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백두산 호랑이를 ‘둥베이후’(東北虎)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이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부르는 백두산이 동북 지역에 위치해 있듯 백두산 호랑이들의 서식지가 동북 지역이기 때문이다. 서양사람들은 ‘둥베이후’를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부른다. ‘둥베이후’는 희귀한데다 용맹성으로 인해 이름이 높다. 중국은 동북지역 출신의 건장한 남성들을 ‘둥베이후’라고 치켜세우길 좋아한다. ‘둥베이후’의 용맹성은 겨울철 동북지역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에서 비롯됐다.
용맹성 강하고 영하 30~40도 추위에도
끄떡없어
▲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근교 ‘둥베이후린위안’(東北虎林園)의 ‘둥베이후’(東北虎)들이 체력단련을 하듯 넘어진 나무덩치의 껍질을 날카로운 잇빨로 물어 뜯고 있다. | ||
▲ ‘둥베이후’가 뿔난 황소의 등에 올라타며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다. 호랑이의 몸통은 우람한 원통형으로 유연하며 위풍당당한 용맹성으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한다. | ||
마침 한 마리의 호랑이가 위치를 이탈해 다른 구역으로 넘어와 있었다. 사파리 차량이 차를 몰아 낙오한 호랑이를 한곳으로 몰자 호랑이 눈에서 ‘파란불’이 섬광처럼 번쩍했다. 당시 호랑이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대낮임에도 한순간 손전등을 켰다 끈 것처럼 느껴졌다. 차량이 호랑이를 또다시 구석으로 몰자 호랑이의 “으르릉~”거리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눈에서 ‘파란불’이 몇 차례 더 켜졌다. 깊은 산 속에서 호랑이가 두 눈에 ‘파란불’을 켜고 달려들 경우 빠져 달아날 먹잇감들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맹수의 왕’ 호랑이들은 먹잇감을 사냥할 때 먼저 앞발로 빰을 치듯이 상대를 가격해 중심을 무너뜨린 뒤 급소를 공격한다. 호랑이 앞발은 크고 두터우며 위력적인 파워를 자랑한다. 호랑이들은 달리는 먹잇감을 뒤쫓다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상대의 중심을 허물어뜨린다. 호랑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동물의 내장이다. 가장 영양분이 많은 부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 ‘둥베이후’(東北虎) 새끼 호랑이들이 추운 겨울철에도 불구하고 사육장안에서 서로 쫓고 뒹굴며 ‘야성’(野性)을 기르고 있다. 보기에 뽀송뽀송한 이 새끼 호랑이들은 중국 국가 1급 보호동물로 ‘맹수의 왕’으로 성장해 가지만 수가 증가하면서 ‘밥값’ 걱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 ||
2002년 동물원 직원 숨지게해 처리방안
놓고 논란 일기도
▲ ‘둥베이후’(東北虎)는 희귀한데다 용맹성으로 인해 이름이 높다. ‘둥베이후’의 용맹성은 눈내린 겨울철 영하 30~40도로 내려가는 동북지역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에서 비롯됐다. | ||
당시 “호랑이가 일단 사람의 피 맛을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또 공격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당연히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동물원 쪽은 △극형 △안락사 △종신 감금 △번식장 송환 등 4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했다. <하얼빈러바오> <신완바오> 등 매체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호랑이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호랑이는 국가 1급 보호동물로 처리는 국가임업국의 결정사항”이라며 “주민투표는 법률 위반”이라고 맞섰다. 결국 가족들이 15만 위안(2250만원)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호랑이에 의한 피살 사건은 두 달 뒤인 2002년 12월 지린(吉林)성 안투현에 있는 창바이산 동북호랑이공원에서도 발생했다. 한 직원이 호랑이에 물려 숨졌다. 이 공원은 2002년 7월부터 하얼빈 ‘둥베이후린위안’에서 12마리를 빌려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해왔다. 직원은 호랑이가 자유롭게 뛰노는 공원에 어떤 보호 장구도 없이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창바이산 공원은 이 직원에게 10만 위안(1500만원)을 지불했다.
‘둥베후’들 하루 밥값만해도 만만치
않아…‘둥베이후’(東北虎) 음식점도 유명
▲ 베이징 야윈춘(亞運村)에 있는 ‘둥베이후’(東北虎)라는 만주족 음식점은 복무원들이 ‘둥베이후’처럼 붉은 색 얼룩무늬 복장을 하며 테이블과 의자에 뒤집어 씌운 헝겊보의 무늬도 온통 호랑이같은 얼룩 무늬다. 이곳에 손님이 들어서면 여성 복무원들이 “잔자체 라이러~(어서 오십시요)” “잔자체 저우러~”(안녕히 가십시요)라며 둥베이지역 말로 뜨겁게 인사한다. | ||
베이징 등 중국을 다니다보면 ‘둥베이후’(東北虎)라는 만주족이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이 눈에 띤다. 이곳에는 복무원들이 ‘둥베이후’처럼 붉은 색 얼룩무늬 복장을 하며 테이블과 의자에 뒤집어씌운 헝겊 보의 무늬도 모두 붉은 호랑이 무늬다. 이곳에 손님이 들어서면 여성 복무원들은 “잔자체 라이러~(어서 오십시요)” “잔자체 저우러~”(안녕히 가십시요)라고 우렁차고 낭랑한 목소리로 합창을 한다. 이곳에서는 ‘둥베이후’의 또 다른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