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은 일방적인 비난과 저주가 용인될 만한 일탈행위가 아니다. 연구진은 탄핵안 가결이 '독도 영유권 분쟁'이나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같이 일방적인 비난과 저주가 용인될 만한 일탈행위가 아니라 '이라크 파병'이나 '수도 이전'처럼 우리 국민이 반드시 반대
의견을 들어야 할 가치가 있는 논쟁적인 사안으로 보았다" (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탄핵안 가결 자체는 논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부 세력의 폭거였다. 이 사회에서 탄핵안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보고서와 다르게 판단하는 수많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을 이용한 일탈적인 행위인 탄핵을 합법적인 영역으로 본 보고서는 전제 자체에 무리가 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언론학회(회장 박명진)가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방송 보고서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의 발제를 통해 그 동안의 비판에 대한 반박에 나서 참석한 언론학자들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전환기의 한국언론>이라는 제하의 학술회의의 제5부 순서에서 '한국방송의 공정성'이라는 주제로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를 둘러싼 쟁점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날 토론회에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연구원 이민웅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과)과 윤영철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과)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또 이들과 함께 보고서를 작성했던  윤태진 연세대 교수(영상대학원)·최영재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김경모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과)·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 등 4명의 연구진도 토론자로 참석해 보고서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한편 또 다른 토론자들로는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부)·권장원 대구카톨릭대 교수(언론광고학부)·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김평호 단국대 교수(방송영상학부)·유재천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임영호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과) 등이 참석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윤영철 교수, "탄핵안 가결은 일탈행위 아니었다"

윤영철 교수는 '공정성 논쟁으로의 초대: 공정방송 기준에 관한 쟁점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문을 통해 보고서를 둘러싼 다섯가지 쟁점을 거론하고 연구진의 입장을 밝혔다.

윤 교수는 첫번째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합법적 논쟁 영역에 속하는가, 아니면 합의 혹은 일탈 영역에 속하는가'라는 쟁점을 놓고 "연구진은 탄핵안 가결이 '독도 영유권 분쟁'이나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같이 일방적인 비난과 저주가 용인될 만한 일탈행위가 아니라 '이라크 파병'이나 '수도 이전'처럼 우리 국민이 반드시 반대 의견을 들어야 할 가치가 있는 논쟁적인 사안으로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안 가결이 모든 국민들이 비난해야 마땅할 '쿠데타' 행위이므로 '탄핵반대'로 편향되어도 무방하다는 주장에 반대하면서 그 근거로 탄핵안 가결이 헌재판결을 통해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받았고,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했으며, 국민의 30%가 지지했고, 17대 총선에서도 탄핵안에 찬성한 정당들이 45%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했다는 것을 들었다.

윤 교수는 두 번째 쟁점으로 '공정성 판정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 무엇인가?'를 들면서 '보고서가 기계적 중립성을 기준으로 공정성을 판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보고서는 기계적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을 도입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며 "양적, 질적 연구방법을 도입한 결과 탄핵방송의 양적 불균형이 질적으로 보완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여론조사 결과 70%의 국민이 탄핵을 반대했으므로 의견 지지도를 공정성 잣대로 삼는 것이 정당하다'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당일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는 진정한 의미의 여론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없다"고 언급했다.

"방송사 인적구성·의사결정과정에 문제있어·방송위 심의 각하도 잘못된 것"

특히 윤 교수는 세 번째 쟁점으로 꼽은 '균형에만 집착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가능한가?'라는 부분에서는 방송사와 방송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탄핵 관련 시사, 교양 프로그램 가운데 탄핵반대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방송사 제작진의 인적구성이 의견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거나 의사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위가 탄핵방송에 대한 포괄적 심의를 '각하'키로 한 결정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탄핵 관련 시사, 교양 프로그램 가운데 탄핵반대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어 프로그램 안에서는 물론 프로그램 간의 공정성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방송위의 각하 결정은 공정성 문제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놓치게 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 교수는 네 번째 쟁점으로 '탄핵관련 방송보도의 상당부분이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사실관련의 진술이었는데 보고서가 이를 제외한 부분에서 탄핵반대로 편향되었다고 지적한 것은 부당하다'는 한국방송 협회의 반론을 언급하면서 "하루 24시간에서 한 시간 동안만 악한 행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선인지 악인지 구별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선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궁색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마지막 쟁점으로는 촛불시위 보도와 거리인터뷰 등에 관련한 방송사의 보도태도가 거론되었다. 윤 교수는 "방송은 촛불집회를 '민주주의 수호' 혹은 '격분한 민초의 정당한 항의'로 틀지었다"며 "방송진행자들은 탄핵반대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감성적 용어나 멘트를 사용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거리인터뷰에 대해서도 "탄핵반대 의견을 가진 인터뷰 대상자 분포가 많이 나온 것은 방송사나 제작진의 비전문성과 불성실성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탄핵반대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방영했던 방송사 제작진이 시도하는 인터뷰 자체가 찬성하는 시민들에게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웅 교수, "연구진의 정치적 편향성 지적하는 이들이야말로 정치적 편향"

<공정성: 성찰없는 비학문적 비방>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이민웅 교수는 "일부에서는 보고서 서론 내용을 지적하면서 '연구진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연구를 짜맞춘 것이 아니냐'고 비난해왔다"며 "만약 서론을 미리 완성해 놓고 거기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구를 수행하여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희대의 천재이거나 바보이거나 의도적 조작자이거나 그도 아니면 거짓말쟁이일 것"이라고 감정적인 항변을 했다.

또 '책임연구원의 정치적 편향성이 반영된 편향된 보고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법론 적용에 문제가 있고 데이터 수집과정에 어떤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한다면 정치적 편향성이 연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눈으로 보니까 보고서가 편향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박했다.

한편 이 교수는 발제를 시작하면서 "언론학회 측에서 본인의 동의없이 발제문 일부를 삭제했다"며 해당 부분을 별도로 복사해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삭제된 문구는 "(언론학회 보고서를 비판한) 기자회견에 등장한 교수나 시청자위원회 성명에 서명한 교수들 가운데는 지난 5년 동안 학술진흥재단에 공식등재된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술지에 공정성, 뉴스, 저널리즘 분야에 관한 단독 논문을 한 편이라도 게재한 사람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학회 측은 기존 발제문에 '인신공격적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언론학회로부터 여러 차례 삭제할 것을 요청받았으나 발자제나 발제자를 포함한 모든 학회 회원들이 자신의 학문 활동에 대해 자성의 기회를 갖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굳이 살려두었음을 밝힌다'고 주석을 달아놓았다.

또한 이 교수는 "보고서에 대한 방송사의 편향된 보도, 여러 방송단체·시민단체·학술단체, 심지어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시청자위원회까지 나서서 방송사의 권익을 위해 보고서를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것을 보고 '한국 지성의 위기'를 심각하게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토론자들 "보고서 일부 문제있지만 방송 공정성에도 하자있어"

토론자로 나선 강형철 교수는 "이번 탄핵보고서는 당초 취지대로 방송위 공정성 심사의 참고자료의 역할을 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일부 신문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는데 활용해 보고서 자체가 탄핵방송의 공정성을 결정짓는 것처럼 과도한 의미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방송 보고서 공개당시 일부 신문이 1면을 털어 보도한 것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방송 역시 공정성에 있어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의 70%가 반대하고 있다고 전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지 7:3으로 인터뷰를 보여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방송보도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권장원 교수는 "찬반 이분법적인 분류로 방송보도를 분석한 이 보고서의 입장 자체가 외부에서 보기에 어느 한 쪽 편에 손들어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몇 개 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을 가지고 방송 전체의 편향성을 규정하는 부분이 있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이준웅 교수는 "탄핵방송 보고서에 대한 논의는 탄핵정국 자체에 대한 논의와 다른 위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 연구진 중 일부는 탄핵에 대해 의분을 느끼기도 했으나 연구자로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낀 것도 사실"이라며 "연구 자체는 탄핵 찬반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자체의 신뢰도와 타당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함께 보고서를 작성한 윤태진 교수도 "방송사들이 탄핵안 가결 이후 7번에 걸쳐 긴급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사실은 탄핵을 토론이 필요한 논쟁의 영역으로 봤다는 증거"라며 "그러면서도 탄핵은 일탈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사들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재천 한림대 교수는 "보고서 관련 쟁점에 대해서는 윤영철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전제한 후 이 논란을 둘러싼 학계의 접근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학계에서 보고서를 평가한다면 학문적으로 이 보고서가 사용한 분석의 틀이 탄핵방송 공정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학계 일각에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상비평 차원의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는 학문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언론학회 반박에 재반박도

이민웅 교수의 발제에서 거론된 시청자위원인 김평호 교수는 "연구자의 세계관이 어느 정도 연구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며 "연구결과의 최초의 출발은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의 시각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보고서가 연구자들의 뜻과 의도와 관계없이 탄핵사태와 탄핵 주도세력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정당화해주고 있다"며 "탄핵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소모적 논란이 다시 재현되고 있으며 이는 연구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탄핵안 가결 자체는 논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부 세력의 폭거였다. 이 사회에서 탄핵안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보고서와 다르게 판단하는 수많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을 이용한 일탈적인 행위인 탄핵을 합법적인 영역으로 본 보고서는 전제 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현실과 실제 현실은 일치하지 않지만 이 둘이 일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탄핵찬반에 대한 사실을 볼 때 여론의 차이가 엄연히 다른데 이를 양적 질적으로 균형을 취하라는 것은 작위적으로 편집하라는 이야기"라고 재반박했다.

탄핵관련 방송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 윤호진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학문적 대상으로서 진지하게 다루었어야 한다는 것은 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보고서가 조선·동아의 1면을 통해 사회에 공개된 순간 정치적 의미가 부여됐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정치적 성향에 대한 논란은 연구진이 자초한 것"이라며 "보고서 서론이나 결론부분에서 대담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연구진들의 주장에 대해 윤 연구원은 "영상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3사 메인뉴스 분석보도의 90% 이상이 중립적 보도였으며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 중립주의를 표방한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며 "양적 분석에서도 해석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데 질적 분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며 보고서의 객관성 문제를 꼬집었다. 

한편 임영호 부산대 교수는 "보고서에 대해 비판적인 진보지식인들에게 쓴소리를 하겠다"며 "보고서에 대한 진보 진영의 비판에서 올바른 공정성 모델에 대한 대안제시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진보진영의 비판이 이론적인 무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과거 진보세력이 가졌던 집단적 정서에 기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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