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의 NLL(북방한계선) 침범 과정에서 북측이 응신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추가 경위조사 지시를 내린 가운데 군측이 일부 언론에 비밀문서가 담긴 문건을 유출하는 등 조직적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20일자 1면 <2004년 7월 14일 서해 NLL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머릿기사에서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한 포격 당시의 생생한 상황보고를 담은 군 정보당국의 '분석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며 남북함정간 교신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북 경비정 답신시간 속였다>라는 1면 머릿기사에서 남북함정간 통신 주요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전화통지문을 보낸 내용이 실제 사실보다 10분 늦어 허위였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 국방부
국방부에 따르면,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문서는 국방부 정보본부와 해군이 작성한 것으로 일부 비밀문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에는 이같은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2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중앙일보가 말한 분석보고서는 실제로 보고서는 아니고, 해군과 국방부 정보본부가 당시 사건경위를 정리한 내용을 취합해 만든 문건"이라며 "문건 안에는 일부 비문(비밀문서)이 들어있다. 중앙 보도엔 비문내용이 들어있진 않았다"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대통령이 추가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이같은 문건이 언론에 유출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유출 경위를 조사중"이라며 "조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언론에 얘기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조선일보
청와대는 국방부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 집중적으로 남북함정 교신내용이 보도된 데 유감을 표명하고 구두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는 "우리는 비밀이 뭔지 알 수 없고, 다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이라며 "청와대 등에서 국방부가 고의적으로 언론플레이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기자 입장에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충실하게 기사를 쓰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19일자에도 1면 <해군, 교전수칙대로 포격>, 10면 <북한심리전에 말렸나> 등의 기사를 통해 당시 북한 경비정의 응신내용이 기만전술이었기 때문에 해군 작전사령부가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요지로 자세히 보도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해군과 합참이 북의 거짓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부 언론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보고누락을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해군과 합참의 경우 단 한차례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없고, 국방부도 정부합동조사단이 조사할 때까지 조사과정에 

   
▲ 중앙일보
대해 공식 설명을 한 바가 없다.

 A일간지 국방부 출입기자는 "해군쪽의 누군가가 합참 쪽에 허위, 누락 보고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이같은 정보를 언론에 흘려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군이 당시 취한 경고사격 조치가 과잉대응이 아닌 교전규칙에 따른 정당한 것이었다고 해도 보고사실을 누락하기 위해 '정당한 발포'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일간지의 출입기자도 "남북 함정간의 교신내용을 선별적으로 특정언론에만 배포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합동참모본부나 해군 작전사령부 쪽인 것 같다"고 말했다.

 C일간지 출입기자도 "해군과 합참의 입장을 얘기가 통하는 일부 언론에 하소연하는 식으로 호소했고 나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다. 가까운 기자를 상대로 청와대의 재조사 방침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식"이라며 "통상 조직의 보호본능이라는 게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는 군의 조직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응의 강도가 평소보다 높다. 또한 해군과 합참이 조사 받는 당사자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 기자들을 상대로 얘기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어떻게 하다보니 일부 매체에만 나온 것으로 일부 언론에만 (정보와 의견이) 집중돼 오해소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며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조심스럽게 언론에도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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