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공영방송 모델을 기대하고 있는 경기도민으로서 자연스럽게 옆 동네인 서울의 TBS 교통방송 모델을 눈여겨보게된다. 미디어재단으로 거듭난 이들이 뭘 잘하고 아쉬운 점은 어떤 건지, 그렇게 살피다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방통위 허가사항 - 상업광고방송 제외”

TBS FM은 광고를 못 받는다. 지난 1990년 개국할 때부터 광고를 받을 수 없었고 개국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광고를 받을 수 없다. 왜 일까?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며 TBS도 이제 광고를 받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했고, 김어준 진행자는 시장님이 나서서 광고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맞받아쳤다. 내년에 선거가 있는 만큼 이 공방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 될 전망이다. 그래서 이참에 알아봤다. TBS 라디오는 왜 상업 광고를 받을 수 없는 건지.

▲ 1990년 6월11일, 서울특별시 주변 지역(인천광역시, 경기도, 충청남도 일부)을 방송 권역으로 하는 TBS FM(95.1㎒)이 개국했다. 사진=서울역사편찬원 제공
▲ 1990년 6월11일, 서울특별시 주변 지역(인천광역시, 경기도, 충청남도 일부)을 방송 권역으로 하는 TBS FM(95.1㎒)이 개국했다. 사진=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 왜 30년 전에는 광고를 받을 수 없었나?

지난 1990년 개국 당시, 방통위는 tbs FM이 ‘교통 및 기상정보를 독점 제공하는 지자체(서울시) 산하의 사업소’ 위상이기에 방송 공공성을 위해 상업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당시로는 맞는 말이었다. 서울시의 교통정보와 기상정보는 서울시가 독점 제공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티맵, 카카오맵 등 누구나 휴대폰을 통해 민간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교통 정보에 접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이상 독점적 제공자가 아니다. 서울시 산하 사업소 위상도 아니고. 당연히 상업 광고를 허용해달라는 TBS의 요구가 계속됐다.

2. 왜 3년 전에도 광고를 받을 수 없었나?

지난 2019년 TBS는 방통위에 두 가지 변경사항을 요청했다. 하나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가 아닌 재단법인으로의 법인분할이었고, 또 하나는 FM 라디오의 상업광고 허용이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법인화를 허용하면서도 광고는 풀어주지 않았다. 방송국 연간 예산 440억 원 가운데 375억 원 이상이 서울시 전입금이라서 재정안정화가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른 데 있던 것 같다. 다른 방송사들의 반대. 방통위에 따르면 당시 6개 라디오 방송사가 TBS의 상업광고허용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보도만 봐도 다른 방송사들이 TBS의 광고허용을 얼마나 경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11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앞세운 TBS FM의 청취율은 수도권 라디오 채널 중 2위, 김태훈 경향신문 기자는 이런 TBS가 광고시장에 진입할 경우 연간 200억~300억 원 정도를 예상하며 이럴 경우 방송3사는 물론 중소방송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제공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제공

“한 공영방송의 자체 분석자료를 보면 특히 MBC와 KBS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tbs가 전체 라디오 광고시장의 20%까지 잠식할 경우 MBC는 100억원 이상 축소될 전망이다. (중략) 한 지역 라디오방송 관계자도 “타격을 입는 정도는 중소 방송사 쪽이 더 심각하다”며 “지역방송 발전기금같은 지원책이나 광고 배분에 있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2019년 11월9일)

3. 그럼 앞으로는 광고를 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지상파 광고가 8년만에 반토막 난 상황에 다른 방송사들은 여전할테고 방통위 역시 결합판매 수술을 준비하는 마당에 몸을 사릴게 예상된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오세훈 시장은 TBS 뿐 아니라 수많은 마을 미디어에도 손을 댔다. 이 참에 마을 미디어, 공동체 라디오 등 풀뿌리 미디어들과의 허브 역할을 오히려 강화하면 어떨까. 기존의 교통 통신원에 더해 서울시 기후변화, 재난정보, 안전생활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시민통신원 10만 명 정도를 꾸려낸다면? 누구도 손 대지 못할 시민의 채널로 깊게 뿌리내릴 것이다. 지자체나 방통위와의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형 공영방송의 기본은 ‘시민네트워크’에 있다. 방송의 미래도 그곳에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