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그때그때 다르다. 하루 만에 전 거래일보다 5.2% 올랐으니 삼성전자 주식은 크게 올랐다고 표현하면 팩트다. 그러나 지난달보다는 하락했다는 표현도 맞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작년보다는 상승했다는 분석도 팩트다. 시기를 어떻게 끊냐에 따라서 폭등과 폭락, 어떻게도 표현할 수 있다. 

▲ 삼성전자 주가와 거래량
▲ 삼성전자 주가와 거래량

 

‘IMF, “한국 GDP 대비 국가채무 증가속도, 35개 선진국 중 1위”’라는 연합뉴스 기사가 거의 모든 언론에 인용됐다. IMF가 “나랏빚 증가 속도 한국이 최고”라고 경고했다는 사설로도 확대 재생산됐다. 

그러나 IMF는 한국이 선진국 중,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연합뉴스가 IMF 자료를 그렇게 해석했을 뿐이다. IMF의 자료를 다른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에 따옴표(“”)를 쓴 것은 오보 수준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따옴표의 용례를 배운 바 있다. IMF의 워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따옴표를 쓰면 안 된다. 그러나 연합뉴스를 인용한 무려 60여개 뉴스는 거의 모두 연합뉴스의 해석을 IMF의 워딩처럼 제목에 따옴표를 달았다. 굳이 따옴표를 달려면, ‘연합뉴스, “IMF 자료를 통해 한국 국가채무 증가속도 선진국 중 1위라고 해석”’이라고 정정해야 한다. 

▲ 연합뉴스의 해석을 IMF의 워딩인 것처럼 잘못 보도한 기사들
▲ 연합뉴스의 해석을 IMF의 워딩인 것처럼 잘못 보도한 기사들

 

물론, 연합뉴스의 해석도 팩트는 맞는다. 다만, 삼성전자가 급등했다는 것도 팩트고, 급락했다도 팩트다. 기간을 어떻게 끊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어가 무엇인지에 따라도 달라진다. 주가가 급등했던 오늘도 거래량은 급감했다. 즉, 주어가 주가라면 급등이지만 거래량이라면 급감이다. 그래서 연도별 증감률 기사를 볼 때, 주의해야 할 구체적인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합뉴스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가채무비율 변화를 비교했다. 21~26년 사이 국가채무 비율 증감은 한국이 15.4%p로 가장 높다. 그런데 다른 선진국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년, 21년도에 부채를 엄청 발행해서 재정수지가 대단히 안 좋아졌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반이다. 즉, 선진국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20년, 21년보다는 이후 개선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아서 채무비율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직전인 19년과 21년도 부채비율 증감을 비교해 보자. 한국은 불과 9.2%p 나빠졌으나 G20 선진국은 무려 20.1%p나 하락했다. 이렇게 선진국은 바닥에서부터 비교하고 한국은 바닥으로 가는 기간을 비교하면 오해의 소지가 크다.

또한 2026년도는 아직 한국의 예산안은 물론 중기재정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다. 한국 재정당국 계획과 상관없는 IMF의 추정치다. 다만, 2022년 예산안은 이미 발표됐다. 코로나19 직전인 19년도 채무비율과 예산안이 발표된 내년도 22년도까지 채무비율을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은 19~22년 사이에 채무비율이 13%p 증가한 반면 G20 선진국은 17.4% 증가했다. 거의 비교 대상 선진국 중 채무비율이 가장 적게 증가한 수치다. 

▲ 연합뉴스가 인용한 IMF fiscal monitor 채무비율 수치. 자료=이상민
▲ 연합뉴스가 인용한 IMF fiscal monitor 채무비율 수치. 자료=이상민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삼성전자는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어제보단 오르고 지난달보단 떨어졌으며, 작년보다는 올랐다. 오르는 추세일까? 내려가는 추세일까?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주어가 주가라면 어제보다는 올랐지만, 거래량이라면 어제보다 떨어졌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많다. GDP 대비 채무비율도 있지만 재정수지도 가능하고 국채 이자지출액 비율도 가능하다. 한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많은 재정지표를 모두 고려하고 각각의 기간별 증감도 모두 고려해서 다층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

다시 말해 언론은 한가지 팩트만으로 너무 강한 서사구조를 만들면 안 된다. 다양한 재정지표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너무 어렵다고? 그럼 쉬운 것부터 하자. 워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아니라면 따옴표 쓰지 않기.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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