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실질적인 변화가 올 것인가." 조선일보가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대비하고 지면과 조직문화 등 근본적인 문제점 개선을 위한 기구를 최근 신설하자 이에 대해 사내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말 전사적 차원에서 미래 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장 김종래 편집국 부국장, 간사 진성호 미디어팀장)을 구성해 첫 회의를 가졌다. 이 팀은 미디어라는 전체의 틀 속에서 취재패턴에서부터 기사쓰기, '10년 뒤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까지 모든 문제를 다룬 뒤 오는 9월 이내에 보고서도 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 조선노보 7월2일자 1면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그동안 지면의 논조나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노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오고, 방상훈 사장도 올 창간기념사에서 "변화를 수용하자"는 언급을 하는 등의 사내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김희섭)는 기관지 '조선노보'를 통해 "다소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하지만 이런 작업의 출발은 조선일보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전 사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선노보 2일자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사원들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향후 2∼3년 간 조선일보를 둘러싼 환경이 불리해질 것" "100주년인 2020년에도 조선일보가 1등일지 모르겠다" "전반적인 논조가 다소 진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쪽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고 노보는 전했다.

노조는 "'외부의 도전에 조선일보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나'라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며 "이같은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것은 조직의 관료주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이런 분위기는 회사에 대한 비전을 점점 어둡게 만들었다"며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에 한창 뛰어야 할 젊은 기자들이 사직 또는 휴직의 형태로 회사를 떠났다. 이들 중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떠난 이들도 있었지만, '회사가 너무 답답하고 비전이 안보여서'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시스템 개선을 위해 경영기획실, 총무국, 편집국 등에서 보고서를 내보기도 했지만 검토 차원에서 한두달 시행해보다 흐지부지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노조는 "취재시스템의 변화라고는 원고지가 노트북 컴퓨터로 바뀌었을 뿐 70∼8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판매나 광고, 인사시스템 등도 전근대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조는 TF팀 가동에 대해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그 추진 과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선노보 2일자 <"제대로 한번 바꿔보자"> 기사 전문이다.

회사가 최근 전사(全社)적인 차원에서 미래를 대비할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외부 기관에 의뢰해 조직 점검을 받을 예정이며, 편집국과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회사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태스크포스팀도 만들었다.

이 팀은 미디어라는 전체의 틀 속에서 취재패턴부터 기사쓰기, 10년 뒤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까지 모든 문제를 다룬 뒤, 오는 9월까지 리포트를 낼 계획이다. 미디어산업의 급격한 환경 변화와 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일련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신문 지면, 조직문화나 체계 등에 대해 의견을 밝혀온 조합은 회사의 이런 대응이 다소 늦었으나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는 바다. 그리고 원론적인 얘기지만 이러한 작업의 출발은 우리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합은 판단하고 있다.

우선 회사와 조합을 비롯해 전체 임직원은 20여년간 신문시장에서 수위 자리를 지켜오면서 그에 안주해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해오지 않았나 심각히 반성해봐야 한다. 그간 우리 안에는 ‘밖에서 뭐라 해도 1등 신문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만과 ‘내가 근무하는 동안 조선일보가 망하기야 하겠냐’는 무사안일주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속에서 조직의 관료주의가 싹을 키웠다. 한 간부는 “회의에 들어가 보면 경영진이 의견 개진을 주문해도 활발한 토론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는 이들도 튀기 싫어 입을 닫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회사가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향후 2~3년간 조선일보를 둘러싼 환경이 불리해질 것’이라거나 ‘100주년인 2020년에도 조선일보는 1등일지 모르겠다’ ‘전반적인 논조가 다소 진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쪽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외부 도전에 조선일보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나’란 설문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것은 조직의 관료주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회사에 대한 비전을 점점 어둡게 만들었다. ‘지난 1∼2년간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개인의 비전이나 조직 분위기는 어떤가’ 등의 설문 답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 한창 뛰어야 할 젊은 기자들이 사직 혹은 휴직의 형태로 회사를 떠났다. 이들 중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떠난 이들도 있었지만, “회사가 너무 답답하고 비전이 안보여서”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오랜 동안 회사는 ‘종합미디어그룹’을 지향한다고 해왔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은 이와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경쟁사들 중에는 10년 전부터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고 치밀하게 지면과 조직개편 작업을 해온 회사도 있다. 아직은 회사가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해도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파워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동안 경영기획실, 총무국, 편집국 등에서 간헐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보고서들은 검토 차원에서 그치거나 한두달 시행해보다 흐지부지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조합은 보고 있다. 취재 시스템은 원고지가 노트북 컴퓨터로 바뀌었을 뿐 70~8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판매나 광고, 인사 시스템등이 전근대적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번 작업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조합은 보고 있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꼼꼼이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추진 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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