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타이레놀 모멘트

미국과 아시아의 제조 허브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공급망 교란, 주요 항구를 뒤흔드는 하역 노동자와 컨테이너의 부족, 장비 제조업체는 곡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공급부족으로 인해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팬데믹 동안 철강, 플라스틱, 고무 및 기타 원자재에 대한 접근이 부족 했으며,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는 전력부족으로 인해 제철소와 제련소가 생산량을 줄인 후 제조업체는 더 큰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주요 생산체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생산과 유통 단계 어디에서든 교란이 발생해 공급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소위 ‘타이레놀 모멘트(Tylenol moment)’를 맞이하고 있다. (1982년에 시카고에서 누군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섞어 유통해 7명이 사망했는데, 청산가리가 공장에서 들어갔는지, 유통과정에서 발생했는지, 소매점에서 발생했는지는 몰랐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타이레놀 복용을 아예 중단 버렸다. 이에 존슨앤드존슨 사는 기존 타이레놀을 수거해 전량 폐기하고 새로운 타이레놀을 최초로 알약 진공포장에 담아 유통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했다.) 코로나19 속에서 공급망 교란 상황을 넘어 공급부족을 해소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공급망 교란과 공급부족으로 인한 곡물, 연료와 에너지, 물류, 주요부품값의 폭등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이끌고 있고 이에 따른 성장률 하락은 물론 빈곤의 고통을 더하고 있다. 특히 식량 생산과 공급부족은 식료품비 인상만이 아니라 세계 기아율을 높여 8억명 넘는 사람들이 먹지 못하고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높여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줄어들었던 탄소배출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물류대란과 노동력 부족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면서 온라인 전자 상거래 주문이 폭증하면서 국가 간 상품 수요가 늘어났다. 전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항만 인력은 부족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확산하자 노동자의 수도 줄었고 이동도 쉽지 않았다. 봉쇄 등의 이유로 주요 항만기능이 중단 또는 단축되기도 했다. 이처럼 하역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하자, 항구 근처 바다에 대기하는 선박도 급증했는데, 대기하는 선박들에는 컨테이너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육지는 비어 있는 컨테이너가 부족해졌다. 그리고 항구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선박운송 시간도 계속 지연되고 다시 새로운 화물을 운송할 선박도 부족해지는 연쇄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 부산항. 사진=gettyimagesbank
▲ 부산항. 사진=gettyimagesbank

이처럼 물류대란은 먼저 노동력 부족문제다. 산유국인 영국에서 트럭 운송노동자 부족으로 석유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보여준다. 부두 하역 노동자뿐 아니라 2년 가까이 배 선원, 트럭 운전기사 및 항공사 직원들은 감염 우려 속에서도 각종 검역, 여행 제한과 가는 곳마다 코로나 예방 접종 및 테스트 요구를 견디면서 버텨 왔다. 선원들의 경우 일단 배를 타면 다른 나라에 도착해도 그 지역에 내릴 수가 없기 때문에 육지에서 쉴 수도 없고 인원 교체도 되지 않아서 18개월째 사실상 바다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국제해운협회(ICS)는 “모든 운송 부문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열악한 처우로 인해 수백만 명이 그만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망은 더욱 큰 위협에 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노동자가 이제 한계점에 도달해서 전 세계로 상품을 운송하는 항구, 컨테이너 선박 및 트럭 회사의 운송 네트워크에 위협이 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부족과 원료 가격 폭등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료의 공급이 수요보다 늘지 않아 전력난을 일으키고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부족이 에너지의 난을 이끌고 있는데, 이들의 공급부족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고 특히 유럽과 중국의 에너지 원료 공급부족과 가격 급등의 원인은 서로 다르다.

세계 최대의 전력 생산국이며 석탄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은 먼저 주요 발전연료인 석탄 공급부족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중국은 호주의 쿼드 참여와 중국차별에 대한 보복으로 호주로부터 석탄수입을 중단시켰다. 또한 중국 내 석탄 생산도 5년 전부터 당시 공급 과잉을 이유로 지속해서 줄여왔고, 최근 최대 석탄광산인 내몽골 광산이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아 채굴에 차질이 생겨 현재 공급량이 떨어진 것도 매우 크다.

특히 10월 들어 중국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에 폭우가 내려 60개의 석탄광산, 372개의 비석탄광산, 14개의 유해 화학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고, 발전용 석탄 공급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의 여파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부분적으로는 전력망의 부실로 인한 비효율 문제와 외국자본에 민영화된 화력발전소의 해태 문제도 지적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전력난은 석탄의 공급부족과 이로 인한 석탄 가격 인상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석탄발전을 더 줄이면서 나타났다.

한편, 유럽의 전기료 급등은 우선 전체 전력 생산의 5분의 1을 맡은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봄 유럽은 이상 한파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 유럽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시베리아 공장 화재를 이유로 천연가스 수출을 대폭 줄였다. 그러자 천연가스 가격이 대폭 상승했는데, 지난해보다 440%까지 뛰어올랐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천연가스 연료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전력 생산을 줄였고 부족해진 전력을 채우기 위해 다시 석탄 발전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석탄의 수요를 증가시켰고, 석탄의 공급부족으로 석탄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풍력발전소의 전기 생산량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연료 가격 인상에 한몫하고 있다. 유럽의 풍력 발전소는 북해 인근에 집중되어 있는데, 올해 풍속은 2000년 이후 가장 느리다. 유럽에서는 전체 전력 생산원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38%에 이르며, 풍력만 따지면 10%가량이다. 독일의 경우 풍력 발전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을 풍력에 의지하는 영국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에너지 수요 증가와 연료 공급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확대하게 되었다. 반면 에너지 전환에 따라 석탄, 가스 등에 대한 투자는 기피하게 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석유도 산유국들이 코로나19 초기 유가하락의 경험 때문에 쉽사리 증산 계획을 내지 못하면서 다른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식량 공급부족과 곡물가 폭등

식량생산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수출제한 문제도 있지만, 더 크게는 작년 식량 수출국에 가뭄과 같은 기상재해가 두드러져 생산량이 예상보다 늘지 않았다. 특히 주요 식량수출국인 북미와 남미에 가뭄이 계속돼 브라질의 겨울 밀 생산량이 20% 줄어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컨테이너 부족으로 커피와 같은 특수작물의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고, 상업 항공편이 줄면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수출이 어려워졌다. 물류 대란 및 유가 등 연료 가격 인상으로 전체 운송비도 상승하고 있어 공급에 더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식량 수입국에서는 지난해 식량파동을 한번 겪으면서 올해 입도선매를 하거나 전략비축량을 늘리면서 식량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식량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운송비만 커지는 게 아니라, 생산비도 증가하고 있다. 소맥, 옥수수, 원면 등 경작에 사용되는 비료 요소의 주요 원료는 천연가스 또는 석탄이고 질소계 비료의 주요 성분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에서 추출된다.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 상승은 이들 비료 가격 상승을 유발했고, 석유를 주원료로 하는 화학비료의 가격과 농기계 운용비도 올랐고, 농기계 수요 증가로 농기계 가격도 올랐다.

▲ 농업. 사진=gettyimagesbank
▲ 농업. 사진=gettyimagesbank

또한,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 작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식량 생산이 더 줄어든 탓도 있다. 더 많은 양이 연료로 전환될수록 식량 시스템에 남아 있는 농작물은 적어진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미국 대두유의 양이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39% 증가했고, 브라질의 옥수수 에탄올 생산량은 작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올해 또 25% 증가할 예정이다.

이런 모든 요인으로 인해 식량의 세계 도매가격이 상승했다. 콩과 옥수수는 작년 대비 56%와 68% 올랐고,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먹거리 접근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식량농업기구(FAO)는 ‘2021년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실태 보고서’에서 현재 굶고 있는 이들은 전 세계 인구의 1/10 수준인 7억2000만 ~ 8억1100만명 수준으로 추정하며,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도체 등 부품·원자재 공급 부족

반도체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공급량이 줄어들자 자동차 등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동남아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기지가 밀집해 있다. 그런데 선진국 대비 코로나 대응이 늦은 데다 백신 확보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반도체 생산도, 유통도 급감했다(한편, 수요 측면에서 비대면-온라인이 확산하면서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것도 공급부족의 원인이 되었다).

특히 공급망과 관련하여 반도체 등 부품 생산에서 적기(just-in-time)생산과 유연 생산(lean production)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유통 지연에 따라 재고부족 사태로 나타나 공급부족을 더 부추겼다. 적기생산이 이뤄지는 만큼 재고를 많이 쌓아둘 필요가 없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과 유통이 줄어들자 각 생산 공장에서 재고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부품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제 기업은 “적기”와 “만약에”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프로세서 수요는 전방위적인 데 비해, 주요 반도체 업체가 우선적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과는 거리가 먼, 기존 기술을 위한 수요라는 점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국제경쟁의 가속화에 따라 7나노와 5나노 설계로 돌입하는 등 최첨단 초정밀 분야 생산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정작 자동차와 스마트 냉장고 등에 필요한 반도체는 중간 수준의 기술, 40나노 또는 28나노 설계로도 충분하지만, 이런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기업은 이곳에서 장기발전(장기 이윤)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생산이 필요한 수요만큼 빠르게 확대되지 않아 공급이 부족하게 된다.

한마디로 투자와 이익(생산) 사이의 불균형 때문인데, 장기적으로는 해소가 되겠지만 상당기간 혼란을 거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결국 생산 시설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반도체 기업들 모아놓고 협박에 가까운 방식으로 필요한 반도체 생산을 빠르게 현지화하는 방식으로 가든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자동차 기업이 직접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방식(생산 내재화)으로 가든지 하면서 차츰 해소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통화량 아닌 공급측 문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통화량 문제가 아니라 공급부족에 따른 문제라는 점이다.

“이는 통화량이 화폐가치, 물가를 결정한다는 기존 통설을 부정하는 것으로 물가는 상품 가치량의 변화나 화폐 가치의 변화에 따른다. 초과수요가 존재하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 또는 생산성 향상에 따라 상품의 가치량 자체가 하락할 때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의 하락인데, 화폐 부문에서는 직접적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할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관련기사 : 워커스 2020년 9월호 “중앙은행, 유동성은 늘려도 디플레이션은 못 막는다”, 홍석만]

▲ 사진은 10월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외화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사진은 10월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외화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최근 몇 달 동안 전 세계 물가상승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공급망 문제는 물가를 통제하는 중앙은행이 손쓸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물가상승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으론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발전량이 떨어진) 풍력 발전을 할 수도, 트럭 운전사도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이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조절, 통화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더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는 있지만) 오직 공급망을 정상화하여 공급부족을 해소할 때 해결이 가능하다.

공급망 교란과 공급부족, 주기적으로 반복

현재 공급부족과 공급망 교란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크다. 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잦아들게 되면 물류 관련 노동력 부족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또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으로도 노동력 부족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생산과 유통망의 교란도 해소될 것이다. 또한, 값싼 노동력 생산지 중심으로 형성된 가치사슬이 미국과 유럽 등 소비지 중심으로 국내화(리쇼어링) 하고 적기생산과 린생산 시스템의 보완을 통해 일정한 재고량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장기 전망이며, 가장 중요한 코로나19가 언제 잦아들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하면, 공급망 병목과 교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경기 위축과 인플레이션이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을 점치기도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공급망 교란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하고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란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기후위기 속에 벌어진 자연재해에 다름 아닌데 이와 같은 지구적 규모의 기후재앙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쟁을 제외하고 세계 경제에 가장 크고 광범위한 공급망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일련의 혼란 중 가장 최근의 것일 뿐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자동차용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폐쇄되어 전 세계적으로 조립 라인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때 대지진으로 반도체 회사들이 의존하고 있는 첨단 실리콘 웨이퍼 세계 1위 생산업체가 쓰러졌다. 몇 달 후, 전 세계 하드 드라이브의 약 4분의 1을 생산하는 태국의 공장이 물에 잠겨 PC 제조업체는 혼란에 빠졌다. 2017년에는 카테고리4 태풍인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를 강타했다. 미국 최대 정유 공장과 석유화학 공장 일부가 혼란에 빠졌고, 이로 인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요 플라스틱과 수지가 부족하게 되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미국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 생산시설이 중단되는 등 공급중단 사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현재까지는 다소 특별한 환경재앙에 속하지만,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해 환경재앙과 세계 경제의 변화는 충격의 빈도와 규모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만 2019년에 발생한 40건의 기상재해로 1000억 달러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극단적인 기상 이변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공급망 교란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미국이 2021년 9개월까지 ‘10억 달러 피해 규모의 기상·기후 재해(Billion-Dollar Weather and Climate Disasters)’ 18건을 겪었으며 올해는 그런 재앙 중 최악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거의 해마다 자연재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공급망 교란과 갑작스러운 공급 축소도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또한, 반도체 부문에서 보듯이 자본간 국제경쟁의 확대에 따라 투자와 생산의 불일치 즉, 자본주의 시장경쟁시스템에 의해서도 공급망 교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다극 세계가 형성됨에 따라 더 많은 무역 분쟁,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보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정치적 안정성이 세계 최하위 국가들과 수행되는 세계 무역의 비율이 2000년 16%에서 2018년 2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알다시피 세계 무역의 80%는 정치적 안정성이 하락하는 국가들과 관련되어 있다. 세계 무역에서 그만큼 지정학적 위기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공급망은 정치적으로도 흔들리는 혼돈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공급부족은 이제 주기적(periodical)으로 발생하고 공급망의 ‘타이레놀 모멘트’도 주기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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