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측이 ‘2021년 임금 인상률이 통상적인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조선일보 노조에 말하자, 조선일보 기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임금 2% 인상은 사실상 동결, 체감상으로는 삭감이나 다름없다. 회사가 올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적인 임금 인상률을 하루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김인원)은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 사옥 1층 미술관 ‘조이’에서 대의원회의를 열고 진행 중인 2021년 임금협상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지난 21일 노조가 발행한 ‘조선노보’를 보면 회의는 올해 임금 인상률이 2% 정도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진행됐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노조는 “회사 측이 아직 올해 임금 인상률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노조에 ‘통상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며 ‘올해 물가 상승률을 하나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올해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 정도”라며 “올해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2% 넘게 올랐는데 임금 인상률이 예년의 2% 수준에 머문다면 사실상 임금이 동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노보를 보면 조선일보 기자들의 연도별 임금 인상률은 2017년 3%, 2018년 2.3%, 2019년 2.9%, 2020년 2%였다. 지난 8월 노조는 노보에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선일보의 9년간 평균 연봉 인상률은 ‘1.91%’에 그쳤다고 밝혔다. 노조는 2021년 임금협상에서 지난해 대비 ‘9%’ 인상안을 제시하겠다고 결정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2% 이상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로 △일이 늘었는데 임금은 제자리인 점 △임금으로 인해 퇴사하는 선후배들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점 △1등 신문인 조선일보의 업무량은 1등인데, 월급은 1등이 아닌 점 등을 들었다.

지난 18일 회의에 참석한 조선일보의 A기자는 “물가도 올랐지만, 무엇보다 업무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2% 인상은 납득이 안 가는 수치다. 회사가 ‘협상용’으로 제시한 최저점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다. 업무량을 정확히 계량화할 수는 없겠지만 온라인 강화하고 늘어난 일은 정말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15% 이상은 될 것이다. 업무량이 이렇게 폭발했는데 임금 수준은 그대로 두겠다는 건 ‘못 견디겠으면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조선일보의 B기자는 “회사 고위층은 물론이고 심지어 데스크조차 일선 현장 업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기자’라는 이유로 추가 업무가 어느 날 갑자기 늘어나고, 당연한 것처럼 지시하고, 만약 거부하면 이상하고 유별난 사람 취급하고. ‘어차피 뭘 더 시키더라도 너희가 어쩌겠느냐’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C기자도 “회사에서 일의 양을 정량적으로 따져보려는 노력도 해봤으면 좋겠다. 필드에서 기사 쓰는 사람 수가 너무 적어서 우리가 타사보다 1인당 일이 훨씬 많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차 이상의 조선일보 D기자는 “일이 많아진 만큼 임금을 올릴 수 없다면 그러지 못하는 이유라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매출이 줄지만, 영업이익은 수백억원씩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임금을 못 올리겠다는 건 구성원 임금을 틀어막아 영업이익을 유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노보를 보면 조선일보 영업이익은 2018년 210억원, 2019년 350억원, 2020년 301억원, 2021년 375억원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은 2018년 2.3%, 2019년 2.9%, 2020년 2%에 그쳤다.

5년차 미만의 조선일보의 E기자는 “비교적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선배들이 회사를 나가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회사는 사람들이 나가도 신경 쓰지 않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낮은 임금 인상률은 충격이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F기자는 “후배들이 내 기준에서는 ‘헐값’에 회사를 나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업계가 어려운 건 알지만 회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했다.

5년차 이상의 조선일보 G기자는 “다른 회사는 올해 ‘코로나 위로금’, ‘특별 성과급’ 형식으로 현금성 지원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우리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 재택근무를 최소화하고 현장을 지켰는데 연봉은 제자리라니. 이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H기자도 “우리 기사를 트집 잡고 시비 거는 공세가 워낙 많아 요즘은 정말 무슨 전쟁터에서 일하는 것 같다. 병사들 사기를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복지 혜택이고, 가장 큰 복지 혜택은 임금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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