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위원장 문영희·이하 동아투위)는 1974년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탄압의 주체였던 당시 집권세력과 언론 사주를 청문회에 부르기 위해 '유신치하 언론민주화운동탄압 진상규명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영희 위원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신에 저항하다 강제 해직된 기자들의 행동이 명예회복 없이 묻혀져 버린다면 다시는 기자들이 언론의 정도를 걸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와 국민 앞에 당시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의미를 평가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장 ⓒ 언론노조
문 위원장은 법안의 핵심에 대해 당시 사실상 '퍼스트레이디'로서 박정희 대통령을 수행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등 전현직 정치인들과 동아일보 사주를 청문회로 불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투위는 24일 법안 시안을 확정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언론개혁국민행동'과 함께 입법청원할 계획이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70년대 언론탄압에 대한 진상규명법안 제정을 추진한다는데.
"시안의 명칭은 '동아일보 백지광고와 대량해직 등 유신치하 언론 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진상규명 및 배상에 관한 특별법'이다. 74∼75년의 동아일보 백지광고 및 대량해직 등 유신 정부의 언론 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그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도록 하는 게 이 법의 목적이다."

-당시 동아일보 사태를 평가한다면.
"동아일보의 74년 대량해직 사태는 권언유착에 의한 언론 생매장 사건이다. 당시 유신정부에 맞서 수많은 기자들이 항거했고, 백지광고 사태에 따라 시민들의 격려광고가 쇄도했는데, 결국 6개월 만에 150여 명의 기자들이 해직됐다. 당시 동아일보 사주였던 김상만 사장은 우리를 '사규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여 본질을 왜곡했다. 유신 정부와 동아일보 사주와의 관계, 권력과의 거래내용에서부터 정부의 광고금지로 인한 피해 등에 모든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평가돼야 한다."

-이번에 법안을 낸 직접적 계기는.
"우선 동아투위 위원들은 '민주화운동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2년 봄부터 지난 5월까지 전원 민주화운동자로 인정을 받았다. 두 번째 이유는,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모두 한나라당(전신 포함)이 제1당이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드디어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입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법안의 핵심은 청문회를 통해 사태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 여야 합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양두헌 당시 중앙정보부 차장보 등 전현직 정치권 인사와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김병관 전 명예회장 등 전현직 언론인들이 출석하도록 했다."

-법안의 요지는.
"대통령 직속으로 '유신치하 언론 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진상규명 및 배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를 수집,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의 입장 표명, 피해자 인정과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의 의미는 뭔가.
"언론사 내에서 내부의 부당한 권위를 비판하고 사주에 맞서싸우는 등 언론의 정도를 실천하려고 하다보면 희생이 따른다. 당시 우리의 행동이 명예회복 없이 묻혀져 버린다면 다시는 기자들이 언론의 정도를 걸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당시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의미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타율적 언론개혁이 아닌 자율적 언론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량해직 사건이 벌어진 지 올해로 30주년이 되는데 동아일보사 차원에서 과거청산과 화해에 대한 제의는 없었나.
"지난해 김학준 사장이 조양진 동아투위 총무와 만난 적은 있지만 의미 없었다. (동아일보사는) 지난 75년 이후 권력교체기 마다 빠짐없이 접촉하는 척 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다. 일부 기자들은 몰라도 회사 차원에서 의지는 없는 것 같다."

-조선투위는 동참하지 않나.
"23일 공식적으로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민주화보상법과 중복된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80년 해직사태는 포함되지 않나.
"유신시대인 72년 10월17일부터 79년 10월26일까지가 법안의 조사대상이다. 80년 사건을 언급하면 초점이 흐려지고 잡화점이 된다. 법안을 제출한 뒤 미진하면 별도 법을 만드는 방법이 나을 것이다."

-최근 동아일보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민중과 거리를 너무 떨어뜨려버렸고, 민중을 그저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지면에 엿보인다. 젊은 세대가 노무현 시대를 만들고 신주류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들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 뒤 과거사를 정리하면서 동아일보도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으면 한다."

-현 정부여당의 언론개혁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개혁적인 의원들조차 조선 동아에 겁을 먹고 있다.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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