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덕분에 방송 출연을 했다. <정준희의 해시태그>라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데,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해답을 찾는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방송을 준비하던 제작진이 마침 이 칼럼을 보고 내게 출연 제의를 한거다. 덕분에 큰 공부를 했다. 방송 준비 기간을 포함해 약 20일 동안 이 주제를 놓고 대학교수, 미디어 활동가와 함께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조목조목 살펴봤으니… 방송 출연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이 있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가장 잘 소화할 언론은 바로 ‘지역 언론’이란 것이다.

“허구헌날 문제만 제기하지 말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제시했으면…”

흔히 보는 댓글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뉴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생산자들은 당최 바뀌지 않는다. 생산공정 때문이다. 출입처 시스템 등 속보 경쟁에 최적화된 컨베이어 벨트를 몇 십 년 째 돌리고 있는데, 해법을 찾아 시간도 품도 많이 드는 생소한 생산라인(솔루션 저널리즘)을 따로 뽑아 돌리기에는 업주 입장에서 투자 대비 효율이 의심스럽고 종사자 입장에서도 굳이 새 공정을 익히려고 불편함을 감수할 동기부여가 약한거다.

하지만 늘 혁신은 변방의 북소리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지역 언론이 솔루션 저널리즘을 위한 최적이라 생각한다. 정책 실험은 지역에서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신의 선물이라 극찬했던 ‘100원 택시’ 정책도 지역이니까 조례제정과 예산확보로 가능했다. 무상급식도 지역화폐도 그랬다. 지방자치는 거대한 정책실험의 장이고 그 곳에 답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앙 정부가 지역의 목줄을 쥐고 있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언론이 지자체와 연대할 이유가 충분한 지점이다. 지역 언론의 열악함도 뒤집어보면 강점이다. 열악하기에 속보 경쟁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대신 특정 사안을 시리즈로 다루는 선택과 집중에 익숙하다. 물론 예산 안주는 기관 두들겨 팰 사례도 없지않아 있지만 방향만 제대로 서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쓰는 건 지역이 더 잘한다. 더구나, 정파를 초월해 현안에 집중할 수 있다. 서울에서야 여당 야당, 진보보수이지 지역에서는 한 동네 사람이니까. 귀감이 될만한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2016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 지역의 유력지부터 1인 미디어까지 80여개 언론이 힘을 합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숙자 문제를 풀기 위한 ‘샌프란시스코 홈리스 프로젝트’였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실리콘 벨리 IT기업 입주로 부동산 값이 나날이 뛰는 바람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쫒겨난 노숙자들이 늘었다. 더구나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 덕분에 미국 전역으로부터 노숙자들이 몰려들었다. 선출되는 시장마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예산을 증액했지만 노숙자 수는 더 늘고 지역 갈등은 더 커졌다. 그 때 지역 언론이 나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취지에 공감한 80여 개 지역 언론들은 정파를 초월해 모였고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사를 썼다. 심층취재에 강한 유력지는 노숙자 발생 과정을 탐사 보도했고, 온라인 매체는 ‘오늘 밤 잘 곳을 찾으셨나요?’라는 비디오 게임을 제작해 독자를 끌어당겼다.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학 라디오 방송국도 참여했다. 그렇게 9개월 간 진행했는데 이런 변화가 생겼다. 시장은 예산을 더 증액해서 노숙자 보호 시설 준공을 앞당겼고, 기업체들의 기부로 기금이 조성됐다. 지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더 큰 변화는 지역민들이 언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당시 프로젝트의 맏언니 역할을 했던 지역 유력지 편집국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시민들이 다시 언론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 San Francisco chronicle의 ‘Homeless Project’ 홈페이지 갈무리
▲ San Francisco chronicle의 ‘Homeless Project’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 사이트 : San Francisco chronicle의 San Francisco homeless project 홈페이지]

권력을 감시 비판할 뿐 아니라 해결책까지 촉구하는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시민들이 느끼게 됐다는 말이다. 독자의 자부심과 언론사 존재의 이유… 이거야말로 우리 언론, 특히 지역 언론들에게 꼭 필요한 자산 가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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