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敦煌) 다음 행선지는 신장(新疆) 자치구의 투루판(吐魯番)이다. 둔황역까지 양옆은 지평선이 열려있다. 마른 척박한 땅위에 난 사막식물은 질경이 같은 생명력을 지녔다. 둔황역에 도착하기 전 주위는 온통 검은 산이다. 이른바 ‘헤이산’(黑山)으로 석탄산이다. 멀리 굴뚝에는 유전에서 뿜어 나오는 붉은 불길이 바람에 휘날린다. 둔황역에서 투루판까지 기차로 10시간 정도 걸린다.

주민 90% 위구르(維五爾)족…중국에서 가장 건조하고, 덥고, 해발고도 가장 낮아

투루판은 위구르(維五爾)족들이 90%를 차지한다. 위구르족들은 신장 지역에 거주하며 이슬람 문화권이다. 이들은 유목민족으로 동·서양이 섞인 이국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투루판은 중국에서 ‘최고기록 세 가지’가 있다. 중국에서 가장 ‘덥고 건조하며 해발고도가 낮다’. 투루판은 한마디로 ‘열(熱)받는 땅’이다. 여름철 기온이 섭씨 49도까지 올라간다. 매년 35도를 넘는 날이 99일, 연평균 강수량은 16.75㎜에 이른다. 지표의 최고온도는 82.3도로 모래속에 계란을 묻어두면 익을 정도다. 투루판 분지는 일조량이 길고 강수량은 적으며 몹시 건조하다. 또 바람이 강하고 일교차가 크다. 여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공기중의 습도는 ‘0’이다. 투루판을 이전에는 ‘불의 도시’란 뜻으로 ‘훠저우’(火州)라 불렀다. 투루판은 해발 마이너스 154.43m로 요르단 사해보다 낮다.

   
▲ 신장(新疆) 자치구의 투루판(吐魯番)에는 ‘시여우지’(西游記)에 나오는 훠옌산(火焰山)이 있다. 훠옌산은 500m 높이, 폭 9㎞의 산이 98㎞의 길이로 병풍처럼 뻗어있다. 훠옌산은 한여름 적갈색의 사암에 생긴 주름이 햇볕에 반사돼 피어오르는 열기로 굴절된 공기가 마치 화염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여름 한낮의 표면온도는 섭씨 80도에 육박한다.
‘불의 도시 투루판은 ‘불산’(火山)을 낳았다. 바로 ‘시여우지’(西游記)에 나오는 훠옌산(火焰山)이 이곳에 있다. 훠옌산은 500m 높이, 폭 9㎞의 산이 98㎞의 길이로 병풍처럼 뻗어있다. 최고 높이는 831.7m로 한여름 적갈색의 사암에 생긴 주름이 햇볕에 반사돼 피어오르는 열기로 굴절된 공기가 마치 화염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한여름 한낮의 표면온도는 섭씨 80도에 육박한다. 위구르족들은 훠옌산을 붉은산이란 뜻으로 ‘훙산’(紅山)이라 한다.

‘시여우지’(西游記)에 나오는 ‘훠산’(火山) 유명

당나라때는 ‘불타는 산’이란 뜻에서 ‘훠산’(火山)으로 불렀다. 훠옌산에는 그야말로 한 포기의 풀도 찾아볼 수 없다. ‘시여우지’에는 손오공이 삼장법사와 인도로 경전을 구하러 가는 도중 훠옌산과 맞부닥치자 톄산궁주(鐵扇公主)라는 나찰녀와 싸워 얻은 파초선(芭蕉扇)으로 훼옌산의 불을 끈 뒤 서천 길에 다시 오른 것으로 돼 있다. 첸푸둥(千佛洞)의 입구에는 손오공과 삼장법사 일행의 석상이 만들어져 있다. 훼옌산을 바라보면 당시 비단길을 따라 서역 길에 오른 삼장법사 일행의 고난과 애환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사랴오’(沙療) 모래찜질 요법 관절염, 만성 허리통 등에 효과

   
▲ 투루판(吐魯番)에서는 땅의 열기를 이용한 ‘사랴오’(沙療)라는 모래찜질 요법이 있다. 이는 더운 땅의 열기를 이용한 전통 민간요법으로 풍습성 관절염, 만성 허리통 등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투루판에서는 ‘사랴오’(沙療)라는 모래찜질 요법이 있다. 이는 더운 땅의 열기를 이용한 전통 민간요법이다. 풍습성 관절염, 만성 허리통 등에 90%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투루판의 서북쪽으로 16㎞ 떨어진 곳에 흑회색의 큰 모래찜질 사장이 있다. 이곳은 광물질이 풍부하고 찜질을 할 경우 더운찜질, 자기 효과와 안마효과 등 종합적인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놀라운 것은 이런 ‘불의 도시’에 물이 넘친다는 것이다. 투루판에는 ‘지하운하’로 불리는 ‘칸얼징’(坎爾井)이 있다. 칸얼징은 창청(萬里長城), 징항(京杭)대운하(베이징-항저우 대운하)와 함께 중국고대 3대 공정으로 불린다. 칸얼징은 지상에 우물을 판 뒤 지하로 이 우물을 연결한 것이다. 투루판에 1천여 개로 가장 많으며 길이는 무려 5천㎞에 이른다.  ‘칸얼’은 ‘우물 구멍’을 일컫는 말로 ‘칸얼징’은 투루판이 해발고도가 낮은 분지로 지하수가 풍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톈산(天山)의 눈 녹은 물이 높은 곳에서 고도가 낮은 투루판으로 흘러내리면서 ‘지하 운하’를 통해 지상으로 물을 이끌어냈다. 투루판에서는 이 물을 관개용수로 사용해 농사를 짖고 식수로 사용한다.

   
▲ ‘불의 도시’인 투루판(吐魯番)에는 놀랍게도 물이 넘친다. ‘지하운하’로 불리는 ‘칸얼징’(坎爾井)은 지상에 수맥을 따라 드문 드문 우물을 판뒤 지하로 물길을 연결해 지상으로 흐르도록 한 것으로 기적적인 중국 고대 3대 공정중 하나로 꼽힌다.
투루판에는 포도와 하미궈(哈密果) 등 과일이 넘쳐난다. 과일은 크면서도 당도가 높다. 이는 위로는 강한 일조량이 쪼이는 데다 아래로는 토지에 관개가 잘 되기 때문에 천혜의 과수지역을 만들었다. 투루판은 ‘포도의 도시’로 불린다. 푸타오거우(葡萄溝)는 훠옌산의 서쪽에 있는 수목원으로 폭 2㎞에 길이 8㎞로 이어지는 대규모 과수단지다. 포도원 가운데로 ‘푸타오거우허’(葡萄溝河)라는 수로가 흐르면서 거대한 포도 과수원이 가능했다. 이곳의 포도는 당도가 세계 최고로 꼽힌다. 실제 먹어보면 설탕송이처럼 달콤하다. 이곳에서는 매년 약 1만 5천t의 포도가 생산되며 연간 매출액은 3600만 위안(약 54억원)에 달한다. 건포도는 약 400t이 생산된다. 이곳에는 포도이외에 복숭아, 살구, 배, 석류, 무화과 등 다른 과일도 재배된다. 푸타오거우를 거닐다 보면 포도밭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 포도 덩굴은 머리위로 설치해 놓은 디딤목을 타고 거대한 포도 넝쿨 숲과 그늘을 만든다. 그 넝쿨에 뜨거운 햇살이 쪼이면서 유리알처럼 투명한 청포도가 매달려 익어간다.

세계 최고 당도 자랑하는 포도에 참외과 과일인 하미궈(哈密果) 등 ‘과일 천국’

   
▲ 투루판은 ‘포도의 도시’로 불린다. 푸타오거우(葡萄溝)는 훠옌산의 서쪽에 있는 수목원으로 폭 2㎞에 길이 8㎞로 이어지는 대규모 과수단지다. 포도원가운데로 ‘푸타오거우허’(葡萄溝河)라는 수로가 흐르면서 거대한 포도 과수원이 가능하며 머리위로 포도덩굴을 타고 투명한 포도 송이가 드리워져 있다.
이곳에는 약 100종의 포도가 재배돼 ‘천연 포도 박물관’으로 불린다. 포도농장에는 여름에 포도 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린다. 9월의 포도 수확기에는 상인들이 투루판 시내 길 양옆으로 포도송이를 늘어뜨린 채 판매한다. 투루판에서는 평상시 사막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이 파괴된다. 가장 건조한 지역에서 세계 최상급의 과일이 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이 넘칠 경우 사막이 옥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10월에는 건포도가 판매된다. 투루판 포도는 8년 만에 포도가 열리는 적 건포도와 6년 만에 열리는 청 건포도가 있다. 이 포도는 8년 혹은 6년 만에 한차례 수확하는데 8년 산은 ‘남성용’으로 정력에 좋고 6년 산은 ‘여성용’으로 피부가 고와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건포도는 중국내에서 최상품으로 1㎏당 200위안(3만원) 정도로 다소 비싼 편이다.
 
   
▲ 투루판(吐魯番) 건포도는 8년만에 포도가 열리는 적 건포도인 ‘남성용’(왼쪽)과 6년만에 열리는 청 건포도인 ‘여성용’ (오른쪽)등 두가지가 있다. 이 건포도는 다른 건포도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중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말을 빨리 외우는 놀이인 ‘잰말 놀이’를 할 때 ‘츠푸타오부투푸타오피얼’(吃葡萄不吐葡萄皮兒·포도를 먹었는데 껍질은 안 뱉았네), ‘부츠푸타오다오투푸타오피얼’(不吃葡萄倒吐葡萄皮兒·포도를 안 먹었으나 포도껍질은 뱉았네), ‘츠투루판푸타오’(吃吐魯番葡萄), ‘부투투루판푸타오피얼’(不吐吐魯番葡萄皮兒), ‘부츠투루판푸타오’(不吃吐魯番葡萄), ‘다오투투루판푸타오피얼’(倒吐吐魯番葡萄皮兒)로 빨리 발음할 경우 혓바닥이 엇갈린다. 하미궈는 신장 자치구 동부에 위치한 하미(哈密)에서 나는 참외과 과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속살에 발그레한 홍조가 돌면서 과일이 크고 당도가 매우 높다. 투루판 시장에서 파는 말린 대추는 크고 매우 달콤한데 육질이 캬라멜과 같은 맛과 향이 날 정도로 당도가 높고 쫄깃쫄깃하다. 이곳의 호도, 아몬드 등 건 과일도 독특한 기후조건으로 고소하면서도 맛이 있다. 푸타오거우는 물과 포도로 인해 여름철 평균 기온이 시내보다 3~5도 낮다. 따라서 이곳은 불의 도시인 투루판에서 ‘청량 세계’로 꼽힌다. 투루판은 말 그대로 꿀과 젖이 흐르는 지상낙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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