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예산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한 많은 보도가 이어졌다. 예산안 통과 보도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개념 3개를 말해보자. 

쪽지예산. 

많은 언론에서 ‘쪽지예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국경제, 한겨레, 국민일보 등은 사설을 통해 쪽지예산을 비판했고 다른 많은 언론도 주요 기사를 통해 ‘쪽지예산’을 비판했다. 그러나 ‘쪽지예산’은 잘못된 단어다. ‘쪽지예산’은 예산안 심의자료에 없는 ‘갑툭튀’ 증액 예산을 뜻하는 단어다. 예산안 심사자료에도 없는 사업이 증액됐다는 의미는 비공식적인 ‘쪽지’나 카톡을 통해 증액 의견이 전달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사에서 말하는 쪽지예산은 정부 원안이 0원이지만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이다. 정부 원안이 0원이라고 예결위 공식 심사자료에 없는 것은 아니다. 예결위원들은 예산안 심의 전에 예결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증액 또는 감액 사업리스트를 ‘서면질의’를 통해 신청한다. 정부원안에 없는 증액 사업도 서면질의를 통해 예결위 심의자료에 공식적으로 실리게 된다. 정당한 국회 심의과정의 일환이다. 비공식적 ‘쪽지’가 아닌 공식적 서면질의까지 ‘쪽지예산’이라고 칭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식 서면질의와 비공식 쪽지예산을 모두 구분하지 않고 ‘쪽지예산’이라고 부른다면 오히려 비공식적인 ‘쪽지예산’이 면죄부를 얻게 된다. 공식적 서면질의 속에 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4~5년 전부터 공식 서면질의를 통하지 않은 쪽지예산은 거의 없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쪽지’가 아니라 ‘비공개’다. 국회의 거의 모든 증액심의는 법적 권한 없는 ‘소소위’에서 비공개 논의를 통해 진행된다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 국회 본회의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국회 본회의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슈퍼예산. 

대부분 언론에서 ‘슈퍼예산’이라는 단어로 내년도 예산 규모를 설명한다. 특히 매년 슈퍼예산이라는 말을 반복하기에 지겨웠는지 초슈퍼예산이라는 말은 물론, 급기야 중앙일보는 ‘수퍼울트라 예산’이라는 제목도 등장했다. 슈퍼예산이라는 말은 정상(normal)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미로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근거를 보면, 정부지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600조원이 되고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인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논리 말고는 사실상 없다.

그러나 매년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국가지출 규모는 매년 최댓값을 갱신하는 것은 정상(normal)이다. 슈퍼가 아니다. 또한, 국가채무는 지속해서 누적되는 저량(stock) 개념이기에 매년 사상 최댓값을 기록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누적되는 국가채무 절대량보다 재정수지를 전년도와 비교하는 것이 슈퍼예산 여부를 판단하는데 더 중요하다. 

▲ 지난 3일자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지난 3일자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그런데 중앙일보 “대선의 해, 예산 더 늘렸다…‘수퍼예산 넘어 수퍼울트라 예산’” 기사에서 그래프가 좀 이상하다. 분명히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90조원보다 2022년도 정부안은 큰 폭으로 줄어든 -55조원이다. 국회심의과정을 통과하면서 조금 더 줄어들어 -54조원이 된다. 숫자는 이렇게 큰 폭으로 줄어드는데 그래프 변동은 알아채기 어렵다. 55조원밖에 안되는 통합재정수지와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를 같은 스케일로 그렸기 때문이다. 분리된 그래프를 굳이 동일한 스케일로 그릴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국가 예산 추이.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에 국가 예산 추이라는 그래프 이름이 보인다. 그러나 정확한 명칭은 ‘총지출’ 추이라고 해야 맞다. 내년도 607.7조원은 예산액과 기금액을 합친 규모다. 예산액과 기금지출액을 합친 규모는 ‘총지출’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 지난 4일자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지난 4일자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예산’이란 단어는 개념 파악하기가 정말 어려운 단어다. 일상생활에서는 보통 지출 규모를 ‘퉁쳐서’ 예산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예산이라는 공식용어는 기금지출을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의 지출액을 뜻한다. 그래서 기금 지출액까지 합쳐서 표현하고자 한다면, 총지출이라는 단어를 써야 정확하다. 거의 모든 기사에서 예산이라는 말과 총지출이라는 개념이 혼동해서 쓰이고 있다. 예산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개념 사용을 권장한다.

이외에 중요하지만 언론이 잘 다루고 있지 않은 사실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란 정부안을 증액하거나 감액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증액된 규모는 8.9조원이고 감액된 규모는 5.6조원이다. 그래서 순증감액은 3.3조원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잘 다루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 공식적 심의기구인 국회 예결위 소위에서의 증감액 규모는 얼마일까? 놀라지 마시라. 증액은 0원이고 감액은 1.2조원이다. 예결소위 마지막 회의까지 총 감액규모는 1.2조원인데 실제 본회의에서 통과된 감액규모가 5.6조원이니, 5.6조원 감액 중, 4.4조원은 ‘소소위’라고 불리는 ‘비공식 밀실 협의체’에서 발생한 감액이다. 그리고 공식 예결위 심의중에는 증액심의는 전혀 진행하지 않는다.

즉, 증액 8.9조원은 사실상 전액이, 감액 5.6조 중, 4.4조원은 소소위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된 국회의 합법적 예산심의를 분석하는 기사가 다 무슨 의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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