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6일 연쇄살인 용의자 유모 씨에 의한 피살자 어머니 정모 씨에게 발길질을 한 사건과 관련, 사전에 한 방송사 프로덕션 쪽에서 정모 씨에게 "유씨의 모자를 벗기라"는 조언을 들은 데 따른 것이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대장 강대원)는 지난 27일 오후 기자실에 배포한 '보도예상보고'에서 "유씨의 검찰 송치과정에서 유씨나 호송경찰관들로부터 돌출행동을 유발한 뒤 이를 취재하기 위해 미리 각본을 짰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도예상보고'는 기동수사대장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뒤 이에 대한 자료를 담은 것이다.

   
▲ 26일 오전 연쇄 살인 피의자 유모씨가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영등포경찰서 현관을 나서는 순간 이문동 살인 피해자 어머니가 유씨에게 항의하기 위해 다가서자 경찰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동수사대는 "국내 O프로덕션(일본 후지TV에 자료를 제공) 직원이 유가족의 집에 찾아가 유족을 승합차에 태워 유치 중인 영등포경찰서로 이동, 쇼킹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피의자의 모자를 벗기라'는 임무를 준 다음 O프로덕션 직원 뒤에 유족을 세워뒀다가 순간적으로 포토라인 통로를 개방해 유가족이 피의자를 향해 나아가게 한 다음 돌출행동을 발생케 한 것이라는 제보였다"고 주장했다.

'보도예상보고'에는 방송코디네이터인 제보자의 신원도 공개돼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경찰은, 연쇄살인 피의자 유씨를 호송하던 과정에서 피해자 어머니 정씨가 유씨 쪽으로 돌진해오자 발길질을 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기자들은 "설령 피해자 어머니 정씨의 행동이 사전에 기획한 것이라 해도 경찰이 유가족을 발로 찬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경찰 출입기자는 "해당 프로덕션에서 피해자 어머니를 영등포서에 데리고 온 것은 사실이고 의도적으로 장면을 만들기 위해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경찰이 진위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날 있었던 불상사가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는 제보가 있었다는 식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물타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방송사 프로덕션의 연출의도와 경찰의 발길질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동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제보자도 확보된 상태이고 진위여부를 조사중"이라며 "기수대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프로덕션의 자료를 제공받고 있는 후지TV는 27일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프로덕션 관계자가 영등포서에 피해자의 어머니를 데리고 간 것은 사실이나 특정행동을 의뢰한 사실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