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출신 김창수 대전 대덕구청장(열린우리당)이 친정에 대해 "지면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없고, 논점이 스테레오타입화돼 있다"며 쓴소리 한마디를 했다.

김 청장은 지난 9일 조선노보 700호 기념 기고문에서 "조선일보는 나에겐 '영원한 친정'이다. 물론 어떤 현안문제에 대해 조선일보가 내걸고 있는 방향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만 해도 관점을 달리 한다. 그렇지만 조선일보의 어젠다 세팅의 품격과 그 정치함은 자타가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 청장은 이어 "다만 국외자로서 한가지를 지적한다면 지면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보다 더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어떤 때는 너무 논점이 스테레오타입화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이어 "'조선일보 다운'이 논조의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완고하고 경직되게 비쳐질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라며 "친정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지난 81년 5월 조선일보 공채 17기로 입사해 99년 11월까지 사회부 정치부 수도권부 주간부를 거쳤다. 지난 89∼90년에는 조선노조 2대 위원장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대전 대덕구청장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다음은 김 청장이 노보에 기고한 '영원한 친정, 유연성 키워야'라는 글 전문.

영원한 친정…유연성 키워야

‘당당한 풍채에 어딘가 허술해보이는 옷매무새. 시골스런 맛이 느껴져 좋았던 시정(時井) 선생. 기자는 무릇 ‘눈’이 아닌 ‘눈깔’을 갖고 있어야한다며 문제의식을 강조하던 그 목소리를, 우리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무엇인가 시작한다는 건 좋은 일이여…”약간 멋쩍어하면서 던진 당신 말씀대로 새 것에는 언제나 묘한 흥분과 두려움, 매력이 함께 합니다…'

벌써 5년 가까운 세월이 훌쩍 가버린 지금. 나는 내가 마지막 몸담았던 주간조선 부원들이 정표로 건네주었던 기념패의 몇 소절을 떠올린다. 엉덩이가 굼뜬 나를 빗대어 시간이 멈춰 서 있다는 뜻의 시정(時停)이, 체면 살려줄 요량으로 시정(時井)으로 바뀌었다는 내력도 다시금 곰씹어본다.

아무튼 조선일보를 그만둔 뒤 나는 ‘시간을 긷다'가 대전의 구청장 자리 하나를 갖게 됐다. 몇차례 선거에서 거푸 고배를 마시다 지난 6월5일 보궐선거에서 대덕구청장에 당선된 것이다. 해서 요즈음 나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에 나서고 있다. 구청 신입생으로 업무파악에 연일 눈코 뜰 새가 없다. 구정 업무보고를 받으랴, 동사무소 순방하랴 정말로 뺑뺑이를 도는 기분이다. 마치 286컴퓨터가 펜티엄급 이상이 되느라 용량을 초과하는 격이다. 그렇게 취임 한달을 보내다가 김희섭 위원장으로부터 ‘노보 700호' 기념호 원고청탁을 받게됐다.

엉겁결에 승낙을 하고나니 뭘 쓸까도 고민이었다. 벌써 700호라, 조선일보 노조의 나이테도 그만치 굵었어라, 내 동료들이나 선배들도 이젠 늙었어라, 이렇게 회상을 하다보니 나는 자연 ‘추억여행'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1988년 10월25일 노조창립으로부터 시작해 격동의 시절, 노사간 대립이 극에 달했던 순간순간들, 그 때 마주했던 얼굴들, 그리고 그 후 침잠의 계절들….
태평로에서의 19년 가까운 내 인생은 정말 내 개인사에서 굵은 선으로 남아있다. 형성기도 있었고, 황금기도 있었는가 하면 깊은 동면기도 있었다. 우여곡절도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제 나에겐 의미있는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퇴사때 당시 윤희영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조선일보 기자'라는 여섯 글자를 품고 간다고 밝혔듯이 나는 내가 몸담았던 일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말하자면 조선일보는 나에겐 ‘영원한 친정'이다. 물론 어떤 현안문제에 대해 조선일보가 내걸고 있는 방향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만해도 관점을 달리 한다. 그렇지만 조선일보의 어젠다 세팅의 품격과 그 정치(精緻)함은 자타가 인정할 만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맺었던 인간관계를 끈끈이 지속하는 것은 조선일보만의 강점이요, 미덕이라고 본다. 다만 결례를 무릅쓰고 국외자로서 한가지 지적한다면 지면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보다 더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때는 너무 논점이 스테레오타입화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 다운'이 논조의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완고하고 경직되게 비쳐질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쓸데없는 말을 보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도 친정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

노보 700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언젠가 태평로에서 소줏잔 기울일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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