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난맥상이 드러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주요 일간지들은 6일자 사설에서 공수처를 비판했다. 진보·보수신문 모두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피고발인으로 적시된 고발장이 지난해 총선 직전 당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김웅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조성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순으로 전달됐다는 의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중에 벌어진 사건인 만큼 검찰의 고발 사주 배후에 윤 후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컸다. 

▲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지난 1월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지난 1월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공수처는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체포영장, 1·2차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공수처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성급하게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피의자 방어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공수처는 이번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으로 6일 손 검사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공수처는 손 검사 한 사람을 두고 체포영장에 이어 1·2차 구속영장까지 세 차례 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며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공수처 또한 수사력을 의심받으며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향은 공수처가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사건을 꺼낸 데 대해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공수처가 다른 타깃으로 방향을 틀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향은 “공수처는 지난 1월 고위공직자 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단 한 명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고 단 한 건의 공소도 제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수처는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면서,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한다. 철저한 자성, 발본적 쇄신으로 수사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공수처가 지난 1월21일 공식 출범한 이후 국민에게 보여 준 것은 사실상 ‘무능’밖에 없다고 본다”며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자에 대해 신청한 영장이 세 차례 모두 기각된 것은 기본적인 수사 능력을 갖추지 못한 부실 조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김진욱 공수처장이 취임사에서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강조한 뒤 “그렇게 각오를 밝힌 지 벌써 1년이 다 돼 가지만 국민은 벌써 ‘정치적 중립’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첫 사건으로 선택한 것도 중립 의지를 애써 강조하는 ‘보여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혹평했다. 

이어 “공수처가 야당 유력 대선후보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도 진상을 밝혀냈다면 박수를 받고도 남았을 일”이라며 “하지만 관련 수사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도 핵심 피의자의 신병 확보마저 불발로 끝나면서 공수처의 순수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를 척결해 국가 투명성과 공직사회 신뢰성을 높인다는 공수처의 당위성마저 완전히 부인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밝혀낼 수사 능력조차 결여된 조직의 정치인 수사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인적 구성을 정상화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면 수장 교체는 빠를수록 좋다”며 ‘수장 교체’를 촉구했다. 

▲ 경향신문 6일자 사설.
▲ 경향신문 6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최근 공수처의 행보는 인권 수사와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며 “법원은 공수처가 실시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보기 드문 망신이다. 공수처 인력 상당수는 지금 야당 관련 수사에 매달려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운국 공수처 차장(고발사주 사건 수사 주임검사)은 지난 2일 손 검사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며 “능력 부족을 자인한 셈인데, 그럴수록 겸손한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마땅하다. 아마추어니 멋대로 칼춤을 추는 걸 이해해 달라고 호소해 봐야 실소를 자아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출범 초기부터 이성윤 서울고검장에게 김 처장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키더니, 최근엔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을 이유로 수원지검을 압수수색해 비난을 자초했다”며 “1년이 안 돼 폐지론이 나오는 사태를 공수처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보다 어설프면서 더 편향적인 수사기관은 우리나라에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손 검사의 신병 확보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수순”이라며 “하지만 공수처는 이번에도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결정적 우를 범했다고 한다. 부실수사를 하고도 영장을 쳤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사실상 좌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공수처는 그동안 각종 사건에서 압수수색만 하면 ‘위법 논란’에 휘말렸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수사해 온 12건의 사건 가운데 4건이 친여성향 시민단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고발한 것이니 그럴 법도 하다”고 했다. 이어 “무능에 정치편향까지 의심받으니 공수처 폐지론이 제기되는 게 하등 이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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