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툰 부대 장병들이 지난 6월21일 오전 경기도의 한 모의훈련장에서 비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방부가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관한 소식을 일체 보도하지 말 것을 언론사에 요청한 것과 관련, '보도통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두차례에 걸쳐 자이툰 부대의 이동상황이나 일정, 날짜 등 일제의 관련사실을 보도하지 말라는 요지의 공문을 중앙언론사에 발송했다.

국방부는 지난 달 초 윤광웅 국방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지난 2일에는 남대연 대변인 명의의 공문을 보냈다. 남대연 대변인은 4일 저녁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병들과 현지 주민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부대의 이동 시기나 날짜, 경로 등을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이라며 "부대 이동이 다 끝나고 현지에 안착한 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보도에 협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변인은 "외신에게도 다 요청해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환송식' 일자를 보도하긴 했지만 대부분 언론들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국익, 장병 안전 고려 보도금지" 언론에 공문발송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은 이를 수용하고 자이툰 부대가 현지에서 본격 활동에 들어간 뒤부터 기사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이라크에서 한국인에 대한 테러 위험 등 현지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국익을 고려해 쓰지 않기로 했다"며 "당초 기자들에게 보도 자제 요청을 해 기자들이 '그러면 회사에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 회사로 공문이 두차례 발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날짜나 병력 규모, 인력 구성 정도 외에는 지금 보도해봐야 어차피 다 나온 얘기가 재탕 삼탕되는 내용이 많다"며 "어차피 철수하는 게 아니라면 안전을 도모하는 게 중요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반면, 국익을 고려한다고 해도 '명분없는 전쟁'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전쟁에 적어도 파병되는  과정까지는 보도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 현지에서 서희 제마부대가 아르빌로 이동하는 내용도 김영미 PD와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만 다뤘을 뿐 주요한 현지 상황에 대해 언론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알자지라 방송과 AFP통신 등 외국 언론들은 각각 "한국이 이라크 파병 관련 보도통제를 각 언론사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보도통제는 미국 주도로 이라크전에 파병한 30여개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다"고 보도하는 등 우리 국방부의 대언론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명분없는 전쟁에 파병되는 과정은 적극적으로 알려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조치를 어기는 언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민주 사회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어디까지나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로 언론사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중앙일간지 국방부 출입기자는 "국방부가 회사로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사고나 알림 형태로 보도자제 약속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 장병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고려"라며 "부대가 현지에 안착하기 전이라도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