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사망에 청와대가 “명복을 빈다”면서도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짧은 입장문이었지만 최근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 사망 때와는 사뭇 다른 온도가 드러났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격식을 갖춘 브리핑이지만 곳곳에서 지난달 노태우씨 사망 때와는 다른 행간이 읽힌다. 먼저 이날 브리핑 제목인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관련 박경미 대변인 브리핑’,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 추모 메시지 관련 박경미 대변인 브리핑’이라는 제목과 달리 “추모”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 평가도 수위가 다르다. 노씨 사망 당시엔 문재인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그의 공과 과를 함께 거론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전직 대통령 사망 관련 브리핑 내용. 사진은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전직 대통령 사망 관련 브리핑 내용. 사진은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전씨에 대해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메시지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을 전했던 노씨 때와 달리, 이번엔 박경미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갈음한 점도 발언 주체에 따른 무게감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취재진은 노씨 사망일로부터 하루가 지나 입장을 밝혔던 청와대가, 전씨에 대해선 사망 당일 브리핑한 이유를 묻기도 했다. ‘하루 빠른’ 메시지의 배경을 물은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인 이유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브리핑을 위한 호칭”으로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면서 예우로 해석될 여지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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