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데 대해 자신들에 유리한 판결문 내용만 보도해 '짜깁기'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가 김 전 총장과 김 전 국장에 대해 각각 1억원씩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17일자 <"이승복 보도는 진실" 재확인>이라는 사회면 머릿기사에서 "김씨 등이 오보전시회와 미디어오늘 등을 통해 '이승복 기사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지도 않고 허위의 사실을 구상하고 소설을 쓰거나 또는 작문하듯이 작성된 것'이라는 뜻으로 적시한 데 대해 재판부는 '조선일보사가 언론사로서 기본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 조선일보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6월17일 사회면
조선일보가 기사에 인용한 판결문의 구절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포함된 대목이다. 판결문의 해당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면 "원고(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지도 않고 허위의 사실을 구성하고 그 구상에 따라 소설을 쓰거나 또는 작문하듯이 작성된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로써 원고나 원고의 기자가 사실을 취재한 후 그에 근거하여 대중들에게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의 기본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여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것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기는 한다"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이외의 다른 판결문 구절은 인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시회 개최나 기사 게재행위(의혹보도)가 특별히 언론사인 원고를 지목하여 폄하·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으며,  "(김 전 총장과 김 전 국장이 각각) 전시회 개최나 의혹보도에 의해 적시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은 데에 관하여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결론에서 "그렇다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어 기각하기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런 내용을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단지 "명예훼손에 해당하기는 한다"고 판결한 대목만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사에 반영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짜깁기' 논란에 대해 "(기사에) 의혹제기를 할 수 있다는 대목을 썼고, (판결 취지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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