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이승복 사망기사가 오보였다는 주장에 대해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판사 김상균)는 16일 이승복 사망기사가 오보였다고 주장했던 김주언 언론재단 연구이사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상대로 조선일보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있었고, 이승복군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만 김 이사와 김 전 국장의 주장도 사실로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 원고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고 김형태 피고인측 변호사가 전했다.

   
▲ 이승복생가 ⓒ 연합뉴스
김형태 변호사는 "조선일보측이 자사 기자와 사진기자가 현장에 있었다며 제출한 사진이 역으로 현장에 없음을 증명할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재판부가 사실로 받아들여 아쉽다"며 "오히려 조선일보측이 항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비록 판결 내용은 애매하지만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의 반공·냉전 이데올로기의 상징이었던 이승복 신화가 언론에 의해 끌어내려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과거 헌법 차원에서조차 금기시돼온 문제를 이제는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나 재판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승복군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우리 보도와 강인원 기자, 노형옥 사진기자가 당시 현장에 있었음을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만큼 지난 98년 김주언 이사가 우리 기사를 '소설'이라고 말한 것은 분명한 명예훼손"이라며 "어차피 재판을 시작한 만큼 항소를 적극 검토한다는 게 현재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8년 11월 김 이사와 김 전 국장을 상대로 "자사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각각 1억원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또 함께 제기했던 형사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민사소송 판결로 이승복 신화에 대한 '조작' '오보' 논란이 반전의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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