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총성없는 적색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는 국민협의회(운영위원장 서정갑)·국민운동본부(본부장 서정갑)의 의견광고를 게재해 청와대와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과 23일 각각 A31면과 A4면에 <대통령 직속의 간첩 전과자가 군사령관을 조사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 지금 총성없는 적색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 조선일보 7월23일자
동아일보도 같은 날짜에 같은 내용의 광고를 각각 A2면과 A31면에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앞서 지난 13일 <노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을 믿는다!>라는 국민행동본부의 광고를 싣기도 했다. 의견광고 문안에는 "(노무현) 그 자신이 사실상 '간첩영웅 만들기'의 배후세력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관계자는 26일 "의견광고의 경우 자기 표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게재한다"며 "조금 심한 부분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독자가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봐서 게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와대나 일부 언론단체에서) 기분 나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용상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아 "다른 대기업광고 보다는 20-30% 싸게 받아"

광고 가격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민협의회의 예산 사정을 고려해 원래 다른 대기업의 광고 보다는 20∼30% 정도 싸게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거에 비해 오히려 광고 단가가 인상됐고, 다른 의견광고에 비하면 오히려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의견광고이기 때문에 일부 심한 표현이 실린 광고의 경우 자칫하면 조선일보가 군을 선동한다는 우려가 있어 사전에 변호사에게 열람을 시키고 자문을 받았다"며 "2주쯤 전엔 '군은 궐기하라'는 주장이 실린 내용이 있었는데 당시엔 게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의 '군 반발 조장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말도 안된다"며 "신문의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이미 사전에 변호사 자문도 거쳤다. 그 쪽 사람들도 '조선 동아 아니면 어디서 내주겠냐'고 하소연할 정도"라고 반박했다.

조선 "선동 우려 때문에 사전에 변호사 자문받아"

광고가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싸게 해준 적은 없다"며 "다른 지면에 실리는 의견광고에 비하면 싸지만 책광고에 비하면 비싸다"라며 "1000만원이 조금 못된다"고 말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문사위가 간첩을 민주화운동 대상자로 인정하고 간첩을 조사관으로 채용해 군사령관을 조사케 했는데도 임명권자는 아무런 해명이 없어 광고를 내기로 한 것"이라며 "조선 동아에 광고를 낸 것은 독자가 많기 때문이다. 중앙은 왔다갔다 해서 독자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이번 광고를 싣기 전에) 한겨레에도 과거 세차례 광고를 내려 했지만 조선 동아 보다 세배의 가격을 불러 싣지 못했다"며 "그 이후로는 한겨레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광고게재를 먼저 요청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왜 그런 것을 묻느냐.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답변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광고게재 요청 누가했든 중요하지 않다"

한편, 앞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지난 24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장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사실상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대한 군부의 쿠데타를 선동,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의견광고의 게재를 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민언련은 또한 "광고비용을 대폭 할인해주며 사실상 쿠데타 선동 의견광고 게재를 후원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민언련의 공개질의에 대해 "아직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조선일보 관계자는 "광고할인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26일 "(군 선동 우려 등)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별도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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