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백두산 호랑이를 ‘둥베이후’(東北虎)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이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부르는 백두산이 동북 지역에 위치해 있듯 백두산 호랑이들의 서식지가 동북 지역이기 때문이다. 서양사람들은 ‘둥베이후’를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부른다. ‘둥베이후’는 희귀한데다 용맹성으로 인해 이름이 높다. 중국은 동북지역 출신의 건장한 남성들을 ‘둥베이후’라고 치켜세우길 좋아한다. ‘둥베이후’의 용맹성은 겨울철 동북지역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에서 비롯됐다.

용맹성 강하고 영하 30~40도 추위에도 끄떡없어

   
▲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근교 ‘둥베이후린위안’(東北虎林園)의 ‘둥베이후’(東北虎)들이 체력단련을 하듯 넘어진 나무덩치의 껍질을 날카로운 잇빨로 물어 뜯고 있다.
   
▲ ‘둥베이후’가 뿔난 황소의 등에 올라타며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다. 호랑이의 몸통은 우람한 원통형으로 유연하며 위풍당당한 용맹성으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한다.
동북 지역은 겨울에 영하 30~40도에 이를 정도로 추위가 매섭다. ‘둥베이후’는 이런 추위에서 더욱 활기를 띤다.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근교에는 ‘둥베이후린위안’(東北虎林園)이 있다. 2001년 12월에 찾은 이 곳에는 ‘백두산 호랑이’의 용맹성이 실감났다. 손이 꽁꽁 얼고 두터운 외투를 입어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둥베이후’들은 끄떡없이 사육장을 뛰어다니며 포효하고 있었다. 사파리용 소형 버스를 타고 가까이서 본 호랑이는 생각보다 오싹했다. 늘 상 사진에서 보던 귀엽고 왜소한 체구가 아니었다. 우선 몸통의 길이와 굵기가 위압적이었다. 황소 정도의 길이에 얼룩진 몸통은 어깨에서 허벅지까지 원통형으로 고르게 뻗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모양새가 매우 위압적이었다. 버스가 가까이 다가가자 호랑이들이 차량을 향해 아가리를 벌린 채 위압적인 소리로 포효했다. 떡 벌어진 아가리는 먹잇감의 머리통을 한 입에 삼키기에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컸다.

마침 한 마리의 호랑이가 위치를 이탈해 다른 구역으로 넘어와 있었다. 사파리 차량이 차를 몰아 낙오한 호랑이를 한곳으로 몰자 호랑이 눈에서 ‘파란불’이 섬광처럼 번쩍했다. 당시 호랑이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대낮임에도 한순간 손전등을 켰다 끈 것처럼 느껴졌다. 차량이 호랑이를 또다시 구석으로 몰자 호랑이의 “으르릉~”거리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눈에서 ‘파란불’이 몇 차례 더 켜졌다. 깊은 산 속에서 호랑이가 두 눈에 ‘파란불’을 켜고 달려들 경우 빠져 달아날 먹잇감들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맹수의 왕’ 호랑이들은 먹잇감을 사냥할 때 먼저 앞발로 빰을 치듯이 상대를 가격해 중심을 무너뜨린 뒤 급소를 공격한다. 호랑이 앞발은 크고 두터우며 위력적인 파워를 자랑한다. 호랑이들은 달리는 먹잇감을 뒤쫓다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상대의 중심을 허물어뜨린다. 호랑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동물의 내장이다. 가장 영양분이 많은 부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 ‘둥베이후’(東北虎) 새끼 호랑이들이 추운 겨울철에도 불구하고 사육장안에서 서로 쫓고 뒹굴며 ‘야성’(野性)을 기르고 있다. 보기에 뽀송뽀송한 이 새끼 호랑이들은 중국 국가 1급 보호동물로 ‘맹수의 왕’으로 성장해 가지만 수가 증가하면서 ‘밥값’ 걱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둥베이후린위안’에는 아프리카 사자 한 쌍이 우리 속에 있었다. ‘밀림의 왕자’들도 동북 지역의 추위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만사가 귀찮다는 듯 피곤한 표정으로 우리를 벗어나지 않은 채 누워있었다. 온몸이 하얗고 얼룩이 있는 ‘바이후’(白虎)도 눈에 띄었다. 한 구역에는 호랑이 새끼들이 모여 서로 넘어뜨리고 쫓아다니며 사냥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둥베이후린위안’은 ‘전 세계 최대의 둥베이후 인공사육·번식의 기지’라는 별칭이 붙는다. 이곳은 1.47㎢ 규모로 1995년 10월 정식 개장해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이 기지를 만든 데는 사연이 있다. 1980년대에 야생 ‘둥베이후’는 겨우 100여 마리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400마리에 그쳤다. 중국 당국은 ‘둥베이후’가 멸종위기에 몰리자 1986년에 헝다오허쯔(橫道河子)에 사육장을 건설했다. 처음 전국 각지로부터 모은 8마리에서 시작했으나 1992년 94마리로 불어나면서 먹잇감이 모자라는 상황에 봉착했다. 15년 동안 은행에서 4천만위안(약 60억원)을 빌리면서 재정위기에 처했다. 당국은 이후양후’(以虎養虎·호랑이로 호랑이를 먹여 살림) 정책으로 전환했다. 일반인들에게 호랑이를 구경시키고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 등 수익사업으로 호랑이를 유지해나가는 정책이었다. 중국당국은 95년 10월 100만여 위안(1억5천만원)을 투자해 헤이룽장(黑龍江)성 쑹베이신취(松北新區)에 ‘둥베이후린위안’을 건립한 뒤 대외 개방에 들어가게 됐다. 그 뒤 둥베이후는 58마리에서 170마리로 증가했으며 직원들도 280명에 달했다. 1999년까지 연인원 100만 여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으며 수입은 3천만위안(약 45억원)에 달했다.

2002년 동물원 직원 숨지게해 처리방안 놓고 논란 일기도

   
▲ ‘둥베이후’(東北虎)는 희귀한데다 용맹성으로 인해 이름이 높다. ‘둥베이후’의 용맹성은 눈내린 겨울철 영하 30~40도로 내려가는 동북지역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에서 비롯됐다.
둥베이후들도 넓은 서식지가 생기면서 달리는 속도, 사냥 기술과 추위 견디는 능력이 모두 향상됐다. 그 뒤 200만 위안(3억원)을 재투자해 나무 1만여 그루가 심어졌고 아기 호랑이 사육장과 진열관이 건립돼 오늘에 이르렀다. 1998년 8월에 쑹화장(松花江)의 범람으로 52마리를 헝다오허쯔로 옮기고 500만 위안(7억5천만원)의 손실을 입는 등 수난의 시절도 있었다. 중국 언론들도 ‘둥베이후’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2002년 10월에는 ‘둥베이후’가 동물원의 직원을 해쳐 ‘사형’ 등 처리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둥베이후린위안’에서 6살 된 호랑이가 우리 안에 들어간 직원을 공격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전동문을 조작하는 직원은 호랑이가 몸을 움츠린 채 숨어있는 줄 모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사람이 호랑이에 물려죽자 민심이 흉흉해졌다.

당시 “호랑이가 일단 사람의 피 맛을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또 공격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당연히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동물원 쪽은 △극형 △안락사 △종신 감금 △번식장 송환 등 4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했다. <하얼빈러바오> <신완바오> 등 매체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호랑이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호랑이는 국가 1급 보호동물로 처리는 국가임업국의 결정사항”이라며 “주민투표는 법률 위반”이라고 맞섰다. 결국 가족들이 15만 위안(2250만원)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호랑이에 의한 피살 사건은 두 달 뒤인 2002년 12월 지린(吉林)성 안투현에 있는 창바이산 동북호랑이공원에서도 발생했다. 한 직원이 호랑이에 물려 숨졌다. 이 공원은 2002년 7월부터 하얼빈 ‘둥베이후린위안’에서 12마리를 빌려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해왔다. 직원은 호랑이가 자유롭게 뛰노는 공원에 어떤 보호 장구도 없이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창바이산 공원은 이 직원에게 10만 위안(1500만원)을 지불했다.

‘둥베후’들 하루 밥값만해도 만만치 않아…‘둥베이후’(東北虎) 음식점도 유명

   
▲ 베이징 야윈춘(亞運村)에 있는 ‘둥베이후’(東北虎)라는 만주족 음식점은 복무원들이 ‘둥베이후’처럼 붉은 색 얼룩무늬 복장을 하며 테이블과 의자에 뒤집어 씌운 헝겊보의 무늬도 온통 호랑이같은 얼룩 무늬다. 이곳에 손님이 들어서면 여성 복무원들이 “잔자체 라이러~(어서 오십시요)” “잔자체 저우러~”(안녕히 가십시요)라며 둥베이지역 말로 뜨겁게 인사한다.
‘둥베후’들이 중국의 1급 국보로 보호받다 보니 ‘밥값’ 때문에 여전히 골치를 앓고 있다.  2002년 2월 현재 헤이룽장성 하이린 헝다오허 사육장에만 210마리, 하얼빈 후린위안 140마리, 지린성 훈춘 등지의 야생 호랑이 8~12마리 등으로 급증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엔 1천 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호랑이는 하루 10kg의 날 소고기와 분유·달걀 등 120위안(1만9200원)어치를 먹어치워, 1 마리 당 연간 먹이 값으로 4만 위안(640만원) 가량 든다. 헝다오허 사육장은 매년 300여명의 직원 월급 500만 위안(8억원)보다 많은 700만위안(11억2천만원)을 호랑이 먹이 값으로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육장은 최근 입장객 수입마저 40% 가량 줄어들자 재정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1급 보호대상이던 ‘둥베이후’가 이제 중국 당국에 골치꺼리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베이징 등 중국을 다니다보면 ‘둥베이후’(東北虎)라는 만주족이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이 눈에 띤다. 이곳에는 복무원들이 ‘둥베이후’처럼 붉은 색 얼룩무늬 복장을 하며 테이블과 의자에 뒤집어씌운 헝겊 보의 무늬도 모두 붉은 호랑이 무늬다. 이곳에 손님이 들어서면 여성 복무원들은 “잔자체 라이러~(어서 오십시요)” “잔자체 저우러~”(안녕히 가십시요)라고 우렁차고 낭랑한 목소리로 합창을 한다. 이곳에서는 ‘둥베이후’의 또 다른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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