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이제 거센 환경 오염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한·중 수교전인 1990년 9월 베이징 아시안게임이 열릴 당시 베이징의 공기는 깨끗했다. 거리엔 달리는 차량도 드문드문 있었다. 온통 자전거 물결 속에서 공기가 나쁠 리 없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현재의 중국은 각종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0년 10월 베이징에 특파원으로 갔을 때 우선 느낀 것은 공기가 매우 탁하다는 것이었다. 산업시설과 난방을 위한 석탄 연기와 함께 거리의 차량이 뿜어대는 매캐한 매연으로 저녁 시간 베이징 시내는 온통 '안개 낀 장충단 공원'으로 변했다. 베이징은 그간 난방시설을 천연가스로 약 80% 대체하면서 공기개선에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마이카' 붐이 불면서 공기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베이징의 황사와 매연을 탓하면서 2008년 여름철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지 의문도 제기한다. 베이징은 분지로 바람의 유동이 많지 않다. 또한 바다에서 먼 탓에 겨울철 공기에 황사로 인해 많은 먼지까지 섞여있다.

저녁 시간 베이징 시내 온통 매연에 전국토 1/3 산성비 피해 

   
▲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의 샤오시후(小西湖)는 항저우(杭州)의 시후(西湖)를 닮았다고 할 정도로 물과 주위경관의 아름다움이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유람선에서 바라 본 물색깔은 완연히 오염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전국토의 3분의 1이 산성비 피해를 보고 있으며, 도시 3곳 중 하나는 공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2002년 5월 발표된 중국 정부의 연례보고서는 전체 강의 절반이 심하게 오염돼 있고, 북부지역은 수질도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조사된 274개 도시 중 60%가 산성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등은 이산화탄소의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조사됐다. 또 보고서는 해양오염도 적조현상이 2001년 보다 두 배로 늘어나는 등 나빠졌으며 해마다 황무지가 200만㏊의 비율로 증가해 사막화를 재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납 등 유독 중금속이 포함된 컴퓨터 부품 등 컴퓨터 쓰레기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농민들이 컴퓨터내의 전선과 기판을 불태우거나 산성 용제로 녹이는 바람에 중금속이 공기와 수질을 오염시켜 호흡기 질환과 암 발생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중국의 명산인 산둥(山東)성 타이산(泰山)은 일출을 보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 해가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 속에서 해맑은 얼굴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뿌연 스모그 속에 가려있을 뿐이다. 대체로 해가 산 능선을 벗어나는 깔끔한 선을 볼 수 없고 중천에 떠오른 햇덩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3년 동안 중국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특히 중국의 호수와 강이 심하게 오염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호수들은 대체로 인공호수들이 많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당연히 썩게 된다. 게다가 국내외 관광객들이 해마다 호수를 찾고 유람선을 타게 되면서 오염이 더욱 심해졌다. 정부의 느슨한 단속과 일반인들의 박약한 환경 관념도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생활폐수가 강과 호수로 마구 흘러들면서 수질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 환경에 대한 관심 적어…황허(黃河)도 오래전부터 오염돼 

   
▲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타이후(太湖)는 오염정도가 심각했다. 2003년 9월 타이후의 돌출된 반도에 조성된 공원안에 있는 산인 루딩산(鹿頂山)의 부두에 도착해 눈에 띤 호수의 구석진 물가와 접한 육지는 녹색 페인트를 쏟아놓은 것처럼 녹조류가 뒤덮고 있었다.
   
▲ 베이징시내의 인공호수인 베이하이궁위안(北海公園)의 물색깔은 녹색 빛을 띤다. 이는 물속에 녹조류가 번식돼 있기 때문으로 수질정화가 필요한 상태다.
또한 중국 매체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국내만큼 높지 않은 편이다. 정부도 경제 개발과 성장 최우선 정책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베이징의 인공호수인 베이하이궁위안(北海公園)의 물은 여름에 녹색 빛을 띤다. 배를 타고 호수의 한 가운데로 노를 저어보면 물색이 깨끗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는 물 속에 녹조류가 번식돼 있기 때문으로 심각한 오염 상태를 반영한다. 수질 오염은 외국 투자와 개발이 앞선 동부연안 지역일 수록 심각하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타이후(太湖)는 심각했다. 2003년 8월 타이후의 돌출한  반도에 조성된 루딩산(鹿頂山) 공원의 부두에 도착한 뒤 심각한 오염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호수 주변에 밀려든 물색은 녹색 페인트를 쏟아놓은 것처럼 녹조류들이 구석진 호수의 가장자리와 경계 육지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지상(地上)의 천당(天堂)'이라는 장쑤성 쑤저우(蘇州)의 운하도 물색이 지저분했다. 깨끗하지 못한 물은 경관의 아름다움을 해친다. 운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아름답다. 그러나 물 속에 손을 넣어 휘저어보면 물색은 푸르스름한 누른 색깔을 띤다. 중국의 '무친허' (母親河·어머니강)라는 황허(黃河)가 오염된 지는 오래다. 황허는 수량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오염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약 6천km를 굽이쳐 흐르는 창장(長江)도 마찬가지다. 강물과 호수의 물빛이 깨끗하다면 경치는 더욱 살아날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중국도 환경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간 경제 성장에 집중하다보니 환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개최에 따라 환경개선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2000~2005년 동안 환경분야에 총 7천억 위안(약 110조원)을 투자키로 결정했으며 환경 투자를 늘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환경사범에 대한 단속을 점차 강화해가고 있다. 중국의 '환경 위기'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의 연간 환경 시장규모는 2002년 초 기준으로 한국시장의 약 2배에 해당한다. 특히 물이 부족한 중국은 산업생산의 확대 등을 위해 도시 하수도 보급률을 현행 30%에서 2005년까지 45%(대도시는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하수도 시설분야는 한국이 경제성과 효용성 등 경쟁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

WTO가입·2008년 올림픽 개최 등 앞두고 환경개선 불가피

   
▲ 한국과 중국간의 환경보호산업투자회의가 2002년 7월 베이징에서 국내 환경기업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중국의 환경시장은 개혁·개방에 따른 산업 개발로 특히 수질이 오염되면서 한국의 환경기업에게는 ‘새 기회’로 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유럽은 자국내에 상하수도 시설을 끝낸 뒤 환경산업이 첨단화돼 중국과 맞지 않는다. 일본은 민영화가 안 돼 동일한 시설이 한국에 비해 가격이 9배나 비싸 경쟁이 되지 않는다. 상하수 처리기술 국제특허에서도 일본은 1~2개에 불과하고 미국은 5~6개이나 한국은 40여 개를 보유해 압도적이다. 한국의 지리·역사·문화적 근접성 또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강과 호수 등 수질개선 기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이다. 상하수도 분야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될 경우 두 나라는 '윈윈'의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중국 환경산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004년 현재 30여 곳에 이른다.

중국도 환경보호가 결국은 '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 환경과학연구원과 칭화(淸華)대학의 연구결과 매년 산성비로 인해 1100억 위안(약 16조원)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의 2~3%에 해당하는 수치로 산성비로 인한 수질 오염이나 건축물 부식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2003년 중국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황의 배출량은 600여만t에 이르렀으며 2005년에는 1100여만t으로 급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01년 10월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이 중국내 환경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해 상하수도 전문가로 초대 환경관을 파견했다. 한국은 2002년 7월 베이징에서 국내 환경기업들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환경보호산업투자회의를 개최해 한국기술에 대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2만개의 영세업체에 다품종 소량체제로 중국이 원하는 직접투자는 힘든 상태다. 국내 환경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기금 증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국내 환경 친화적인 산업은 유망업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환경 시장'의 추이를 예의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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