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맥주의 나라다. 중국은 맥주를 ‘피주’(口+卑酒·맥주)라고 부른다. 영어 ‘비어’(Beer)에서 첫 자를 차음(借音)한 것이다. 중국 어느 곳을 가나 그 지방의 맥주가 있다. 상표명도 가지각색으로 수 십 종이 있다. 어떤 곳은 지명을 차용했고 어떤 맥주는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향토적’인 상표가 친근감을 준다.

영어 ‘비어’(Beer)에서 첫 자를 차음(借音) ‘피주’라 불러

   
▲ 중국은 ‘맥주의 나라’다. 허난(河南)성 신샹(新鄕) 지역에는 ‘항쿵 피주’(航空)가 있다. ‘쿵쯔’(孔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曲府)에는 ‘싼쿵(三孔) 피주’가 장악하고 있다. 산둥(山東)성 옌타이(烟台)에는 ‘옌타이 피주’가 있다.
산둥(山東)성에는 칭다오(靑島)외에 옌타이(烟台)라는 지명을 딴 ‘옌타이 피주’가 있다. 베이징에서 가까운 바다 휴양지인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는 ‘숫소얼음 맥주‘란 뜻인 ‘궁뉴빙(公牛氷) 피주’가 있다. 허난(河南)성 신샹(新鄕) 지역에는 ‘항쿵 피주’(航空) 피주가 있는 데,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때 이곳에 항공연구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상표의 한 가운데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항공기가 그려져 있다. ‘쿵쯔’(孔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曲府)에는 ‘싼쿵(三孔) 피주’가 있다. ‘싼쿵’은 공자의 사당인 ‘쿵먀오’(孔廟), 공자의 자손이 살던 저택 겸 관공서인 ‘쿵푸’(孔府)와 공자와 자손의 묘가 있는 ‘쿵린’(孔林) 등 세 가지를 일컫는다. 취푸를 대표하는 세 곳을 한꺼번에 일컫는 문화적인 명칭을 상표로 삼은 셈이다. 이곳 일대에는 향토 맥주인 ‘싼쿵 피주’가 장악하고 있다.

서부지역의 건조한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에서는 ‘황허(黃河) 피주’가 있다. 란저우는 중국 문명의 발상지이자 ‘무친허’(母親河)로 불리는 황허(黃河)의 시발지에 위치한 사막 지역 한가운데의 오아시스로 이 특징을 맥주병에 담았다. 이들 맥주는 마셔본 결과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중국의 맥주는 가격이 매우 싸다. 국내의 작은 병 기준으로 2위안(300원)이면 된다. 중국의 생수인 ‘쾅취안수이’(石+廣泉水)의 한 병 소매가가 3위안(450원)으로 맥주값이 물보다 싼 편이다. 비교적 비싼 편인 ‘헤이피주’(黑맥주)도 수퍼마켓인 ‘차오스’(超市)에서는 큰 병 당 10여 위안(1500원)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보통맥주는 음식점에서도 한병 당 15위안(1500원~2250원) 안팎이면 마실 수 있다. 그러나 고급 호텔에서는 작은 맥주 한병이 40~50위안(6천원~7500원)하며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맥주 전문점은 작은 한 병에 30위안(4500원)을 받아 가격이 만만찮다.

작은 맥주 한병에 수퍼에서 300원…‘스차하이’ 등 맥주거리 유명

   
▲ 베이징 베이하이궁위안(北海公園)의 ‘스차하이’(什刹海) 맥주집들은 베이징내 대표적인 맥주거리중 하나다. 중국은 경제 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맥주 소비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의 맥주 거리는 베이하이궁위안(北海公園)의 ‘스차하이’(什刹海), 차오양취(朝陽區) 싼리툰(三里屯) 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우스 맥주집으로는 독일자본이 투입된 켐핀스키 호텔내 ‘독일 호프집’이 유명하다. 이곳에는 서방 외국인들이 항상 붐빈다. 특히 싼리툰은 화려한 불빛 속에 생음악과 맥주가 곁들여져 젊은이들과 연인들이 항상 붐비는 개방지역으로 외국인들도 많이 모여든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맥주하면 ‘칭다오(靑島) 피주’를 꼽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내 1위업체인 ‘칭다오 피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칭다오 피주’는 1903년 설립돼 100여 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1897년 독일이 점령해 조차지로 만들면서 ‘라오산’(山+老山의 광천수를 이용해 칭다오 맥주가 탄생했다. 그러나 2001년께부터 베이징의 옌징(燕京) 맥주가 급부상하면서 ‘칭다오 피주’에 도전장을 던졌다. 옌징 맥주는 칭다오 맥주의 강한 맛에 대항해 순하고 깔끔한 맛으로 승부하면서 칭다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옌징 맥주는 인민대회당 국빈 연회석과 국제항공공사 기내식에 공급된다. 옌징은 제품 선전을 하면서 ‘인민대회당 국빈연회 특별공급주’(人民大會堂 國宴特供酒)로 선전하고 있다. 또 보리즙의 농도도 8,10,11과 12도 등 네 종류로 다양화해 30여 종류를 생산할 정도로 시장을 급속도로 넓혀가고 있다.

   
▲ 베이징에서 가장 유명한 ‘옌징(燕京) 피주’(맥주)는 현재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면서 전통 브랜드인 칭다오(靑島) 피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아직까지 칭다오 피주의 시장 점유율이 12.9%로 가장 높으며, 차이나리소시스브루어리(CRB·中國華潤梁酒有限公司)가 10%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 근교인 순이(順義)에 공장이 있는 ‘옌징 피주’는 베이징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9.4%에 3위로 바짝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또 ‘하피왕’ ‘HAPI’ 등을 생산하는 하얼빈 피주가 4.3%의 시장점유율로 선두진입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00여 개의 맥주 공장에서 총 2358만㎘를 생산해 세계 전체 생산량의 16.4%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 맥주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처음 2위를 차지했고 독일과 브라질이 3, 4위, 러시아 일본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맥주시장은 80년대 매년 약 20%의 고도 성장률을, 90년대 후반에는 10%대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들어서는 해마다 5%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소비 인구 4억명 기준으로 연평균 12ℓ로 미국 85ℓ, 독일 138ℓ 등에 비하면 잠재성이 큰 소비시장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맥주생산국 부상…‘바이주’(白酒)와 함께 세계시장 재편 노려

   
▲ 1900년 중국 최초로 설립된 맥주인 ‘하얼빈(哈爾濱) 피주’는 최근 세계 맥주생산 1,2위 업체인 ‘버드와이저’의 안호이저-부시와 SAB 밀러가 최대지분 경쟁을 벌여 안호이저-부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하얼빈 피주’가 생산한 ‘하피왕’과 ‘HAPI’ 제품.
최근 중국의 맥주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계 맥주회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외국계 회사들의 중국 맥주의 지배지분 획득을 위한 인수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가장 역사가 깊은 맥주는 1900년에 설립된 ‘하얼빈(哈爾賓) 피주’인데, 최근 들어 ‘하얼빈 피주’를 둘러싼 외국 맥주업체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맥주 생산업체로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안호이저-부시가 6월초 세계2위 맥주 생산업체인 SAB밀러를 꺾고 하얼빈 맥주의 최대 지분을 획득했다. 버드와이저 등을 생산하는 안호이저-부시는 3억8837만 홍콩달러(4980만 달러)를 내고 하얼빈 맥주 지분 7%를 추가로 매입했다. 안호이저-부시는 기존의 29%지분에서 7%지분을 더해 최대 지분인 36%를 확보하게 됐다. 이전 29.6%의 지분으로 박빙의 최대 지분을 유지하던 SAB밀러는 안호이저-부시에게 밀려났다. 안호이저-부시는 추가 지분을 매입할 때 주당 5.58 홍콩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주당 4.30 홍콩달러를 제시한 SAB밀러를 제쳤다.

안호이저-부시가 ‘하얼빈 피주’의 최대 지분을 확보한 것은 중국 시장과 나아가 세계 시장을 지배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호이저-부시는 하얼빈 시 경제 개발을 위해 8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히는 등 ‘하얼빈 피주’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AB 밀러는 하얼빈 피주의 나머지 지분사인 캐피털 인터내셔널(8%), JP모건(9%)쪽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으로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세계 맥주 양대 산맥의 경쟁 속에 홍콩 주식시장에서 하얼빈 피주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SAB밀러는 중국 2위 맥주 제조사인 CRB 주식의 49%를 확보하는 등 중국 맥주시장 점거를 위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맥주 시장은 신천지가 되고 있다. ‘술의 나라’ 중국은 높은 도수인 ‘바이주’(白酒·배갈) 세계 공략과 함께 세계 맥주 시장의 재편을 노리고 있다. 소규모로 직접 만드는 하우스 맥주의 시장도 열려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맥주 소비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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