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강제전향 공작에 저항하다가 숨진 비전향 장기수를 의문사로 인정한 것과 의문사위 조사관의 전력을 문제삼았던 중앙일보에 "전향 강요의 본질을 외면하고 일부 조사관 전력만 문제삼고 있다"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의 글이 실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교수는 22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내생각은…'이라는 코너에 <의문사위 때리기 이제 그만두라>는 글을 기고, 일부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일부 언론이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의문사 판정을 문제삼던 언론이 강제전향 자체의 본질은 묻지 않았고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에 대해서는 기를 쓰고 '과거를 묻지 말라'고 하면서 의문사위 조사관에 대해선 전력을 파헤치고 있으며 △사노맹보다 더한 남민전 서노련 출신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한 교수가 글을 기고한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의문사위 조사관이 사노맹 출신이었다는 점 등 의문사위 자체에 대해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했었다. 그런데 한 교수는 왜 중앙에 글을 썼을까.

   
▲ 중앙일보 7월22일 목요일자
한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에 중앙일보와 잘 아는 사람과 통화하다 중앙일보의 논조에 대해 항의를 하니 중앙 쪽에서 자사를 비판하는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다소 중앙일보가 지나친 비판에 대해 면피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중앙일보 독자한테도 중앙의 보도가 잘못이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어서 글을 썼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 20일 12시쯤 글을 보내 22일 오피니언면에 게재됐다.

한 교수는 "글에서 비판하려는 언론은 '중앙일보'인데 편집과정에서 '일부 언론'으로 바뀌었다"며 "중앙을 비판하고자 쓴 건데 정작 '중앙'이라는 표현이 사라졌지만 특별히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그 전에는 의문사위에 맹공을 퍼붓더니 왜 얼굴을 바꾸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자사 지면의 논조나 방향에 반대되는 글도 수용할 수 있는 지면이기 때문에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의문사위 조사관의 전력이나 비전향 장기수 죽음에 대한 의문사 인정을 문제삼는 것과 관련한 사회 분위기가 매카시 열풍으로 몰아간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입장에서 기존 언론의 보도를 비판해줄 사람을 찾던 중 우연히 접촉이 된 것"이라며 "우리 보도에 대한 면피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 것 때문은 아니다. '내 생각은'이라는 면은 그동안 본지 보도의 방향과 배치되는 주장도 여과없이 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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