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박대표 정수장학회 손떼라” 사설 배경
중앙 “박대표 정수장학회 손떼라” 사설 배경
"정치적 훈수" 비판에 "내부 격론 끝에 설정한 아젠다"

중앙일보가 사설을 통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수장학회에 손을 떼라"고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5일자 <박근혜 대표, 정수장학회 손을 놓아라>라는 사설에서 "열린우리당이 '정쟁 차원의 조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나…현 이사장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자는 의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논란의 당사자인 박 대표도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8월5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정수장학회가 문제가 되는 근본 이유에 대해 "설립자인 김지태씨의 의사에 반하는 장확회 포기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며 "김씨의 유족이 수십년간 이의를 제기하고, 국회에서도 여러차례 거론됐다. 그런 만큼 어떻게 조사를 해도 장학회 포기가 자유의사였다는 결론은 나오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지금의 공격은 순전히 박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겨냥한 기획공격"이라며 "차제에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문제의 장학회와 관련을 끊는 한차원 높은 결단을 먼저 내림으로써 쓸데없는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마지막으로 "이런 결단을 통해 정치인 박근혜는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그가 하고자 하는 투쟁도 명분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언론사 중에서 중앙일보가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목소리다.

"내부 격론 있었지만 '손 떼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

중앙일보 논설위원실 관계자는 "전날 회의에서 격론이 있었지만 어차피 박 대표도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정리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정쟁과 정략은 있지만 박 대표가 손을 떼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 사설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표가 '대한민국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정수장학회를 강탈한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이 논의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우세했다"며 "물론 '정치적 정쟁적 차원에서 오히려 공격하는 쪽 입장을 봐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어차피 계속 불거질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계 일각에서는 중앙일보가 현재의 정국에서 박 대표의 판단에 훈수를 두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은 "정치권이나 말이 많은 언론인들이 사설 내용을 보고 그런 분석을 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렇게 볼 사안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정수장학회에 손 떼라'는 아젠다가 중앙일보 지면에 활자화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중앙일보 5일자 사설 <박근혜 대표, 정수장학회 손을 놓아라> 전문.

때아닌 정수장학회 논란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이란 기구를 만들었다. 당초 기업인이 만든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 장학회'로 바뀐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이 "정쟁 차원의 조사가 아니다"고 주장하나 그 목적이 뭔지는 뻔하다. 강압에 의한 장학회 포기라는 점을 부각해 현 이사장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자는 의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나라 살림은 엉망이고 민심은 폭발직전이다. 이런 판국에 야당 대표를 흠집 내려는 정치적 꼼수나 부리니 여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 대표도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박 대표로서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정치공세가 억울할 것이다. 이사장 직 유지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수장학회가 문제가 되는 근본 이유는 설립자인 김지태씨의 의사에 반하는 장학회 포기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 김씨의 유족이 수십년간 이의를 제기하고,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그런 만큼 어떻게 조사를 해도 장학회 포기가 자유의사였다는 결론은 나오기 힘들다. 이번 파동을 넘긴다고 논란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박 대표로서는 고려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게 누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 현명하다. 국민은 이미 박 대통령의 공(功)은 물론 과(過)에 대해 자세히 안다. 특히 박 대표가 지금 개인 박근혜가 아니라 야당의 대표라는 어려운 자리를 맡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공격은 순전히 박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겨냥한 기획공격이다. 차제에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문제의 장학회와 관련을 끊는 한 차원 높은 결단을 먼저 내림으로써 쓸데없는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 박 대표가 장학회의 이사장을 맡느냐 안 맡느냐가 국민으로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결단을 통해 정치인 박근혜는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그가 하고자 하는 투쟁도 명분과 힘을 얻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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