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새롭게 달라지는 정부광고 집행의 핵심은 ABC협회가 매년 내놓던 “조선일보 몇 부 중앙일보 몇 부” 같은 유료부수 대신 ‘사회적 책임’을 핵심지표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매체의 광고효과만 따졌는데, 앞으로는 매체의 신뢰도를 광고 지표로 삼는다. 세금으로 운용하는 연간 정부광고비 규모는 1조 1000억 원으로, 전체 광고시장의 9% 수준이다. ‘사회적 책임’ 지표가 활발히 활용돼 일반 기업의 광고 집행기준까지 확장된다면 언론의 상업성‧정파성은 어쩌면 광고 수익 감소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언론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이 같은 정부 정책 변화가 의미 있는 이유다. 

관건은 ‘사회적 책임’ 지표를 얼마나 정교하게, 무리 없이, 광고 집행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정부광고 제도 지표 개선안을 보면 ‘사회적 책임’ 지표는 크게 △언론중재 △매체자율윤리기구 △광고자율심의기구 △편집·독자위원회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정정보도 등) 건수와 시정권고 건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등 자율심의 참여여부 및 심의 결과(주의/경고 건수), 편집위 및 독자위 설치·운영 여부가 ‘사회적 책임’을 판단하는 세부 기준이 된다. 

▲문체부 정부광고 제도 지표 개선안. ⓒ문체부 
▲문체부 정부광고 제도 지표 개선안. ⓒ문체부 

이 같은 개선안은 사회적 책임을 측정하기에 완벽할까. 보완의 목소리가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2일 문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또 다른 핵심지표인 열독률과 관련, “열독률은 해당 매체에 대한 독자의 신뢰와 연관 관계를 갖지는 않으며 표본조사 기간 무가지의 살포로 언론사의 작위적인 열독률 제고 경쟁에 취약하다”면서 “효과성보다 사회적 책임 및 언론사 운영의 정상적인 조건을 갖추었는지가 광고매체 선정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표 유형은 ⓵기본지표 ⓶사회적 책임 지표 ⓷이용률 지표순으로 구분해 효율성보다 공익성이 정부광고 의뢰의 우선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매체 효율성보다 공익성을 우선으로 한다면 정상적인 언론사로 갖추어야 할 지표들은 참고지표가 아닌 기본지표로 구분해 정부 광고 집행 매체의 기본자격(탈락기준)을 규정하거나 감점 구간을 확대해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 관련 지표들은 구간별 배점 격차를 높여 광고주가 언론의 신뢰도를 효율성보다 더 높은 비중을 둘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년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근거로 조사대상 언론사의 59.9%가 편집위원회를 두고 있다며 편집위 설치는 기본지표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정부광고 집행에선 열독률보다 얼마나 해당 매체가 공익성을 담보하는지를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업단체인 언론노조가 ‘사회적 책임’ 지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반면, 사용자단체인 한국신문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언론노조 “사회적 책임 지표 비중 높여야” 
신문협회 “정부광고 집행기준으로 부적절”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1일자 신문협회보에서 “정부광고 지표는 엄밀히 따지면 광고효과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사회적 책임 등 정성지표를 추가하고 있다. 또 각 매체의 법령 준수 여부, 인력 현황, 4대 보험 납부 현황 등을 참고지표로 설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성 지표는 저널리즘 이행 여부 등을 판단하는 언론진흥기금 및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지표로는 일부 타당하나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는 부적절하다. 이는 정부광고 효과, 도달률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정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문체부 기자간담회에서 황성운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정부는 공익을 추구하는 광고주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 지표를 (집행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는 열독률이 주요 지표가 될 수밖에 없지만 (정부 광고주가)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조한다면 열독률보다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선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이제는 (정부 광고 집행에서) 실제 광고를 얼마나 많이 보느냐와 더불어 부정적 이슈가 없는 신뢰할만한 매체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협회는 사회적 책임 지표로 사용될 언론중재 건수와 관련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슈를 주로 다루는 시사 전문 매체와 스포츠 전문지는 중재건수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기사나 취재량이 많은 언론사가 그렇지 않은 언론사보다 직권조정, 시정권고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매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중재 건수를 지표로 삼는 것은 매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자칫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선 언론노조 역시 신문협회와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다. 언론노조는 “(언론중재 건수가) 지표에 포함될 경우 오히려 중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언론사들에 대한 불이익이 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회적 책임 지표 포함에 세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또한 “중재 건수의 경우 자체 취재와 오리지널 보도를 열심히 하는 매체일수록 중재 건수가 많을 수 있는 반면 표절을 전문으로 하는 매체의 경우 중재위로 가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언론중재 건수의 경우 직권조정을 제외하고 시정권고 건수만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해 보인다. 

▲Gettyimages.
▲Gettyimages.

문체부가 설계한 사회적 책임 지표는 이대로 연말에 확정돼 내년부터 정부 광고 집행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해야 할 대목은 없을까. 심영섭 겸임교수는 “고충처리인(옴부즈맨) 운영도 사회적 책임 지표에 포함되면 좋다. 편집‧독자위원회 회의록 공개, 독자 불만 처리 결과 등을 연간보고서로 내는 것에 점수를 더 주는 식으로 운영실태 점수를 체계적으로 등급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구체적일수록 점수를 더 주는 식의 차등화”라고 설명했다. “정성 지표가 정부광고 집행기준으로 부적절하다”는 신문협회 주장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 지표는 사실 언론이 원래 해야 할 역할이다.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 정부 광고는 언론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에 정부 광고를 더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기자로 재직하며 화천대유 지분 100%를 소유한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화천대유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7호 대주주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최근 유죄판결이 나온 머니투데이 사내 성추행 사건 등을 언급하며 “정부 광고를 살펴봤더니 머니투데이 계열사가 많은데, 계열사를 다 합치면 지난해에만 132억 원을 받았다. 머니투데이에 제기되는 혐의와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 정부 광고를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 등까지 포함해 현재 참고지표로 활용될 ‘법령준수’ 여부를 핵심지표로 사용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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