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년차를 맞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MBC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잇따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MBC 예능기획센터는 그간의 논란에 해명하면서 ‘재단장’을 준비 중이라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9월 시청자회의록에 따르면 MBC 시청자위원들은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 몰래카메라’ 논란과, 스타 연예인의 호화로운 생활에 치우친 방송 내용 등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부분에 대해 개선이 없다는 질타가 이뤄졌다.

조선희 위원은 의견서를 통해 “쇄신없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출연자마다 보여주는 고가 주택과, 프로그램 취지와는 멀어져 버린 스타 생활 보여주기식 구성, 최근엔 기안84 씨를 대상으로 한 이상한 몰래카메라 등이 시청자들의 비판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몰래카메라’는 지난 8월 기안84가 10년 연재한 ‘복학왕’ 완결을 축하하면서 출연진 모두가 여행을 가기로 해놓고, 방송인 전현무씨만 참석한 방영분을 말한다.

▲8월13일 '나 혼자 산다' 여름방학 특집편 갈무리 ⓒMBC
▲8월13일 '나 혼자 산다' 여름방학 특집편 갈무리 ⓒMBC

조 위원은 “망신당하는 개인을 웃음거리로 소비한 회차는 많았다. 탈모, 나이, 패션, 생활 습관 등을 서로 우스갯소리 하며 지적하고 웃고 넘겼다”며 그간 ‘나 혼자 산다’가 출연자를 소비한 방식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에 “제작진 방치”가 더해져 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방송 초기 ‘나 혼자 산다’가 일반 대중과 괴리되지 않은 연예인의 삶을 보여준 반면, 최근엔 고가 주택의 호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다. 조 위원은 “‘1인 가구가 트렌드가 된 시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본다’는 프로그램 소개와는 다르게 멋들어진 취미를 보여주면서 세상의 눈높이와는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물었다.

일부 시청자위원들은 ‘나 혼자 산다’가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을 문제로 봤다. 앞서 ‘몰래카메라’ 방영분 직후엔 기안84가 출연진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고 있고, 일부 출연진이 이를 주도했다고 추측하는 의혹이 SNS, 유튜브 등에서 확산된 바 있다. 제작진은 8일이 지난 뒤 인스타그램 계정에 “멤버들 간 불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종현 위원은 “제작진은 사과문을 늦게 올리거나, 이번에는 SNS에 (입장문을) 올려서 시청자의 비난을 받았다. 때에 맞춰서 여러 창구를 동원해야 했다”며 “새로운 연출진과 작가진을 불러들여서 ‘나 혼자 산다’를 재단장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촉구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의 프로그램 소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의 프로그램 소개

최항섭 위원의 경우 “작년 8월 1차 의견서에서 청년실업, 주택난으로 허덕이는 ‘나 홀로족’에게 심한 박탈감을 가져올 수 있는 장면들이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문제를 이미 말씀드렸다”며 “1년 넘게 같은 문제들이 계속 지적되는 것에 대해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시청자 위원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당시 방영분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스케줄 조정이 어려웠고, 코로나19로 인해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을 2인 이하로 제한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전진수 센터장은 “(제작진은) ‘나 혼자 산다’는 리얼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그렇게 모이는 것 자체를 실제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으므로 모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한다. 잘못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제작진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했다.

사과문에 대해선 “PD 개개인의 감정으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프로그램과 출연자의 입장, 예능본부와 회사 입장의 의견들을 모두 취합해서 발표해야 하는 것이 공식 사과문인데 그러다 보면 감성적인 글보다는 드라이한 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내용적인 면이나 외적인 면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재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이 정도로 답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방송 ‘스페셜’ 편성 잦다는 지적…“개선책 마련할 것”

이 밖에 특정 프로그램 재방송이 ‘스페셜’로 편성되는 일이 너무 잦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광이 위원은 지난 8월30일~9월12일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1시 편성을 살펴본 결과, 평균적으로 예능 본방송 1건에 스페셜이 2건 이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성은 예산과 형편에 따라 이뤄질 것이고 이 의견서가 깊이 있는 분석을 담고 있다고 하기 어렵더라도, 시청자의 눈에 ‘스페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비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용어가 본뜻과 달리 정성을 다하지 않고 있음을 뜻하는 말처럼 인식된다”고 했다.

▲9월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중 '스페셜' 편성 지적 관련 대목
▲9월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중 '스페셜' 편성 지적 관련 대목

이에 조준묵 편성국장은 “‘스페셜’은 타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 등 방송계 전반에서 재방송을 뜻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며 “MBC는 현재 단순 재방에는 ‘일일드라마(재)’나 ‘수목미니시리즈(재)’처럼 ‘재방송’을 표기하지만, 대부분의 예능, 교양 프로그램의 재방에는 ‘스페셜’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이어 “방송 및 제작 환경의 변화로 2010년대 이후 예능, 교양 콘텐츠의 재방송 편성이 많아지고, 프라임타임에도 재방 편성이 많아지면서 스페셜 의미가 퇴색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본방송과 재방송, 재가공 콘텐츠를 구분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여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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