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언급하며 일부 언론 보도를 비판한 데 대해 해당 언론들은 "감정적인 발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가 앞서가고 있으며 이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연인지는 몰라도 일부 언론의 보도는 언론개혁 문제를 둘러싼 정서적 전선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며 일부 언론의 '저의'를 의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줄곧 비판적인 논조를 펴온 조선·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확성이 없는 감정적인 발언"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18일 "막상 까보니 행정수도가 아니라 입법·사법부까지 모두 옮기는 사실상의 천도였기 때문에 비용 낭비 등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공력을 들여 보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우리를 마치 정권을 흔드는 사람들로 표현하고,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감정적인 반응으로 인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솔직히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논의의 출발부터 깊이있는 연구가 부족했고, 이 때문에 여권 관계자들도 '정략적 카드'였다고 인정하는 게 아니냐"며 "혹시 대통령이 '오기로'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꼼꼼이 따져보려는 언론보도를 문제삼는 것은 적절한 반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정부는 지방 분권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반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수구세력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수도 이전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 '언론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정치부 중견기자도 "우리가 무슨 저의가 있겠냐. '천도'의 문제점을 비판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냐"고 되물으며 "천도 문제가 걱정스럽고 우려가 되기 때문에 따져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사전에 수도 이전 문제를 미리 점검하지 못한 점에서 언론도 반성해야 대목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논의가 시작된 첫 단계부터 정밀하게 점검했어야 했는데 정치공방을 중계하는 데 그쳤다. '설마 되겠냐'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한나라당이 충청권 표를 의식해 눈치보기를 한 것처럼 언론도 충청권 독자를 잃지 않을까 눈치를 본 측면이 있었다"며 "언론사 사옥 이전 등 현실적인 문제도 여러 가지 반대 이유 중 하나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냐고 비판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것"이라며 "지난해 이 문제를 소홀하게 다룬 점은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일부 언론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언론계 일각의 지적에 대해 동아일보 간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가 (조선이나 동아 등) 특정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서 그렇지 이번의 경우 각을 세워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앞으로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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