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인사이트’는 국내 언론이 인용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발언과 국내 대중 여론의 SNS를 분석하여 그들의 발언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통해 현재 사회의 이슈가 왜 화제가 되었는지를 분석하며 대중 여론이 해당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당 이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20년 간 시민활동가로 살면서 수많은 ‘기자’들을 만났다. 단체에 소속돼 있을 때는 서울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과 자주 만났고, 탐사보도팀과 기획팀 기자들과도 함께 했다. 강의를 할 때는 전국에 있는 방송, 신문, 인터넷 기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기자들에게 느낀 것은 ‘겸손’과 ‘열정’이었다. 기자들과 술자리를 해보면, 학창시절 사회적 부조리에 온몸으로 고민하고 행동했던 이들이 많았다.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운동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시민단체를 출입하면 대부분 그 단체를 후원하며 함께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라고 마냥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입장이 다를 때 사적으로 다투기도 하고, 언론에서 시민단체를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한다.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언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기자가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신입기자로 입사해 걱정을 했지만, 늘 특종을 몰고 다녔다. 모 단체에 위원으로 초대해 회의 이후 작은 회의비를 지급하려고 했으나 회사 내규로 인해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런 청렴한 모습에 감동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이 소속돼 있는 언론 영향력이 자신의 영향력이 되지 않을까 늘 조심했다. 후배였지만 배울 거리가 많은 기자였다. 지금도 그가 쓴 기사를 찾아서 읽는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기레기’ 라고 놀리고 조롱하지만, 가까이서 본 기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어떤 직업보다 도덕적이었고, 겸손했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충실했다. 각 언론사마다 보석처럼 빛나는 기자들은 항상 있다.

위 예시와 다르게 유감스럽게도 최근 언론이 비리 중심에 서 있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 수수와 접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권력과 부패를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에서 언론인들이 비리 중심에 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번 대장동 사건도 매우 충격적이다. 늘 부패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특히 부동산 관련 비리는 어느 시절이나 존재했다. 그러나 언론인이 게이트 중심에 선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법조 출입 기자를 오래했던 김만배씨는 평소 법조인들을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는 현직 기자로 재직하면서 화천대유 대주주로 있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형님’ 법조인들을 대거 영입했다. 심지어 후배 법조기자도 함께 영입했다. 결국 이 사업 대가로 수백억의 이익을 얻었다. 이 모든 일이 현직 기자시절에 일어났던 일이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9월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9월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사건 진상이 드러나고 김만배씨가 검찰 출석을 하면서 이런 얘기를 남겼다.

“좋아하던 형님들이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고 대가성은 없었다. 뜻하지 않게 구설에 휘말리게 돼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놀라운 멘트다. 김만배씨는 자신의 소속돼 있는 언론사 동료 기자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한 것이 아니라 법조인 ‘형님’들에게 사과했다. 저 긴박한 순간에도 형님들을 알뜰히 챙겼다. 영화 ‘내부자들’이 현실로 살아 돌아온 것이다. 법조 ‘출입’ 제도가 만든 거대한 괴물 탄생의 순간이다.

이 사건은 권력과 감시자가 한 몸이 됐을 때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언론의 위기가 아니라, 언론이 부패의 한 축이 됐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만배씨는 본인은 경영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직 언론인이 화천대유 대주주로 참여했다는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과연 김만배씨와 법조인들은 어떤 역할을 담당한 것인가? 여전히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다. 향후 검찰조사와 언론들이 풀어야 지점들이다.

▲ 9월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 9월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대주주로 재직한 것을 소속 언론사였던 머니투데이 측에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회사 차원에서 누가 어떻게 보고 받았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해 보이고, 만약 사실이라면 보고 받은 관련자들 징계와 대국민 사과도 해야 할 것이다.

민언련도 지난 10월8일 논평을 내고 “또 다른 몸통으로 불리는 핵심 당사자 김만배 씨에 대해선 소속 기자였다는 사실도 설명하지 않고, 전직 기자 표기도 하지 않은 채 익명의 ‘김씨’ 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 보도하며 자사 연루 사실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뉴스와 여론 빅데이터 전문조사기관 스피치로그를 분석한 결과 ‘김만배’로 검색되는 SNS와 커뮤니티 10월 반응량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김만배’ 키워드의 뉴스, SNS, 커뮤니티 키워드 추세. 스피치로그 검색.
▲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김만배’ 키워드의 뉴스, SNS, 커뮤니티 키워드 추세. 스피치로그 검색.

각 언론사별 보도 경향을 살펴봤다. 9월30일부터 10월17일까지 기사 본문에 ‘김만배’와 ‘출입’이 들어간 보도량을 추출해보았다. 분석 기간 동안 총 195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중앙일보가 16건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동아일보가 12건, 조선일보가 11건으로 나타났다. 세 언론사 모두 중앙지였다. 인터넷에서는 데일리안, 통신사에서는 뉴시스가 동일하게 9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다.

▲ 9월30일부터 10월18일까지 본문에 ‘김만배’, ‘출입’이 들어간 보도량. 스피치로그 검색.
▲ 9월30일부터 10월18일까지 본문에 ‘김만배’, ‘출입’이 들어간 보도량. 스피치로그 검색.

기자윤리강령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취재보도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

마치 전직 기자인 ‘김만배 사태’를 예상해 적어 놓은 것 같다. 언론이 부패하면 우리 사회는 갈 곳을 잃는다. 이번 사건 진실을 언론인들이 더욱 집요하게 밝혀야 하는 이유다.

※ 참고 (아래 표)

▲ 9월30일부터 10월18일까지 본문에 ‘김만배’, ‘출입’이 들어간 보도량. 스피치로그 검색.
▲ 9월30일부터 10월18일까지 본문에 ‘김만배’, ‘출입’이 들어간 보도량. 스피치로그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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