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연합뉴스에서 1년 넘게 ‘기사형 광고’를 작성하며 ‘박OO 기자’ 바이라인을 사용했던 홍보사업팀 박모씨는 연합뉴스에서 퇴사했다.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문제가 보도되며 사태가 커졌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박씨는 ‘1년 11개월’을 계약한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연합뉴스에 기자페이지도 이메일도 없는 ‘기자’가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문제를 심의했고 8월25일 ‘연합뉴스 기사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을 의결했다. 이후 11월12일 뉴스 제휴 계약 해지를 권고,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메인화면에선 연합뉴스 기사를 볼 수 없다.

연합뉴스는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를 포털의 ‘보도자료 섹션’이 아닌 ‘기사(뉴스)’에 송고해 문제가 됐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기사형 광고를 일반 기사처럼 보이게 편집하며 독자를 기만해온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 타임라인.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논란 타임라인. 디자인=안혜나 기자

또 다른 문제는 기사형 광고 실태가 드러나면서 이를 제작해온 당사자들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 인력에게 부적절한 업무를 상시적으로 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 중심에 있던 박씨는 홍보사업팀 직원으로 비정규직이었다. 그는 ‘박OO 기자’라는 바이라인으로 2019년 10월부터 올 7월까지 기사형 광고 2000여건을 작성했다.

▲채용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연합뉴스 홍보사업팀 임시직 모집 공고. 보도자료 편집 보조 업무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고를 통해 채용된 홍보사업팀 임시직 직원은 '기사형 광고'를 주로 작성하는 업무를 했다.  
▲채용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연합뉴스 홍보사업팀 임시직 모집 공고. 보도자료 편집 보조 업무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고를 통해 채용된 홍보사업팀 임시직 직원은 '기사형 광고'를 주로 작성하는 업무를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 외에도 홍보사업팀 임시직으로 기사형 광고를 작성해 온 이들은 10명에 달했다.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기사형 광고 100여건을 작성했고, B씨 역시 비슷한 기간 700여 건의 기사형 광고를 작성했다.

C씨는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100여건을, D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800여건의 광고형 기사를 송출했다. 그 외 임시직으로 기사형 광고를 작성해온 직원들은 각각 적게는 몇십 건에서 1000건 이상의 기사형 광고를 작성해왔다.

최근 문제가 된 박씨가 작성한 기사형 광고 2000여건은 연합뉴스가 바로 삭제했지만, 이전 임시직들이 작성한 기사형 광고 다수는 삭제하지 않았다. 

기사형 광고를 작성한 모두가 임시직인 것은 아니다. 홍보사업팀에는 임시직 외 정규직 사원이거나 기자 출신 직원도 함께 일했고, 2012년 홍보사업팀 사원으로 기사형 광고를 수천 건 작성한 인사 가운데 현재까지 연합뉴스에서 일하고 있는 사원도 있다.

▲연합뉴스의 홍보사업팀 임시직들이 작성해온 기사형 광고. 연합뉴스는 최근 2000여건의 기사형 광고를 일제히 삭제했지만, 박 모씨 외 임시직이 작성한 기사형 광고는 삭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의 홍보사업팀 임시직들이 작성해온 기사형 광고. 연합뉴스는 최근 2000여건의 기사형 광고를 일제히 삭제했지만, 박 모씨 외 임시직이 작성한 기사형 광고는 삭제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2012년 당시에도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행태를 보도했다. 10여년 이상 기사형 광고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이 업무는 ‘상시 업무’에 가깝지만 최근까지 기사형 광고를 작성한 것은 임시직들이었다.

[관련 기사: 국가기간통신사의 이상한 알바]

▲2012년 연합뉴스가 포털 다음에 송고했던 기사형 광고. 기사 날짜를 확인해보면 2012년임을 알 수 있다. 
▲2012년 연합뉴스가 포털 다음에 송고했던 기사형 광고. 기사 날짜를 확인해보면 2012년임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 전 직원 “2030 청년 소모품 취급, 비윤리적”

미디어오늘은 지난 1일 연합뉴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가 퇴사한 직원을 만났다. 이 인사는 “퇴직금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규직 고용을 하지 않으려 보통 11개월, 길게는 1년 11개월로 계약을 맺었다”라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20~30대 청년들을 이렇게 소모품 취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합뉴스 관계자 중 일부는 비정규직들에게 ‘연합뉴스가 참 좋다.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황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직 직원은 “연합뉴스가 상시 업무에 있어서는 정석적으로 공채·인턴을 뽑고, 또 제대로 일을 한다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줘야 한다”며 “상시적 업무에도 비정규직을 쓰는 건, 정규직일 경우 호봉을 올려줘야 한다는 점, 예산 문제로 어려울 때 바로 해고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비정규직 운용”

미디어오늘은 7일 연합뉴스 측에 △기사형 광고(뉴스정보)를 제작하는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이유 △상시적 업무인데도 비정규직이 이 업무를 해온 이유 △연합뉴스의 비정규직 비율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연합뉴스 입장 등을 질의했다.

연합뉴스 측은 연합뉴스 비정규직 비율 등 고용실태 파악에 관한 질의에 구체적 답변을 피하는 대신 “연합뉴스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계약직 비정규직 인력과 파견근로자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 측은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로 알려진 뉴스정보 서비스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현 경영진 출범(9월15일) 이후 관련 부서 및 서비스를 전면 폐지했다. 나아가 자성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 쇄신을 위해 연합뉴스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연합뉴스 공적책무 강화’ 노사 공동위원회를 지난달 23일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공동위원회는 뉴스정보 서비스에 관한 진상규명에 착수한 상태”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낡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파해 나갈 예정이다. 노사 공동위원회는 과거 홍보사업팀 업무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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