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간에 벌어지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공방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논란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수도이전 반대에 심각히 편중된 보도를 계속하는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일 인천지역 발전 토론회에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에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으며 광화문 한복판에 거대 빌딩을 가진 신문사가 반대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조선과 동아는 지난 6월초 행정수도 이전대상 기관 발표가 나온 뒤부터 사실상의 천도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춰 집요한 반대공세를 펼쳤다. 청와대는 보수언론의 공세에 대해 그간 ‘청와대브리핑’ 등을 통해 반박하고 일부 관계자들이 반대론을 폈지만 결국 대통령이 직접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이 지난 9일자 ‘청와대브리핑’ 기고를 통해 보수언론에 대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조선·동아일보 간의 대립각은 더욱 날이 서게 됐다.

조선과 동아는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행정수도 이전에 암묵적으로 찬성하는 논조를 보였다.

‘청와대브리핑’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2년 9월 이전까지 국토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 8건, 내부필진 칼럼 13건, 스트레이트 혹은 기획물이 15건이었다.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사설 17건, 내부필진 칼럼 16건, 스트레이트 혹은 기획물이 41건이었다. 조선은 특히 1991년 9월25일자 5면에 ‘교통난 해소 등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수도이전이 필요하다’ 내용의 최청림 당시 출판국장의 기명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의 제목은 <수도를 옮겨라>였다.

이러던 신문들이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후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이 가시화되자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작스레 적극반대로 돌아섰다.

수도권 집중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들 신문들의 논조변화는 청와대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 것 아니냐는 ‘정치색’을 의심케 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비판”이라며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우리는 공식적으로 수도이전을 반대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신중하게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자고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경향과 문화가 먼저 반대한다는 사설을 썼고, 방송사들도 강도높게 비판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되고 제대로 된 비판을 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를 몰아붙이는 것은 실체와 논리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편집국 간부도 “언론이 국가적으로 큰 현안이 있을 때 문제점을 비판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며 “9일 나온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모두 우리 지면에 실어줄 수도 있다. 다만 주장을 하려면 품위를 갖춰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우리가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과 정부·대전지사 등 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지면에 실었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지난해 말 행정수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땐 왜 문제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당시에는 FTA, 이라크 파병 등 정치적인 격동으로 이어진 현안들이 많았다. 이들 사안 하나하나에 모두 지면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며 “당시에는 사설로 비판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야당을 출입하는 한 일간지 정치부의 차장급 기자는 “한나라당은 뚜렷한 대안도 없이 자신들이 스스로 통과시킨 법을 훼손하며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고 있고 일부 보수언론은 조령모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일관성 없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는 한다고 비판하고 안하면 안한다고 비판하는 식은 결코 언론이 가진 비판기능의 본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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