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과 만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방한 이래 통신 관계부처와 국회를 찾아 ‘협상’ 의사를 밝히면서도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점만 강조했다는 평가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넷플릭스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돼 세계적 흥행을 거둔 ‘오징어게임’ 관련 요소를 곳곳에 마련했다. 간담회 장소엔 ‘오징어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영희 동상이 설치됐다. 가필드 부사장을 비롯한 넷플릭스 관계자들은 ‘오징어게임’ 등장인물처럼 초록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가필드 부사장의 인사말에도 ‘오징어게임’ 대사인 “깐부”(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가 자주 등장했다. 그는 “‘깐부’는 넷플릭스 정신을 잘 반영하는 단어라 생각한다”며 “한국 창작 생태계를 구성하고 계신 우리의 ‘깐부’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넷플릭스는 여러분이 알고 계신 넷플릭스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오늘날 스토리텔링 르네상스 시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한국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11월4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망사용료’ 무임승차 지적에 “넷플릭스 OCA, 트래픽 줄였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한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는 전용회선 이용대가를 지불하라는 SK브로드밴드(SKB) 요구에 불응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쓰지 않아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또한 한국과 가까운 일본·홍콩에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OCA)를 세워 데이터를 보내고 있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트래픽도 줄여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간 수백억원대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공급업자(CP)들은 현 상황이 ‘역차별’이라 반발하고 있다.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 OCA를 도입하면 ISP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다”며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OCA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ISP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무려 1조4100억원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콘텐츠 이용으로 인한 데이터 소비는) 대부분 소비자들의 인터넷 사용 대가의 2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망사용료를 한국 외에 지불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가필드 부사장은 “말을 기록하고 있는 분들 앞에서 사실이 아니면 당연히 말씀드릴 수 없고, 망사용료를 받고 있다는 ISP도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망사용료 내는 디즈니·애플OTT 사례에…“다른 기업 선택 존중”

넷플릭스와 달리 한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OTT들은 자체망이 아닌 CDN을 이용하면서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출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는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디즈니의 방침은 ‘선량한 시민’이 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애플TV플러스 역시 디즈니와 같은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가필드 부사장은 “다른 기업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넷플릭스는 이미 촬영이 끝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저희가 전송하는 콘텐츠에 맞는 CDN을 만들어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되레 “네트워크망 사용료 개념이 사업 규모를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에서 망사용료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반경쟁적이라는 이유이다. 가장 최신의 혁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가 될 거란 점”이라며 “유럽에선 2012년 각 사안별로 왜 망 사용료 관련 부분이 합당하지 않고 인터넷 생태계에 왜 바람직하지 않은가 분석했다”는 것이다.

SKB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에 대해선 “법적인 결과나 네트워크 비용 지급을 구독료와 연관 없이 별개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이상이 됐는데 한 번도 가격 인상이 없었다. 늘 검토 중인 건 사실”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정부, 국회 이어 언론 간담회…대통령 한 마디에 조급해졌다?

가필드 부사장의 방한 자체가 넷플릭스의 조급함을 반증한다는 해석도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망사용료 지급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합리적 망사용료 부과를 챙겨봐 달라”고 언급했다. 가필드 부사장이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선 이례적으로 2일 방송통신위원회,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국회 등을 찾은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문 대통령 말씀에 전적으로 존중하고 공감한다”면서 “문 대통령께서 네트워크 관련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방문한 것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스토리텔링, 기술, 네트워크와 생태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망사용료 지불과 관련한 법제화가 이뤄지면 따르겠느냐는 질문에는 “미래를 예측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넷플릭스는) 각 국가의 법을 존중하고 있고 법에 따라 활동하게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1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가졌다. ⓒNetflix

‘오징어게임’ 추가보상 논의…‘넷플릭스는 구독 모델’ 강조

한편 전날 국회를 방문한 가필드 부사장이 ‘오징어게임’ 추가 보상안을 논의 중이라 밝혔다고 전해지면서 구체적인 방안에 관심이 모였다. 가필드 부사장은 “시리즈를 만드는 데 함께했던 많은 분들과 수익을 어느 정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특정한 콘텐츠를 볼 때마다 요금을 내는 게 아닌 ‘구독’ 모델”이라면서 기본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변화하긴 어렵다는 뜻을 비췄다.

이날 가필드 부사장이 밝힌 입장이 그간 넷플릭스가 밝혔던 입장과 다르지 않아 ‘동어 반복’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간담회 말미엔 방한의 구체적인 목적이나 성과를 설명해달라는 질문도 나왔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번 방문이 뭔가 얻기 위한 건 아니다. 한 명이 승자가 되는 ‘오징어게임’이 아니다”라면서 “ISP 숫자가 1000여곳이란 수치가 한국에서 많이 보고되지 않았고, 전세계적으로 1만4000개 OCA가 사용되고 있다는 정보도 처음 말씀드린 것 같다. 올 한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억달러가량 투자했다는 정보도 많이 보도되지 않은 걸로 안다. 이런 것들이 회자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 오픈커넥트(OCA)=이른바 ‘새벽 콘텐츠 배송’. ISP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회원들이 자주 시청하는 콘텐츠를 새벽 시간대에 미리 저장해두는 방식. 넷플릭스 회원과 가까운 곳에 저장해둔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기 때문에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을 낮추고, 먼 거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비용을 절감해주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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