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언론사가 독자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에서 위험에 빠진다. 최근 구글이 이용자들 접속 환경을 저해하는 광고를 차단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 흐름이 확대되면 언론사 광고 타겟율이 떨어지면서 수익도 같이 떨어질 수 있다. 스스로 독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면 광고를 아무데나 뿌리게되고, 광고타겟율이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언론사 데이터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13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온라인 뉴스 독자 분석’ 교육에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전 메디아티 랩장, 구글 티칭 펠로우에서 최근 미디어스피어 대표로 직접 자신의 매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미디어스피어 제공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미디어스피어 제공

언론사가 독자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일은 독자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것과 함께, 언론사의 지속 가능성과도 관련있다. 최근 중앙일보는 구독자 분석을 위해 기존 도메인을 버리면서 홈페이지를 개편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언론사 홈페이지 가입자 모집을 위해 각종 이벤트 제공을 적극 펼치고 있다. 한겨레는 후원 회원 제도를 만들면서 데이터 관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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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강의에서는 이성규 대표가 독자 데이터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전 분석 툴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정웅 한겨레 후원미디어전략부장은 그동안 한겨레가 펼친 후원 제도 등에서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 모자랐던 부분을 짚으면서 이번 후원 제도에서 보완점을 소개했다.

두 강연자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데이터 관리에 앞선 ‘목표 설정’이었다. 언론사가 어떤 목표를 설정하는지 따라 살펴야 할 데이터가 다르기에, 언론사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대표는 “언론사가 목표 없이 그저 독자 데이터만 보려고 한다면 어떤 데이터를 봐야할 지 모른다”며 “예를 들어 MZ세대 독자 방문 빈도를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등 구체적 목표가 없으면 ‘트래픽이 늘었네, 줄었네’ 수준의 분석만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목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예를 들어 미디어스피어의 경우 유료구독 버튼을 누르는 글이 어떤 종류인지를 주요하게 분석하고 후원이 떨어질 때 어떤 이벤트를 하는 것이 좋은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본다. 독자 분석의 핵심은 모니터링이 아니라 전략 개발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언론사에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스레터 역시 독자들의 이메일 정보와 직접적 피드백을 받는 독자 데이터를 분석하기 좋은 툴로 접근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보통 뉴스레터 지표를 볼 때 ‘오픈율’만을 참고하는데 뉴스레터에서 중요한 지표는 ‘오픈율의 분포표’를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픈율의 분포표란 뉴스레터를 80~100% 확률로 열어보는 열성 독자가 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결국 열성 독자가 유료 전환 등 언론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표는 포털 등에 의존하면서 자체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는 언론사들에 “포털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은 언론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독자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구축해나가지 않으면 대안은 불가능하며, 언론이 플랫폼에 종속된 것은 장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플랫폼의 보상이 언제 끝날지 모르며, 언론사 스스로 생명줄을 외주화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1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교육 과정을 통해 강의하고 있는 박정웅 한겨레후원미디어전략부장. 
▲1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교육 과정을 통해 강의하고 있는 박정웅 한겨레후원미디어전략부장. 

박정웅 한겨레 후원미디어전략부장 역시 목표 없는 독자 데이터 분석의 공허함을 전달했다. 한겨레는 지난 5월17일 디지털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을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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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은 “이전 한겨레나 한겨레21 후원 시스템에서는 독자가 회원가입이나 후원을 할 때 이름, 번호, 이메일 등을 수집했지만 안타깝게도 설계한 목적이 불분명했다”며 “어떻게 이 데이터들을 활용할지 목적이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부장은 이런 ‘목적 없음’이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전략을 짜는 부서와, 콘텐츠를 만드는 편집국과의 괴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언론사의 목표를 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작단계부터 머리를 맞대고 독자들이 어떤 정보를 입력해 회원 가입을 할 것인지, 후원 금액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어떤 기사가 후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인지 분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고, 지인 후원 추천 등 버튼 넣는 일 등 처음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데이터 분석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의 목적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분석을 잘해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현장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현장 이해가 깊은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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