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와 SBS 사측의 단체협약과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TY홀딩스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SBS미디어홀딩스에 대한 흡수합병을 승인해, SBS는 TY홀딩스의 직접 지배를 받게 됐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날 태영건설과 지주회사 TY홀딩스가 들어선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 대주주는 SBS 뉴스가 비판했던 노동 탄압을 똑같이 자행하며 역주행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퇴행의 질주를 멈추고 단체협약과 임명동의제를 복원하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금 TY홀딩스 사옥에서 열리는 주총 이후엔 미디어홀딩스를 통한 SBS 간접 지배가 이제는 TY홀딩스의 직접 지배로 바뀐다”며 “그러나 대주주인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은 SBS 구성원에 어떤 설명도 없었고, 되레 방송 사유화와 보도개입을 막기 위한 최소 장치를 없애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이 날은 SBS 창사 31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이 시각 SBS에서 창사일 기념식이 열리지만 종사자 대표인 저는 갈 수가 없었다. 사측이 공정방송이라는 언론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을 훼손하고 노조를 무릎 꿇리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단협 파기 사태가 이어지자 지난 9일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을 한 상태다. 조정 기한은 오는 23일이다.

노사의 2017년 임명동의제 합의 당시 SBS본부장이었던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사태는 윤석민 일파의 언론노동자와 노조를 상대로 한 사적 보복”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대주주가 외환위기에 노동자 갈라치기에 나서 SBS 소속이던 현 SBS A&T 동지들이 자회사로 강제로 옮겨간 아픈 기억이 있다. 윤석민 당시 이사는 사태를 책임지로 회사를 나갔는데 간접 지배 체제로 다시 경영권을 승계한 뒤 노사관계가 역주행하고 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임명동의제 흔들기 뒤에는 단순히 윤석민의 의지만이 아니라, (박정훈 SBS 사장이) 노사관계 파탄을 적극 부추겨 임기 연장을 꾀하는 의도도 있다”며 “이제 그들이 치는 만큼 우리도 쳐야 할 때”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상보 SBS 영상기자협회 부회장과 김수영 SBS 기자협회장.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상보 SBS 영상기자협회 부회장과 김수영 SBS 기자협회장. 사진=김예리 기자

SBS 기자를 포함한 언론노조 SBS본부 조합원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상보 SBS 영상기자협회 부회장은 “SBS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폭행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SBS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볼 때였다”며 “그래서 노사 합의로 임명동의제를 만들었다. 사측이 이를 없애겠다는 건 다시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란 얘기”라고 했다. 김수영 SBS 기자협회장은 “이 자리에 없는 구성원들도 각자 자리에서 같은 뜻을 표하고 있다. 지치지 않겠다”고 했다.

장형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은 “단체협약은 사업장 내 법률보다도 상위의 효력을 가진다. 윤석민 회장이 단협을 무력화했다는 건 우리 노동조합이 이곳을 무법천지로 만들어도 된다는 얘기”라며 “마지막 경고”라고 했다. 장 지부장은 “부산일보에선 몰염치한 사장을 몰아내려, SBS에선 윤석민 회장에 무단협 해결을 요구하며 기자회견하는 것이 얼마 뒤 (호반건설이 대주주인) 서울신문 일이 되지 않을까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성명에서 “주주총회가 끝나면 대주주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무단협 상황을 이용해 구성원 최소한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대주주의 이익에 충실하게 복무할 이들로 SBS 책임자를 채울 것”이라며 “대주주와 사측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우리는 결코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 사옥 앞에서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SBS 대주주인 TY홀딩스 사옥 앞에서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와 임명동의제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TY홀딩스는 이날 오전 임시 주총을 열어 TY홀딩스의 SBS미디어홀딩스 흡수합병 계약을 승인했다. 사업목적에 광고와 광고대행사업, 수출입업을 추가했다. 또 소멸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신경렬 대표이사와 이금로 사외이사를 각각 TY홀딩스 사내·사외이사에 선임했다. SBS 대주주인 태영그룹이 소유경영 분리를 선언하며 설립했던 방송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가 13년 만에 소멸되면서 SBS는 TY홀딩스의 직접 지배 아래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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