정정문을 넣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한 기자는 “제주도에 지진이 흔했던 게 아니라서 지진 발생에 도민들이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부 언론은 현재 상황이나 대피 요령 등을 차분하게 전달하기보다 도민의 불안감에 편승해 자극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라산이 폭발하는 줄’, ‘한라산이 흔들렸다’ 등 민망한 제목의 기사도 여럿 있었다”며 “이렇다 보니 지역 맘카페 등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도민이 많았는데, 이 와중에 오보 사진이 공유되며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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