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언론사 제휴를 심사하는 독립기구로 출범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휴평가위)가 6년 만에 기로에 섰다. 제휴평가위 개선을 위한 2.0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카카오 탈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카카오 제휴평가위 탈퇴 가능성

지난 10일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회의에선 최근 뉴스 서비스 개편 사실을 밝힌 카카오에 이목이 쏠렸다. 제휴평가위원들이 카카오의 거취를 물었고, 회의에 참석한 카카오 관계자는 1월 중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제휴평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등 질문이 많이 나오다 보니 그때까지 말씀드리겠다는 의미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저널리즘’ 생태계 위해 네이버 ‘등판’할 때]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제휴평가위 안팎에선 카카오의 제휴평가위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가 2022년부터 포털 다음에 적용하는 ‘뷰’ 개편으로 다음 뉴스 인링크 서비스가 사실상 종료되고 수만명의 콘텐츠 제작자와 언론이 경쟁하는 서비스가 첫 화면에 자리하게 된다. 다음의 콘텐츠 제휴 언론사만 노출하는 별도의 뉴스 섹션이 있지만 후순위로 밀리고 인링크 기사가 아닌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연결된다. 사실상 포털 다음의 인링크 서비스와 콘텐츠 제휴 시스템이 무력화되기에 카카오 입장에선 제휴평가위 체제를 이어갈 이유가 없어진다. 

[관련 기사 : 포털 다음 뉴스 섹션 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업계는 카카오가 ‘계속 참여한다’는 확답을 하는 대신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 탈퇴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전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사실 제휴평가위가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동 설립한 기구지만, 언론사들은 수익성이 큰 네이버 제휴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카카오 입장에선 모호한 면이 있었다”며 “카카오 입장에선 원래 참여할 메리트가 적었던 상황에서 개편을 통해 뉴스 서비스 비중을 줄여 정치적 부담도 덜었다. 여기에 연합뉴스 제재를 계기로 정치권이 제휴평가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더더욱 참여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일 카카오가 빠지면 제휴평가위 체제는 사실상 유지하기 힘들다. 한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원래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제휴평가위원회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심사가 공정한지 의심이 커지면서 카카오와 함께 기구를 만들고 권한을 완전히 넘긴 독립기구를 만든 맥락이 있다”며 “카카오가 빠진다면 제휴평가위 자체가 해체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제휴평가위 차원에서 운영 구조와 심사 방식 등 개선을 위한 2.0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의 개편이 이뤄진 상황이라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제휴평가위가 해체되면 기득권적 구조를 해소할 순 있겠으나, 그동안 쌓아올린 제재 기준과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전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제휴평가위가 기득권이라고 비판을 받는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재 원칙을 구체화하고, 수위를 높여나간 점에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빠지게 되면 어렵게 마련한 제재 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도. 7개 단체는 운영위를 겸임하고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도. 7개 단체는 운영위를 겸임하고 있다.

 

포털 제휴평가위 2.0 ‘개편’ 추진

한편 제휴평가위는 2.0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학계에 제휴평가위 개편 연구를 맡긴 상황으로 이달 중 제휴평가위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결과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제휴평가위 2.0 개편 논의는 카카오 뉴스 서비스 개편과는 무관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휴평가위 2.0 논의는 지난 2월 제휴평가위 5년 공과 평가 세미나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제휴평가위 2.0을 위한 방향성과 원칙으로 △제휴평가위의 책무성과 투명성 제고 △제휴평가위에 부과된 과중한 권한과 부담 축소 △제휴계약 당사자인 포털의 의사결정 참여와 책무성 강화 △심의보다 질서 형성 △저널리즘 가치를 중시하고 구현하는데 기여하는 제도 △포털뉴스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요구 반영 등을 꼽았다.

▲ 포털 제휴평가위 5년 공과 세미나 때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 발표화면 갈무리
▲ 포털 제휴평가위 5년 공과 세미나 때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 발표화면 갈무리

제휴평가위 안팎에선 업계 추천 위원의 비중을 줄이고, 운영 방식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심사에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제휴평가위 참여 시민단체인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9월 성명을 통해 “현재 위원의 과반 이상이 언론인 현업단체로 구성되어있는 셈”이라며 “제휴평가위원회의 구조상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결정을 내리려면,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단체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제휴평가위는 변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탈퇴하지 않고 제휴평가위 체제가 지속되더라도 2.0으로 개편하기 위해선 여러 이해관계를 수렴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구성 이후 단 한번도 변화하지 않은 소속 단체를 확대하거나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재 이후 시작된 정치권의 제휴평가위 압박과 언론 통합자율규제 기구 설립 논의 등 외부적 변수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