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도 ‘보신탕’(保身湯)을 먹는다. ‘음식 천국’ 중국도 개고기 요리를 특별한 보양식으로 생각한다. 중국은 개고기를 ‘거우러우’(狗肉)라고 부른다. 보신탕은 ‘거우러우탕’(狗肉湯)이다. 개고기 요리는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개고기 요리도 다양하다.

각 지역마다 특색 살린 개 요리 다양

   
▲ 중국에서 개고기 요리는 현재 윈난(雲南)·구이저우(貴州)·후난(湖南)·쓰촨(四川)·네이멍구(內蒙古)·동북 3성(吉林·遼寧·黑龍江)과 윈난성 다이주(人+泰族) 등 중국 전역에 걸쳐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개요리도 탕,전골,수육,튀김 등 요리법과 재료 등에 따라 백여가지에 달한다.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의 유명 개 요리는 ‘관쯔거우러우’(罐子狗肉)로 짙은 국물에 개운한 매운 맛이 난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는 ‘카이바오거우러우’(開保+火狗肉)로 향기가 코를 찌르고 독특한 맛이 난다. 안후이(安徽)성 쑤저우(宿州)의 ‘루거우러우’(鹵狗肉)는 맛이 짙고 상큼하다. 윈난(雲南)성 추베이邱北)의 ‘거우러우탕궈’(狗肉湯鍋)는 향이 나고 매우며 뒷맛이 개운하다. 장시(江西)성의 ‘훙샤오거우러우’(紅燒狗肉)는 발갛게 익은 고기에 순한 향기가 그윽하다. 구이저우(貴州)성 화장(花江)의 ‘화장거우러우’(花江狗肉)는 바삭하고 향긋한 맛이 깔끔하다. 후난(湖南)성 샹시(湘西)의 ‘거우러우훠궈’(狗肉火鍋)는 탕국물의 냄새와 맛이 진한 편이다. 광둥성 차오저우(潮州)의 ‘거우러우췬시’(狗肉全席)는 10여가지 요리가 모두 개고기를 재료로 지지고 볶고 한 것으로 군침을 돌게 만든다.

동북부 지역 조선족들 개고기 요리 주도

개고기 요리는 역시 동북부 지역의 조선족(朝鮮族)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한민족의 개고기 문화가 대륙에 진출한 것이다. 실제 대륙내 개고기 문화는 한민족이 주도하면서 한반도와 동북 지역으로 이어지는 ‘개고기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베이징의 평양식당 해당화 등 중국내 북한 식당의 경우 개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북한은 개고기를 ‘단고기’ 라고 부른다. 해당화 등 북한 식당은 ‘단고기’ 무침과 전골 등 북한식 요리를 내놓는다. 단고기 무침은 개고기의 결을 따라 실처럼 찢어 무친 것으로 입안에서 녹는 듯한 감촉과 맛을 낸다. 단고기 전골은 국내의 전골 형태와 달리 육개장과 같은 형태와 맛을 낸다. 소고기 국처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 중국동포인 조선족(朝鮮族)들은 대륙내에서 개고기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민족은 한반도와 동북 3성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개고기 문화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지린(吉林)성은 퉁화(通化)시에 있는 조선족이 개업한 개요리 전문 음식점인 ‘샤오진거우러우청’(小金狗肉城)의 모습.
중국에서 개고기 문화는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을 보면 주·진·한나라 때 개는 소·양·돼지·닭·오리와 함께 ‘6축’의 하나로 꼽혔다. 당시에는 개를 최상의 요리로 평가했으며, 울타리 속에서 키우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만큼 귀중한 양곡으로 길러졌고 개고기는 돼지·양 고기 보다 환영받았다. 개의 간은 주나라 궁정식품의 8진미 가운데 하나로 꼽혔으며, 한나라 땐 개 내장이 유행했다. ‘스징’(食經)에 따르면 한나라를 세운 류팡(劉邦)이 개고기를 먹고 북방을 정벌한 뒤 중국을 통일했다. 이로 인해 류팡의 고향인 장쑤(江蘇)성 페이(沛)쉔(縣)의 ‘위안즈거우러우’(元+蠅汁狗肉)는 자라를 개고기와 함께 넣은 것으로 중국에서 유명한 음식이 됐다. 페이 쉔의 부현장이 2001년 관직을 그만두고 보신탕 가게를 냈다는 화제기사가 중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인들 “아름다운 음식”…‘향기나는 고기’란 뜻 ‘샹러우’(香肉)라 불러

중국은 개고기 요리를 많은 민족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음식(美食)으로 평가한다. 어떤 곳은 ‘향기나는 고기’란 뜻으로 ‘샹러우’(香肉)라고 부른다. 개고기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이 풍부하다. 중국 의학계는 개고기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 기를 돋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돋운다는 것이다. 의학서 ‘푸지방’(普濟方)에 “개고기는 지병으로 몸이 매우 허한 사람들의 몸을 가볍게 하고 기력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민간에서는 “겨울에 먹으면 봄이 될 경우 호랑이도 때려잡는다”라고 말할 정도다.

중국에서 개고기는 현재 윈난(雲南)·구이저우(貴州)·후난(湖南)·쓰촨(四川)·네이멍구(內蒙古)·동북 3성(吉林·遼寧·黑龍江) 등 중국 전역에 걸쳐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윈난성의 주요 소수민족인 다이주(人+泰族)들도 개고기를 좋아한다. 특히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연변에는 개 전문 사육농장이 많으며 최근 들어 한족들이 더 많이 보신탕을 즐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동포회사가 개발한 인스턴트 보신탕인 ‘창서우탕’(長壽湯)이 선물용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창서우탕’은 “우수한 개고기를 원료로 방부제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은 ‘녹색 식품’”이라는 선전문구가 적혀있으며 2002년 지린성의 우수 브랜드로 지정됐다.

베이징 시내에만도 10여곳 개고기 전문식당 성업

   
▲ 중국 베이징의 평양식당 해당화 등 북한 식당은 ‘단고기’로 불리는 개고기 무침과 전골 등 북한식 개요리를 내놓는다. 단고기 무침은 개고기를 결을 따라 실처럼 찢어 무친 것으로 입안에서 녹는 감치는 맛이다.
수도 베이징 시내에도 10여 곳의 개고기 전문 식당이 있으며 가벼운 개고기 메뉴가 오르는 식당까지 포함할 경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육고기 총 소비량의 약 1/3이 개고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고기 요리를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탕, 전골, 수육, 튀김 등 백여 가지에 달한다. 특히 건강법으로 ‘음식 건강’에 개고기를 먹고 난 뒤 차(茶)를 마시지 말라고 돼 있다. 개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해 개고기 요리를 먹은 뒤 곧바로 차를 마실 경우 차 속에 많이 함유된 타닌이 단백질과 결합해 ‘타닌단백질’이란 물질을 형성해 장의 연동운동을 약화시켜 나쁜 물질을 내장에 남겨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개고기가 외면당한 시기도 잠시 있었다. 청나라를 건국한 누르하치(努爾哈赤)가 전쟁에서 불타서 죽을 뻔했는데 개가 온몸에 물을 적셔 살렸다는 전설 때문이었다. 누르하치는 이후 개고기는 물론 개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후 한동안 여진족(현 만주족<滿族>)을 중심으로 개고기의 식용을 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만주족들의 ‘한주화’(漢族化)로 개고기는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젊은 만주주들은 개고기를 터부시하는 관념이 엷어져가고 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개고기 논쟁’이 불붙은 적이 있다. 당시 서방의 ‘보신탕= 야만적’이란주장이 판을 쳤고, 한국은 ‘보신탕은 한국문화’라는 주체성을 살린 적이 있다.
 
중국 ‘개고기=야만적’ 시각 서방의 문화적 패권주의 주장

   
▲ 중국의 개고기 요리는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중국 개요리는 전국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맛을 낸다. 사진은 산시(陝西)성의 ‘황먼거우러우’(黃火+悶狗肉) 요리로 파,생강,돼지고기,참기름,고추 등 15가지의 재료를 넣고 약한불로 끓여 만든다.
중국은 ‘개고기=야만적’이란 시각을 서방의문화적 패권주의로 일찌감치 정리했다. 중국은 2001년 7월, 2008년 올림픽개최지 결정투표 전 서방기자들을 아예 개고기 식당에 데리고 가서 ‘정신적 교화’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쪽 관계자는 “중국에는 개 사육농장이 많다”면서 “당신네들이 양을 길러서 먹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해 서방 기자들의 수긍을 얻어냈다. 중국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의 강한 체력을 개고기와 연관시키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이탈리아와의 연장전 끝에 승리한 한국팀의 체력을 경탄하면서 “이는 선수들이 개고기와 고려 인삼을 먹기 때문”이라고 부러워했다.

올해 2월에도 베이징시 정협위원이 “2008년 ‘녹색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는 동물보호가 가장 큰 문제”라며 “한국도 문제가 된 만큼 국가가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고 먹는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위원회 부주석 왕웨이(王偉)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각 지역의 풍속으로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이 개고기 요리를 좋아한다”면서 “중국만 천편일률로 다른 나라 풍습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운동선수들은 중국의 풍속 습관과 중국의 법률을 준수해야한다”면서“ 현재 중국은 개고기 음식 금지 법률이 없어 이 방면에서 개인의 선택은 자유다”라고 못박았다. 현재 중국, 북한, 한국, 베트남 등과 유럽의 일부 민족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고기 위생과 관련해 중국에서도 불법적인 비위생 개고기가 판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03년 8월에 저장(浙江)성에 ‘독살 개고기’사건이 발생해 위생부가 14.7t을 폐기 처분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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