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이거우(九寨溝)는 천상의 비경이라 할만한 곳이다. 이곳엔 원시의 비경이 숨쉬고 있다. 중국내 자연 경관으로 최고를 자랑한다. 사계절 내내 새 옷을 갈아입는다. 비취 빛깔의 호수, 첩첩이 쌓인 폭포, 붉고 노란 단풍, 겨울철 눈 덮인 산에 얼음 폭포 등 주자이거우는 천의 얼굴로 변한다.

2003년 10월에 찾은 주자이거우는 오색의 단풍 속에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주자이거우의 물 빛깔은 잉크를 한 방울 풀어놓은 듯한 신비의 물색이다. 물 속은 한 점의 티끌도 없이 수정처럼 맑다. 어떤 곳은 노란빛이 감돈다. 에메랄드와 사파이어를 물에 가득 담아놓은 듯하다. 호수는 녹, 청, 황색으로 영롱하다. 그래서 ‘비취 바다’(翠海)란 애칭을 갖고 있다. 손을 담그면 이내 물이 들 것만 같다. 주자이거우는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에 오염되지 않은 처녀성을 간직한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손색이 없다. 주자이거우는 1970년대 중반 벌목공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 정도로 산 깊숙이 꼭꼭 숨어있었다. 중국 정부는 1990년 40개의 중국관광명승지중 ‘제1호’로 등록했다. 유엔은 1992년 12월 유네스코의‘세계 자연유산, 1997년 말‘세계생물권보호구’로 각각 지정했다.

   
▲ 주자이거우(九寨溝)의 비취색 옥수는 계곡의 아래에서 폭포(瀑布)로 변해 또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전주탄(珍珠灘)폭포는 옆으로도 흐르고 퍼지다가 다시 모아져 절벽에서 빠르게 낙하하는 폭포의 오케스트라를 보여준다. 주자이거우의 폭포는 계곡에 얽힌 수많은 얘기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주자이거우는 한마디로 ‘동화 세계’이자 ‘인간 선경’이다. 서부 칭짱가오위안(靑藏高原)의 동쪽 자락인 쓰촨(四川)성의 아바짱족 자치주 지역에 위치해있다. 해발고도 1996~4764m의 험준한 산악에 720㎢ 규모다. 계곡 안에 9개의 짱족 마을이 흩어져 있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주자이거우는 민산(岷山) 산맥에서 40여㎞로 내리 뻗은 계곡을 따라 옥수(玉水)가 ‘Y’자로 흘러내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전체적으로는 118개의 호수와 17개의 폭포군이 있다. 주위에는 원시삼림과 ‘진쓰후’(金絲개사슴록+候), 슝마오(雄猫·판다) 등 각종 진귀한 동물들이 뛰어다닌다. 이곳은 봄꽃(春花), 여름 녹음(夏綠), 가을 단풍(秋葉), 겨울 눈(冬雪) 등 계절을 거치면서 한편의 시와 그림 같은 기이한 장관을 연출한다. 주자이거우는 ‘물 세계’의 진수가 담겨있다.

   
▲ 주자이거우(九寨溝)의 물빛깔은 잉크를 한방울 풀어놓은 듯한 신비의 물색이다. 주자이거우의 비취빛 옥수(玉水)속에 쓰러진 통나무가 원시적인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물속의 나무의 뿌리에서는 전혀 다른 작은 나무가 싹을 틔워 위로 자라고 있다.
중국인들은 ‘호수’가 클 경우 ‘바다’라 부른다. 주자이거우도 예외가 아니다. 볼만한 주요 경관이 5곳으로 나눠져 있다. 창하이(長海)는 해발 3150m로‘Y’자의 왼쪽 상단에 위치하며 아래쪽에 우차이츠(五彩池)와 ‘상·중·샤 지제하이’(上·中·下 季節海)와 함께 있다. ‘와호장룡’영화를 촬영했다고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주자이거우의 진풍경은 대부분  ‘Y’계곡의 오른쪽에 몰려있다. ‘Y’계곡의 갈림길 부근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Y’계곡의 오른쪽 풍경 감상에 들어간다. 진수는 ‘우츠하이’(五彩池)와 ‘우화하이’(五花海)가 꼽힌다. 물 속은 투명하다. 깊은 바닥도 환히 들여다 보여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고인물이 거울처럼 맑다. 물 속에는 쓰러진 통나무가 그대로 잠겨 있다. 통나무는 전혀 썩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물 속 통나무를 보고 있으면 태고의 신비가 몸 속에 파고 든다. 수면위로 나온 쓰러진 나무의 뿌리에 붙은 흙무더기에서 또 다른 작은 나무가 싹을 틔워 생명을 피워내고 있다. 원시의 비경은 신비롭기만하다. 차오하이(草海)는 물위에 초록색 잔디가 섬과 반도처럼 떠 있다. 수정췬하이(樹正群海)는옥빛 물 속에 나무가 열을 지어 군락을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슝마오하이(雄猫海)는 판다가 주식으로 삼는 대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판다가 이곳에서 목을 축인다는 데서 붙여졌다.

징하이(鏡海)는 말 그대로 ‘거울 호수’다. 탁 트인 옥빛 거울은 가을이면 단풍으로 채색된 산과, 하늘 그리고 흰 구름까지 고스란히 거꾸로 담을 정도로 맑고 크다. 이 비취색 옥수는 계곡의 아래에서 폭포(瀑布)로 변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주자이거우의 폭포는 아래로 내리꽂히는 ‘비류직하’(飛流直下)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주탄(珍珠灘)폭포는 폭포의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이곳은 옥색 물줄기가 관목 숲과 녹색의 초지 경사면을 부채 살처럼 펼치며 ‘진주알’모양으로 개울을 만들며 흘러내리다 절벽에서 물거품으로 사라진다. 수정(樹正)폭포는 절벽의 바위로 인해 흰 물줄기가 마치 버들가지를 축축 드리운 나무숲모양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눠르랑(諾日朗)폭포는 수백 갈래의 물줄기가 아예 계곡 하나를 백색 커튼처럼 드리운 웅장한 모습을 하며 물소리의 오케스트라를 연출한다. 이 폭포는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을 이루는데 이 앞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펀징탄(盆景灘)은 수 백 개의 잘 다듬어진 분재를 계곡에 뿌려둔 듯하다. 자이거우의 묘미는 바로 이러한 절경 속을 걷는 것이다. 숲 속으로는 나무판 보도가 나있다. 높이는 지상에서 30㎝ 정도에 폭은 2m 정도로 환경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 경사진 곳에는 미끄럼 방지용 철망까지 씌워놓았다. 나무판 보도를 걷노라면‘내가 곧 신선’이 되고 만다.

   
▲ 황룽(黃龍)은 계곡에 곡선의 테두리를 가진 수많은 작은 연못을 구슬 엮듯이 연결해놓은 형상이다. 경사진 길을 따라서 ‘옥빛 물결’‘금빛 물결’을 보면서 오르노라면 황홀한 비경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황룽(黃龍)은 주자이거우와 쌍벽을 이루는 비경을 뽐낸다.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300km, 주자이거우에서 남쪽으로 128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어떤 이는 주자이거우를 첫손에 꼽는가하면 다른 이는 황룽을 천하절경이라고 우긴다. 황룽 계곡은 빙하에 의해 침식돼 생겼다. 바닥의 석회암 지형은 용해된 탄산석회 등 침전물이 퇴적해 이뤄졌다. 계곡을 따라 계단식 논 형태의 카르스트 지형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사람이 손 댄 듯한 정연한 계단식 논 두렁 속에 가둬진 물은 금빛, 옥빛 물결을 이루며 바람에 살랑인다. ‘황룽’이란 이름은 금모래가 깔려 황금빛 바닥에 옥수를 담아놓은 진사푸디(金沙鋪地)에서 따왔다. 계곡에는 곡선의 테두리를 가진 수많은 작은 연못을 구슬 엮듯이 연결해놓은 형상이다. 정상의 황룽쓰(黃龍寺)까지 난 3.7㎞의 경사진 길을 따라서‘옥빛 물결’ ‘금빛 물결’을 보면서 오르노라면 황홀한 비경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결이 일고 있는 모습은 옥구슬을 물이 담긴 쟁반에 가득 담아둔 듯 하다. 꼭대기까지는 약 3시간의 옥 물결 파노라마가 이어진다. ‘위판츠’(玉盤池·옥쟁반 못), ‘롄타이츠’(蓮台池·연꽃 받침 못), ‘비수이인탄’(碧水銀灘·옥빛 물 은빛 개울), 시화츠(洗花池·꽃송이 못) 등 도처에 옥이요 꽃이다. 황룽의 맛은 햇볕의 강도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매순간 물색이 카멜레온처럼 변한다는 데 있다. 가을에는 망아지들이 푸른 옥빛 저수지 옆에서 유유히 황금빛 풀을 뜯는다. 지난해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찍은 ‘잉슝’(英雄)의 무대도 황룽이다. 눈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에 한없이 휘날리는 샛노란 은행 잎사귀는 바로 이 곳의 것이다.

   
▲ 황룽(黃龍)은 해발고도가 3100m~3500m로 고산증(高山症)이 기다리고 있다. 베개처럼 생긴 ‘공기 주머니’를 구입해 숨이 찰때 수시로 들이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황룽은 고산증(高山症)이란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황룽계곡은 해발고도가 3100m~3500m로 산소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한 두통으로 ‘비경 감상’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압이 0.7로 낮으며 산소 부족으로 사람에 따라 속이 메스껍고 구토, 두통 증세를 느낀다. 예방법은 입구에서 판매하는 물놀이용 플라스틱 베개처럼 생긴 산소 주머니를 들고 올라가다 숨이 차면 수시로 들이키는 것이다. 더 힘들면‘화간’(滑杆)이라 불리는 가마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왕복이 200여 위안(약 3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이는 산소가 부족한 극히 열악한 조건에 따른 것이다.

   
▲ 룽중얼자(容中爾甲)는 짱족(藏族)출신 가수왕으로 불린다. 주자이거우 출생으로 가오위안홍(高原紅), 주자이즈쯔(九寨之子), 선치더주자이(神奇的九寨) 등 주자이거우에 대한 예찬과 그리움을 노래말로 절절히 표현했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은 목청이 좋다. 짱족(藏族)으로 주자이거우 출신인 룽중얼자(容中爾甲)는짱족의 가요 왕으로 불린다. 그는  ‘가오위안홍’(高原紅), ‘주자이즈쯔’九寨之子·주자이거우의 아들), ‘선치더주자이’(神奇的九寨) 등 주자이거우에 대한 예찬과 그리움을 노랫말로 절절히 표현했다. 목소리도 주자이거우, 황룽의 물처럼 맑디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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