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최초로 가구별 맞춤형 광고인 ‘어드레서블TV’(Adrressable TV) 광고에 나선다. 기존 방송 광고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실에서 타깃팅 광고로 활로를 찾는다는 취지다.

어드레서블TV 광고는 IPTV 시청자 대상의 타깃팅 광고를 말한다. 셋톱박스로 수집한 시청 기록 등을 활용해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의 특성과 관심사에 따라서 서로 다른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IPTV 3사(KT·SKB·LG유플러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어드레서블TV 광고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MBC는 이달부터 어드레서블TV 광고를 도입했다.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첫 사례다. 그간 SBS와 KBS는 SBS플러스, KBSN스포츠 등 자사 PP에 어드레서블TV 광고를 적용하고 있다.

MBC는 지상파 TV 방송 광고 시장의 한계로 어드레서블TV 광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의 연도별 실적은 2014년 2조원대가 무너진 이래 하락세를 이어가다 지난해엔 1조원대 아래로 추락했다. MBC의 핵심시간대 20-49 평균 광고 시청률은 2011년 3.20%에서 2020년 1.06%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26일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한국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광고주협회TV가 공동 주최한 "광고의 진화 : 어드레서블 광고 3.0을 위한 과제" 진행 중 김영진 MBC마케팅영업부장 발표 화면.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지난달 26일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한국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광고주협회TV가 공동 주최한 "광고의 진화 : 어드레서블 광고 3.0을 위한 과제" 진행 중 김영진 MBC마케팅영업부장 발표 화면.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김영진 MBC 마케팅영업부장은 지난달 26일 한국방송학회 세미나(TV 광고의 진화 : 어드레서블 광고 3.0을 위한 과제)에서 “어드레서블TV는 2019년 말부터 고민했다. 더 이상 방송광고로서는 시장에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며 “올해 시장이 작년 대비 반등했지만 경쟁시장인 디지털광고는 제일기획 추산으로 6조, 종편·케이블은 2조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위기감을 설명했다.

김 부장은 향후 방송 광고의 가치는 ‘데이터’라고 강조하면서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방송광고의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개인적 욕심으로는 광고 시장에서 MBC 가치를 제고하고 싶었다. 누가 요새 지상파 TV를 보느냐는 시장에서 신선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드레서블TV를 시도하게 됐다”며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에 (어드레서블TV 광고 적용이) 확장될 것 같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BS도 교육광고 관련 어드레서블TV 광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경미 EBS 광고사업부장도 세미나에서 “EBS는 타 방송사에 비해 시청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타깃이 분명하다. 광고주가 원하는 메인 타깃이 EBS와 동일할 경우 더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며 “지금은 어드레서블TV 광고가 자동차, 금융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교육광고 시장에서 EBS 효율은 높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한국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광고주협회TV가 공동 주최한 "광고의 진화 : 어드레서블 광고 3.0을 위한 과제" 중 박태준 코바코 차장 발표 화면.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지난달 26일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한국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광고주협회TV가 공동 주최한 "광고의 진화 : 어드레서블 광고 3.0을 위한 과제" 중 박태준 코바코 차장 발표 화면.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이 같이 어드레서블TV가 침체된 방송 광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란 기대 한편에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의 의문들도 남는다. IPTV사들로서는 IPTV 가입 당시 받은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기반으로 셋톱박스를 통해 수집한 시청이력을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어드레서블TV 광고를 맞춤형 서비스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지, 타깃팅을 회피할 방안은 없는지 이용자 관점에서의 논의들이 필요하다. 셋톱박스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주체가 IPTV사이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주체가 광고 송출을 허용한 방송사인지 광고 송출을 수행하는 IPTV플랫폼 사업자인지 등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어드레서블TV 광고에 있어서 행태정보 규범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2021, 주인호)도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디케)는 “IPTV 시청 정보에 대해 광고를 목적으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 지적했다. “시청이력이 광고로 돌아온다는 것, 특히 같은 셋톱박스를 이용하는 가족의 시청이력을 기반으로 광고까지 봐야 한다는 건 더 불편할 수 있다”며 “정보를 알고 불쾌해지는 것과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불쾌해지는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변호사는 “어드레서블TV 광고를 위한 활용은 목적외 활용으로 볼 수도 있다. 이용자가 IPTV에 가입할 당시에는 없었던 서비스가 추가적으로 이뤄진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도 일정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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