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미디어공약이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정부가 가진 언론에 대한 모든 권력을 내려놓겠다”며 24일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공약’ 발표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내가 집권하면 SBS 8시 뉴스 싹 없애버리겠다”며 ‘언론 탄압’을 공약해 논란을 자초했던 인물답게, 이번 공약도 적지 않은 논란을 예고한 상황이다. 

홍 후보는 이날 “우리 언론 미디어 분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을 겪었고, 파행적 경영이 반복됐다. 우리 세계언론자유지수는 2021년 42위로 40위권을 맴돌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모든 언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대에 역행하는 언론중재법을 밀어 붙였다”고 평가한 뒤 “언론중재법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하고, 세계언론자유지수를 10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부의 간섭을 없애고 언론 미디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홍준표 예비후보는 첫 번째 공약으로 “집권하면 청와대는 언론사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정부와 공기업 지분이 들어있는 KBS, MBC, EBS, YTN, 서울신문, 연합뉴스, 연합뉴스TV 등 7개 사의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이를 위해 방송법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선진국 시대에 걸맞도록 정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황당하게도 “방송 공·민영 체제 개편”이란 또 다른 ‘공약’으로 자신의 공약을 부정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24일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공약'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홍준표 캠프
▲홍준표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24일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공약'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홍준표 캠프

홍 예비후보는 “KBS 1TV와 EBS, 아리랑TV 등을 통합해 순수 공영방송으로 운영하고, KBS-2TV와 MBC, YTN, 연합뉴스TV, 서울신문 등은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와 공기업 지분이 들어있는 방송사 인선에는 관여하지 않겠으나, 대신 해당 방송사의 통폐합 또는 민영화를 예고한 셈인데, 이는 임기 중 공영미디어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 ‘알아서 정부편향 보도를 하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홍 예비후보는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상과 권한, 운영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소위 노영(勞營)방송 현상, 언론사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문제는 적극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해 지상파3사와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사 제1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무력화를 사실상 공언했다. 앞서 그는 “공영방송 인허가권이 정부에 있다. 엉터리 좌파에게 기울어서 아부나 하는 방송은 정리하겠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이 같은 홍준표 예비후보의 언론 공약은 다소 황당하거나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가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확정될 경우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 보도 심의부터 YTN, MBC, KBS 등의 선거 보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는 정치권력의 ‘통폐합‧민영화’ 공약은 구성원을 향한 ‘압박’, 나아가 ‘협박’과 같다. 무엇보다 그의 공약은 세계언론자유지수를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로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공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홍 예비후보는 기자회견 이후 질의응답에서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언론장악이었고 그게 정권의 중심 과제였다”고 말한 뒤 “이제는 소수언론 독점시대가 아니다. 미디어 환경이 복잡해졌고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그래서 언론도 자유시장론을 내세우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 1TV는 BBC와 NHK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순수 공영방송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민영화해서 자유시장에서 경쟁하게 하도록 하는 게 맞다. 제대로 운영 안 되면 도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부가 방송을 통제하기 위해 재승인으로 논조를 통제하는 폐단은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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