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수도권 주파수 99.9 Mhz 새 주인은 누가 될까? 방송통신위원회 공모에 도전한 사업자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방통위는 ‘경기지역 지상파라디오방송사업 허가 관련 청취자 의견청취 실시 공고’를 내고 공모에 도전한 7개 사업자들의 사업 제안 요약문을 공개했다.

먼저 공모에 도전한 7개 사업자 모두에게 경기도민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 불확실한 지상파 방송 사업 환경에서 최소 100억 원 대에 달하는 고정 자산과 인력 투자를 결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 2020년 3월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가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 언론노조
▲ 2020년 3월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가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 언론노조

내년 1월 이후 발표될 최종 사업자 선정을 향한 7대1 경쟁은 ‘2공영-5민영 구도’로 요약된다. 2개의 공영방송 사업자는 ‘경기도’와 ‘도로교통공단’이다. 일각에서는 경기도의 방송사업 도전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연관시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방송 개시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그 전에 대통령 선거(3월)와 지방선거(5월)가 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가? 경기도가 선정되더라도 그 방송은 오로지 경기도민 선택에 달려있다.

5개 민영 사업자 면모도 만만치 않다. 현재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는 경인방송(라디오)과 OBS경인TV가 경기 지역 라디오에 도전했고, 신규 사업자로는 CBS 사장을 역임한 한용길 대표(케이방송)와 경기도지사 출신 임창열 대표(뉴경기방송), 구 경기방송 보도국장 출신 홍순달 대표 등 3인의 대표(경기도민방송)가 방통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들 7개 사업자들 요약문에서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투자 계획’이다. 지난 칼럼에서 밝힌 것처럼 라디오는 ‘좌초 자산’이 아니라 오디오 콘텐츠와 지역사회 커뮤니티로의 확장 잠재력이 있는 매체다. 문제는 투자 계획인데 지속적 투자 없이는 잠재력을 깨우는 게 쉽지 않다. 수십 년 간 오디오 콘텐츠를 독점해온 지상파 3사가 네이버의 오디오 시장 진출에 밀리고 있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방송 3사에서 라디오는 TV의 악세사리’라는 현업자 푸념이 떠오른다.

더구나 지상파 광고 점유율이 10년 새 반토막이 났다. 따라서 중소 방송을 지탱해온 ‘광고연계 판매’마저 장담할 수 없다. 지자체 협찬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보도, 제작 공정성이 위협 받는다. 그래서 투자, 투자, 투자 계획이 곧 라디오 공정성을 담보하는 중요 지표인 것이다.

가장 선명하게 투자 계획을 밝힌 곳은 경기도다. 방송 개시 후 1년간 190억 원을, 향후 5년간 594억 원의 재단출연금을 100% 도비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 ‘31개 시군이 참여하는 비영리 미디어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으로 답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인 도로교통공단 역시 방송 개시 후 1년간 125억 원을, 5년간 312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반면 민영 사업자들의 투자 계획은 다소 실망스럽다. 요약문이라서 그럴까. 방통위가 공개한 요약문에 따르면 향후 5년간의 투자 계획을 밝힌 사업자는 한 군데도 없었다. 라디오는 최소 5년의 정착 기간이 필요한 긴 호흡의 매체다. 

한 사업자는 납입 자본금도 명시하지 않고, 대신 5년간의 예상 매출액을 추산했다. 투자 없이 벌어들일 계획만 세웠다는 건지 당혹스러웠다. 또 다른 매체는 최대주주들 자산 상황만 기재했다. 납입 자본금 100억 원을 써낸 방송사업자의 요약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신규 투자는 20억 원이고 나머지 80억 원은 유상증자였다.

확실한 투자 계획 없이 미래도 없다. 이는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도 돌연 방송국 문을 닫아버린 구 경기방송이 남긴 뼈아픈 교훈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플랫폼이 합종연횡하는 2021년 미디어 생태계가 경고하는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하루아침에 20년 직장을 잃어버린 구 경기방송 종사자 입장에서 ‘채용’이라는 키워드가 너무도 간절하지만 다시는 ‘종업원’으로 살지 않고 ‘언론인’으로 살겠다는 결기로 외쳐본다. 투자 없이 매출도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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