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鴨綠江)은 중국과 북한의 변경을 흐르는 강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압록강물은 도도한 흐름을 타고 서해로 흘러내린다. 압록강은 물의 색이 수컷 오리(鴨)의 머리처럼 녹색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압록강의 강폭은 50~150m로 동북지역의 험준한 산 사이를 굽이치며 흐른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북쪽의 산세 어우러진 경치 일품

   
▲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압록강변을 따라 단둥(丹東)쪽으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압록강 상류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아름다운 ‘별천지’가 전개된다. 압록강이 북녁의 산세를 휘감으며 굽이쳐 흐르는 이곳은 또다른 청정 구역으로 원시적인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총 길이 795km인 압록강은 매년 6월 이맘때 쯤이면 ‘별천지’가 전개된다.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쪽으로 압록강변을 따라 난 강변 비 포장길을 달리며 북쪽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이리저리 굽이쳐 흐르는 압록강물이 거친 북쪽의 산세와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풍경은 눈이 번쩍 뜨이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이곳은 오염되지 않은 또 다른 청정 구역으로 원시적인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03년 6월 찾아간 압록강은 물 줄기가 여러 갈래였다. 동북지역의 험한 산세로 물길이 이리 저리 굽이치며 깊숙한 계곡 속으로 파고들면서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이는 중국쪽 압록강변의 잘 다듬어진 농지와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시선이 물길을 따라 먼 곳까지 미치면 중첩된 산 무리들이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강이 굽이쳐 산자락에 가로막히면서 어떤 곳은 녹색의 숲으로 둘러싸인 푸른 호수가 되기도 한다. 군데군데 마다 습지와 작은 섬들이 떠있고 잔잔한 수면이 북녁의 산하를 거울처럼 비추면서 압록강의 절경은 끝없는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잘 다듬어진 연녹색의 중국쪽 하천 농지 위에 강 길 방향으로 길다랗게 굴곡지며 그어진 ‘한줄기 길’도 인상적이다.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땅은 곧바로 도달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일대의 산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듯했다. 훈장(渾江)에서 전장(振江)으로 이어지는 길은 6월의 밤꽃 향기로 가득했다. 승용차로 수십 km를 달려도 이어지는 밤 꽃향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곳은 가을이 되면 동북지역의 특산물인 알밤이 다량으로 생산된다. 오른쪽에는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강쪽으로는 그늘을 드리운 아카시아 잎 사이로 압록강의 잔잔한 물결이 끝없이 이어진다. 압록강물이 흘러가는 곳의 저 먼 하늘에는 솜뭉치 같은 흰 구름이 둥실 떠있다.

북·중 합작 ‘수이펑’(水豊)발전소도 있고 강물엔 은어(銀魚)가 헤엄쳐

   
▲ 중국 랴오닝(遼寧) 단둥(丹東)에서 한시간 거리의 압록강 상류 지역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 불과 한발짝도 안될 정도로 좁아지는 장소가 나타난다. 물의 오른쪽이 중국땅으로 북한과 중국의 육지가 폭 1m도 안되도록 근접해있다.
압록강 하류쪽으로 내려오면 북·중 합작의 ‘수이펑’(水豊)발전소가 있다. ‘물이 풍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압록강은 아래로 수이펑에서 강폭이 좁아지면서 유속도 빨라진다. 압록강의 수력 발전은 총 230만kw로 ‘수이펑 발전소는 최대의 발전용량을 자랑한다. 연간 발전 용량이 70만kw인 수이펑 발전소는 현재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수이펑 발전소를 먼발치서 바라보면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타이핑완(太平灣) 발전소도 주요 수력발전 자원이다. 단둥(丹東)에서 북쪽의 수이펑까지는 배로 유람이 가능하다. 압록강에는 은어(銀魚)가 산다. 압록강변을 따라 달리다보면 강 가운데 이곳저곳에서 양식장이 눈에 띤다. 압록강은 역사적으로 영토 문제로 민감한 지역이다. 중국은 ‘후산’(虎山)이 명(明)나라 때 만리장성의 동쪽 끝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중국 매체는 최근 전국시대 옌(燕)나라 때 것이라며 기원을 훨씬 이전까지 잡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이 압록강 변에 ‘벽’을 쌓는 것은 지안(集安), 환런(桓仁) 등 고구려 유적의 역사논쟁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몇 년전부터 후산의 창청(長城)을 보수해 현재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단둥 일대의 유람지중 주요 관광지에 해당한다.

좀 더 거슬러 오르면 양발로 북한땅·중국땅 디딜 수 있는 곳도 있어

   
▲ 압록강 상류 지점에서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맞은편 북쪽 강변에서 한 아낙네가 빨래를 하고 있다. 압록강변에서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 중국 랴오닝(遼寧) 단둥(丹東)에서 쾌속선을 타면 맞은편 신의주 압록강변의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적힌 구호를 볼 수 있는 곳도 이 곳이다.
압록강의 하구는 ‘다도해’를 이루고 있다. 퇴적층으로 형성된 크고 작은 섬들이 200여 개에 달하며 현재도 계속 새로운 섬이 생겨나고 있다. 압록강 하구쪽의 강폭은 5km에 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단둥에서 승용차로 한시간여 거슬로 올라가면 강폭이 1m가 채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이곳에는 한 쪽 발을 중국땅에 또 다른 발은 북한땅에 한꺼번에 내디딜 수 있는 곳이다. 좌우 다리를 번갈아 놀리면 한순간에 중국과 북한의 영토를 ‘왔다갔다’할 수 있는 셈이다. 단둥에 가까운 압록강 하류는 도처에 ‘전쟁’의 아픔이 묻어난다.  단둥 지역 일대는 ‘전쟁의 상흔’이 관광상품이 되는 곳이다. 미군의 폭격으로 잘려나간 다리는 압록강 단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압록강 상류로 올라가면 또 다른 단교가 나타난다. ‘압록강 하구 단교’라고 이름이 붙은 이곳도 압록강 단교와 마찬가지로 잘라진 지점에서 망원경으로 북쪽의 풍경을 바라다 볼 수 있다. 한적한 산골의 아낙이 강변에서 빨래하는 모습과 북한 남성이 낚시하는 장면도 보인다. 단둥의 압록강 단교 망원경에서는 북쪽 어린이들이 신의주 강변에서 물장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쾌속선을 타고 신의주 가까이 다가서면 북쪽 동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붉은 명조체로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적힌 구호를 늘상 볼 수 있는 곳도 이 곳이다. 배 위에 인민군복에 모자를 쓴 사람도 보이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무표정에 대체로 어두운 색깔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압록강변 단둥쪽엔 북한쪽과 달리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벼

   
▲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압록강변에서는 여름철이면 압록강 한곳에서 고기를 낚고 빨래를 하며 수영을 즐기는 풍경이 벌어진다. 뒤로 압록강 철교가 보인다.
하지만 단둥쪽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이곳은 사시사철 압록강과 변경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압록강 단교에는 잘라진 끝단부분에 미군들이 사용한 포탄 모형들을 놓고 ‘반미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압록강 철교를 ‘중국의 개선문’이라 부른다. 중국은 미국을 미래의 군사적인 맞수로 여기고 있다. 압록강 단교는 1909년 5월~1911년 10월 배의 통과를 위해 90도로 회전이 가능한 ‘개폐식’으로 만들어졌다. 일본 조선총독부가 만주 지역의 곡물과 삼림자원을 본국으로 수송하는 주요통로였던 이 다리는 1950년 말~1951년 초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파괴됐다. 일본은 1943년 4월 동북지역의 식민지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단교 옆에 압록강 철교를 건설했으며 현재 중·북 물류의 동맥구실을 하고 있다. 시내에는 ‘캉메이위안차오’(抗美援朝)군사박물관이 있어 항미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단둥시, 압록강 일대 주요 관광지 조성에 박차

단둥시는 압록강 일대를 동북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단둥시는 2002년 9월 ‘단둥압록강국제관광제’행사를 개최했다. 해마다 10월1일 국경절 휴일 때는 단둥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하루 2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압록강은 북한으로 인해 관광특수를 누리는 셈이다. 또한 단둥시에서 압록강변을 따라 관광 도로를 확장하고 있다. 랴오닝성 선양(沈陽)에서 단둥까지 4시간만에 연결되면서 압록강 관광의 조건이 더욱 좋아졌다. 단둥은 중국인들에게 북한 신의주 1일 여행, 묘향산 2일, 평양 4일 여행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갖춰놓고 있다. 특히 단둥은 옥돌에 유황 온천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섭씨 69도의 온천수가 사시사철 쏟아진다. 사방이 옥돌로 깔린 온천탕에서 유황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주위에 잠업이 융성해 비단 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음식점에서는 엄지손가락 굵기 만한 ‘번데기’가 특산물로 오른다. 입안에 놓고 한 입 깨물면 방울 토마토처럼 진액이 터져 나오는 데 남성 건강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여름이면 압록강은 야외 수영장으로 변한다.

압록강은 조선조 태조 이성계가 회군을 한 위화도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땅인 위화도는 단둥시내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다. 압록강은 신의주 특구가 새로 시작할 경우 새롭게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경의선이 뚫린다면 머지않아 ‘압록강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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