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당내에 '영남발전특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과 관련, 주요 신문들이 28일자 사설을 통해 '지역주의 조장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신문들은 6월5일 지방선거 재보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를 집중 추궁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 5월28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28일자 사설 <영남특위, 지역주의 조장 아닌가>라는 사설을 통해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당내에 '영남발전특위' 구성을 추진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특정지역 발전만을 위한 특위를 집권당 안에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영남인사 배려론을 주장하고, 발전특위 설립 같은 꼼수를 쓰려는 것은 결코 정도가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다른 지역의 소외감을 부추길 뿐"이라고 우려했다.

   
▲ 5월28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이날 <영남에만 올인 할 셈인가>라는 사설에서 "누가 보기에도 영남권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부산시장 및 경남지사 보궐선거, 멀게는 국회의원 재·보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놓은 구상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여당이라고 모든 지역에서 완승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현실적 이익에 구애되어 대의명분을 팽개치면 개혁정부로서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 5월2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영남발전특위'설득력없다>는 사설을 통해 "여권이 내놓은 이유는 '영남이 정치적으로 열세여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라며 "더 낙후된 지역들이 '영남발전특위'에 소외감을 느낀다면 지역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전국정당화도 그만큼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김대중 정권의 '동진 정책'이 실패했듯이 정치공학적인 전국정당화는 국민통합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노 대통령 자신도 국가균형발전을 으뜸으로 치지 않았는가. '영남발전특위'는 재고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신동진 정책' 신지역주의아닌가>라는 사설에서 "열린우리당이 전국정당화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당내에 '영남발전특위'를 구성키로 했다는 것은 여당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집권당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며 "지역주의 극복을 통해 전국정당화를 이루기는커녕 '신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퇴행적 발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4·15총선은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열린우리당이 불모지 영남에서 4석을 건진 것이 그것이다"라며 "순리에 따르지 않고 한꺼번에 그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서두르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남특위 구성 공감대 확대 의문…제2의 '동진정책' 비판

언론의 뭇매를 맞은 '영남발전특위'는 열린우리당 영남권 인사들이 주축이 돼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정당화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에서 상대적 취약지역인 영남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사설을 통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는 것처럼 영남발전특위 추진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6·5 재보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 발전을 위한 특위건설이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이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열린우리당이 영남발전특위 구성을 추진할 경우 재보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위로 오인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영남권 집중에 대한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도 부담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추진됐던 영남권 공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동진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영남 지역민들의 경계심만 가중시킨 측면도 있다.

영남권에 대한 집중지원을 통해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고 할 경우 역풍에 시달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의 행보가 '지역감정'을 오히려 조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영남특위, 지역감정 조장의 계기?…민주당 "호남 역차별이다"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준영 후보는 28일 <호남 역차별에 분노한다>는 성명을 통해 "영남대통령 아래 영남총리구도를 굳혀가고 있는 여권이 전국정당화란 명목아래 '영남발전특위'를 구성키로 하는 등 특정지역의 발전만을 획책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호남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후보는 "최근 들어 현역 대장 가운데 유일한 호남출신인 신일순 대장을 경질한 것도 이같은 차별의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며 "선거를 앞둘 때마다 호남의 표심을 자극하는 그럴 듯한 조치를 취해온 현 정권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호남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것은 토사구팽"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호남 역차별을 강조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 있지만 열린우리당 역시 원인제공자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역주의를 넘어서고 전국정당화를 이루는 것은 특정지역에 대한 역지역주의적 접근을 통해서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정책 방향과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책과 내용으로 국민의 동의와 합의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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