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을 아껴왔다. 지난 21일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 일제히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비판할 때 이 신문은 비판 사설을 쓰지 않았다. 비판을 유보한 것이다.

다만 전날인 20일 1면 ‘팔면봉’을 통해 “전두환, 쿠데타와 5·18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한 윤 전 총장 발언을 전한 뒤 “‘1일1실언’ 시리즈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라고 촌평했다. 경고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그랬던 조선일보도 ‘개 사과’ 논란에 폭발했다. 윤 전 총장의 ‘1일1실언’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개 사과 논란은 윤석열캠프 SNS에서 비롯했다.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에 사과한 직후 캠프가 관리한다는 인스타그램에 ‘개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이 업로드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을 개에 비유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조선일보는 23일자 사설 “‘王자 무속’ 이어 ‘개 사과’ 윤석열의 이해 못할 행태”에서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게시물을 띄울 때는 그것이 어떻게 해석될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지금 윤 전 총장 측은 이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속적으로 이해 못할 행태가 나오게 돼 있는 구조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구조 속에서 황당한 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나왔다. ‘지지자가 그려줬고 미처 못 지웠다’고 해명했지만 그걸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했다.

이어 “속칭 ‘도사’라는 사람의 강연 동영상을 보라고 했다는 논란도 빚었다. 새로 입당한 당원 26만여 명에 대해 근거도 없이 ‘위장 당원’이라고도 했다. 크고 작은 말실수가 너무 잦아 ‘1일 1건주의’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3일자 사설.
▲ 조선일보 23일자 사설.

실언에 대한 비판뿐 아니었다. ‘대권주자 윤석열’의 비전이 없다고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은 상식과 거리가 멀고 공정·법치와 부합하는지도 의문스럽다.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을 보여준 적도 별로 없다.”

조선일보는 “이러고서 어떻게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건가.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의 폭주와 불법, 내로남불에 맞서 싸운 것에 박수를 보냈던 국민도 혀를 차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날 한겨레도 사설로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신문 모두 윤 전 총장을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두 신문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때 비선 권력에 휘둘린 대통령과 청와대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겨레는 “망언과 조롱에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윤 전 총장이 직접 진실을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착잡하다’ 수준의 심경 토로에 그칠 게 아니라, 수권을 노리는 제1야당으로서 윤 전 총장의 상식 이하 언행에 대해 엄중하고 실효성 있는 조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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